'물결치는 공정방송 열망' YTN 기자 3인 인터뷰

YTN 파업
3번째 참여 김재형 기자
2번째 파업 나연수 기자
1번째 파업 임성호 기자 인터뷰

김달아 기자 | 2018.02.07 15:11:55


YTN 노조는 지난 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2009년, 2012년 공정방송 투쟁 파업에 이은 세 번째다. 이번 파업은 지난해 12월 치러진 투표에서 역대 최고치 찬성률 79.57%(261명)로 가결됐다. 파업 참여율은 찬성률을 웃도는 80.3%다.


YTN 노사는 지난해 11월 최남수 사장이 내정되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노조는 최 사장이 △사장 취임을 전제로 맺은 노사 합의 파기 △성희롱 발언 담긴 트윗 △MB 칭송·노무현 비난 칼럼 등으로 사장 자격이 없다면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최 사장은 사퇴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YTN 사태’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자협회보는 2003년 입사해 세 번째 파업을 치르는 김재형 기자, 두 번째 파업에 참여하는 나연수 기자(2010년 입사), 첫 파업에 돌입한 임성호 기자(2013년 입사)를 만나 파업에 나선 이유를 물었다. 


“사장 자격 갖췄을 거라 생각했어요”
김재형 기자(2003년 입사, 3번째 파업)


해직자 복직이 YTN 부활의 시작인 줄 알았다. 낙하산 사장 선임에 반대하다 해고된 선배들이 지난해 9년 만에 돌아왔을 땐 또 파업하리란 생각조차 못 했다. 이제 즐겁게 일만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YTN에 2003년 입사해 2009년, 2012년 파업을 모두 겪은 김재형 기자의 기대는 새 사장 취임 이후 무너졌다. 다시 마이크를 내려놓고 ‘최남수 사장 퇴진’이 쓰인 피켓을 들었다. 어느덧 15년차 중견기자가 돼 세 번째 파업을 맞았다.  


“2009년 첫 파업 때는 낙하산 사장에 대한 분노도 있었지만 선배들에게 미안함이 컸어요. 선배들이 체포되고 해고되는 걸 직접 봤잖아요. 싸울 수밖에 없었죠. 선배들이 복직하는 날만 기다렸습니다. 보도국이 다시 예전처럼 살아날 거란 기대가 있었어요.”


해직기자들이 돌아오지 못했던 지난 9년 YTN 보도국은 무기력했고 침울했다. 기자들은 권력을 비판할 수 없었고 쓰고 싶은 기사를 쓰지 못 했다. 언제부턴가 자발적 검열로 ‘이 기사 써도 어차피 못 나간다’는 정서가 깔렸다.


“스포츠부를 오래 담당한 저는 좀 나은 편이었어요. 쟁점이 많은 정치부나 사회부에선 의도적으로 기계적 균형을 강조한 보도가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세월호 참사와 촛불집회가 그랬어요. 상식선에서 접근해야 할 사안을 ‘찬반 5대5’라는 기계적 균형으로 재단한 거죠. 옳은 것들이 찬반 프레임에 갇히면서 시청자들이 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든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남수 MTN(머니투데이방송) 사장이 YTN 새 사장에 내정됐다. 최 사장은 YTN 출신이었지만 내부에선 ‘최 사장이 YTN이 어려운 시절 회사를 두 번이나 나갔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때 김 기자는 긴가민가하면서도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절차를 밟아 사장에 올랐으니 기본적인 자격은 갖췄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노사합의 후 취임한 최 사장의 행보에 김 기자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반대여론에 대응하는 모습, 노사 합의 파기, 과거 ‘MB 칭송·노무현 비하’ 칼럼, 성희롱 트윗, 숱한 말 바꾸기까지. “철학이나 소신 없이 그때그때 이익을 쫒아 살아온 사람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계속 말 바꾸고 빠져나가려고만 하잖아요. 노사가 극렬하게 대립해온 아픈 역사가 있는 언론사의 사장이 됐는데. 반대 목소리 정도는 안고 가야하는 것 아닙니까. 자질과 의지가 없는 거죠.”


선배들을 향한 미안함을 안고 첫 파업에 나섰던 김 기자는 이제 후배들을 위해 파업을 결심했다. 후배들이 현장에서 싸울 때 막아주지 못했다는 미안함, 좋은 YTN을 물려줘야 한다는 의무감과 절박함 때문이다.


“15년차인데 그중 10년을 갈등 속에서 보냈어요. 벌써 현장 뛸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앞으론 후배들을 뒤에서 지원해주고 가르쳐야 할 시간이 더 많을 겁니다. 후배들이 울분, 억울함을 벗고 쓰고 싶어 하는 기사를 맘껏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선배라면 그래야 하는 거니까요.”



“좋은 뉴스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죠”
나연수 기자(2010년 입사, 2번째 파업)


“파업에 동참하기 때문에 당분간 뉴스를 진행하지 않습니다. 스튜디오 밖에서 더 좋은 뉴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YTN 아침뉴스 앵커인 나연수 기자가 지난달 31일,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남긴 클로징 멘트다. “파업에 동참한다”는 발언은 화제가 됐고 나 기자에게 고맙다, 잘했다는 문자를 보낸 동료들도 많았다. 정작 나 기자는 “격려문자가 뜻밖이었다”고 했다.


앵커 자리를 하루만 비워도 이유를 밝히는 게 시청자에 대한 예의라고 배웠다. 파업을 시작하면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사실대로 설명했다. 그는 “당연한 일이 대단하게 느껴질 만큼 우리 상황이 힘겹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나 기자가 파업에 나선 건 ‘좋은 뉴스’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가 입사한 2010년 YTN은 2008년 해직사태와 2009년 파업 여파로 뒤숭숭했다. 기자들은 여전히 투쟁 중이었다.


“제가 대학생 때 시청자로 접했던 YTN은 돌발영상처럼 늘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언론사였어요. 그걸 보면서 입사 준비를 했고요. 그런데 들어와선 노사가 다투고 갈등하고 무너지는 모습만 봐왔어요. YTN 영광의 시대를 겪어본 적 없는 거죠.”


2012년에도 공정방송 외치며 파업했는데 달라진 건 없었다. 안에선 고군분투했지만 밖에선 ‘기레기’로 불렸다. 의사결정권을 쥔 간부들은 기자들이 주장해왔던 공정방송과는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무력감, 열패감이 커져갔다.


“계속 싸워서 그나마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보도를 하려 했는데 시민들 보기에 공정한 방송은 아니었던 거예요. 죄책감 들고 분노도 하고. 우리 투쟁이 티 나지 않는 것에 지치기도 하고요. 이런 정서들이 지난 10년간 퍼져있었습니다.”


YTN 노조가 최남수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건 사장 개인의 부적격성뿐 아니라 내부 적폐와의 싸움을 끝내기 위해서다. YTN을 재건하고 ‘공정방송’하겠다는 움직임이다. 나 기자는 “지난 10년간 지속돼온 상황을 매듭지어야 할 시점에 최 사장이 내정됐다”며 “그 싸움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데 조합원들의 분노가 타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막내로 2012년 파업을 치렀던 나 기자는 올해는 노조 집행부를 맡아 파업을 이끈다. 선배들을 따라 즐겁게 투쟁했던 그때보다 이번엔 마음이 더 무겁다. 쉽지 않은 싸움이지만 반드시 이길 것이라 확신한다. 좋은 뉴스를 해야 한다는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최 사장이 나간다고 해서 당장 혼란이 끝나진 않을 거예요. 최 사장 퇴진이 YTN 정상화의 시작인 겁니다. 그 이후에도 해야 할 일이 많아요. 구태의연하지 않은 뉴스, 활기찬 조직. 입사 전 제가 기대했던 YTN으로 하루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바뀌지 않을 거란 무력감 떨쳐내야죠”
임성호 기자(2013년 입사, 1번째 파업)


최남수 YTN 사장은 지난 2일 사장실 앞에서 대치한 YTN 구성원들을 향해 ‘집단린치’라고 비난했다. 이날 오전 MBC 뉴스에 출연해 “대화 나누고 싶다”고 밝힌 그는 구성원들이 호소와 절규에는 묵묵부답이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임성호 기자는 “절벽을 마주하는 느낌이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임 기자는 처음부터 최 사장을 반대했다. 최 사장이 YTN을 두 번 나갔을 때는 IMF 외환위기와 해직사태, 공교롭게도 회사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다. 동료들과 고통을 나눈 경험이 없고 책임져본 적 없는 사람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임 기자는 “이런 행적만 봐도 그 사람은 바뀌지 않을 것 같았다”며 “역시나 예상대로였다”고 했다.


2013년 입사 후 올해 처음으로 파업하는 임 기자는 “경험해보지 않아 솔직히 불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두려움이 불쑥 떠오를 때마다 함께 현장을 뛰었던, 보도가 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세월호 유가족들의 3보1배를 땀 흘리며 취재했던, 좋은 기사 써보자고 다독였던, 부당함에 맞서 싸웠던 선배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기자생활 6년 동안 보람보다 무기력감, 자괴감을 더 많이 느꼈다. 현장기자의 판단은 무시되기 일쑤였고 권력비판 보도의 칼날은 데스크를 거치며 무뎌졌다. 기사에 대통령이나 권력기관명을 쓰지 말라는 지시도 있었다. 세월호 참사는 정부 보도자료를 받아쓰는 수준에 그쳤고 최순실 국정농단은 제대로 취재도 못 해봤다고 했다. 


“어느 간부는 ‘국정농단 사건을 보도해야만 언론사느냐’는 말까지 하더라고요.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이 컸어요. 그동안 투쟁해왔던 선배들도 지쳤을 것 같아요. 더 이상 바뀌지 않는다는 무기력감, 체념이 느껴졌습니다.”


임 기자는 이 상황의 책임이 최 사장 뒤에 있는 간부들에게 먼저 있다고 강조했다. 보도참사의 장본인이자 구체제의 타성에 젖어있는 이들이라는 것이다. 그는 “최 사장이 퇴진해야 하는 이유는 개인의 결격사유도 심각하지만 그분이 있는 한 지금의 보도관행, 취재보도시스템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임 기자와 YTN 구성원들에게 이번 파업 승리는 절박하다. 대통령, 권력을 비판 못 하는 보도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시청자의 신뢰를 잃는 것을 넘어 생존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임 기자는 말했다.


“최남수라는 인물이 상징하는 게 적당히 하면서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관행이예요. 세월호 참사,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기계적 중립이라는 보도관행이 오히려 사회에 해를 끼친다는 게 드러났잖아요. 그만하고 싶어요. 이제 탐사보도 하고 싶고 권력형 비리도 파헤치고 싶습니다. 최 사장 퇴진이 그 시작일 겁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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