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사무처장 내정자 사의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처장 인사가 결국 무산됐다. 방문진 관계자에 따르면 신임 사무처장으로 내정된 윤병철 MBC 부국장은 지난 5일 저녁 방문진에 사퇴 의사를 전했다. 방문진 사무처 관계자는 윤 부국장의 사의를 전달받고 다음날인 6일 오전 (이 사실을) 이사들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방송문화진흥회.(연합뉴스)

윤 부국장은 7일 기자협회보에 억울함이 많지만 다 내려놓았다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사의를 확인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이사회 표결을 통해 사무처장으로 내정됐으나, 방문진 노조와 언론노조MBC본부 노조 등 구성원들에게 선임 철회를 요구받아왔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달 31공영방송 MBC의 적폐청산, 제대로 가고 있나제목의 성명을 통해 그는 김재철-안광한 체제에서 신사옥건설국 부국장 등을 맡으며 이력만으로도 이미 공영방송 관리감독 기구의 중책을 맡기기에 적절한지 의문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MBC 구성원들의 신망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MBC본부는 적폐 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후퇴시키고, MBC 정상화라는 구성원들과 시청자들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조금씩 후퇴하고 무너지면 더 이상 MBC에 미래가 없다고 꼬집었다.

 

방문진 노조도 이날 성명을 통해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의심되는 의혹이 있는 윤병철씨를 사무처장으로 임명한 것은 이사회의 공정한 의사결정을 불신케 하는 자기모순이며, 불통의 낙점인사로 볼 수밖에 없다조속한 시일 내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검증을 거쳐 새로운 사무처장을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윤 부국장이 방송독립 침해에 저항하거나 항의하는 언행을 보여주지 않은 점 외에도 과거 성희롱 의혹을 들며, 선임 철회를 주장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시사교양국 시사제작 운영팀 차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파견직 근로자 A씨를 데려다주겠다며 차에 태우고 언어적인 성희롱을 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사내 게시판이나 메일을 통해 알려졌다.

 

윤 처장은 성희롱 의혹에 대해 사실 무근이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윤 처장은 방문진에 제출한 경위서를 통해 본인과 관련한 성희롱이 있었던 것처럼 성명서가 나고 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부분에 대해 참담함과 유감을 금할 수 없음을 말씀드린다비록 16, 17년이 지난 오래된 일이지만 저를 음해하여 촉발된 성희롱 내용으로 이런 성명이 나온 건 MBC에서 오로지 정직과 성실로 살아온 저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고 사실상의 인격살인이라고 생각하며 심한 자괴감과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일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도 성희롱 한 적 없다. 이런 얘기가 불거질 당시 법적 대응을 할까 했지만 회사에 누를 끼칠까 가슴에 묻었다이번에는 제 가족들까지 다 알아버렸다. 소명을 안 해주면 저는 두 딸을 둔 아버지로서 면목이 없다고 밝혔다.

 

방문진은 이번 윤 부국장의 사의로 사무처장 공석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방문진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후속 공모나 선임절차에 대한 논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공석은 임무혁 전 사무처장 해임 이후 맡아온 최재영 국장이 3월까지 직무대행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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