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 사장, 9개월 보궐임기 특수성 감안돼야

언론노조 KBS본부 'KBS 새 사장의 조건, 자질 그리고 과제' 토론회

최승영 기자 | 2018.02.08 19:18:40

공영방송 KBS의 새 사장 선임에 9개월의 보궐 임기가 갖는 특수성이 충분히 감안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8일 서울 여의도 스카우트빌딩에선 언론노조 KBS본부가 주최하고 기자협회·PD협회 등 사내 10개 직능단체가 후원한 ‘KBS 새 사장의 조건, 자질 그리고 과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요지는 공영방송 KBS의 새 사장은 어떤 조건과 자질을 갖춰야 하는지, 어떤 사항이 선임에 고려돼야 하는지, 이를 두고 남아 있는 과제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논의다. 이날 100여명의 구성원들이 토론장을 찾는 등 140일 넘는 최장기 총파업 끝에 맞은 새 사장 선임 국면에 KBS 구성원들은 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와 KBS사내 10개 직능단체는 8일 서울 여의도 스카우트 빌당에서 새 사장의 자질과 조건 등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인 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과교수는 독립성, 자율성, 전문성이라는 공영방송사 사장 덕목에 대해 강조하면서도 “새로 뽑는 사장은 8~9개월의 보궐임기를 갖게 돼 있다. 연임을 하든 중도 교체되든 1~2기로 나눠질 수밖에 없다. 이 역시 같이 고려돼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미 출마를 결심한 분들이 계시는데 그 분들도 사실 8~9개월을 하고 그만두려고 하진 않을 거다. 하지만 재임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며 이병순·조대현 전 KBS사장의 불신임 사례를 들었다. 


공영방송사 사장으로서 갖춰야 할 독립성과 자율성, 전문성 같은 철학·자질은 수없이 거론됐다. 미디어환경 급변 가운데 공영방송이 당면한 위기 상황과 해법 역시 차기 사장이 갖춰야 할 중요한 인식이다. 조 교수의 지적은 이 같은 부분과 함께 1년이 안 되는 보궐임기를 수행하는 특수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KBS의 새 사장은 고대영 사장 해임 후 잔여기간을 임기로 한다. 9개월 가량으로 기간은 짧지만 정상화 작업의 첫 발을 내딛는 시기에 중책을 부여받는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도 이 지점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아주 냉정하게 얘기하면 9개월 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가장 잘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사장이 되는 게 맞다고 본다”며 “그 결과로 3년을 더 보장(연임)받을 수 있으면 좋을 거다. 하지만 3년을 더 하기 위해서 9개월을 쓰는 방식이 돼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현 KBS의 상황을 ‘이행기’라고 명명했다. 새 사장이 맡게 되는 역할은 ‘비상시기의 관리자 역할’이라고 했다. 그는 “밀도 높게 1년 미만 동안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고 비상시기 관리자로서 이 비상시기를 정상시기로 어떻게 이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요체일 것”이라며 “자기가 다리가 될 수 있다는 인식과 선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공영방송사 사장으로서 갖춰야 할 자질 혹은 덕목에 대해 밝혔다.

이영섭 전 KBS기자협회장은 ‘적폐 청산과 디지털 혁신’, 방송독립과 제작자율성 확립을 위한 ‘KBS편성규약 개정’, ‘보도본부장·보도국장에 대한 임면동의제’ 등을 제시하며 신뢰의 위기, 시장의 위기라는 KBS의 과제 극복이 새 사장의 임무임을 강조했다.


그는 “기자협회장 임기 중 1년 동안 보도위원회 개최를 얘기했지만 내부 견제 장치가 전혀 작동 못한 게 사실”이라며 “이와 관련한 강제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보도국장 등 임명 시 구성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임면동의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KBS기자협회장은 “위기 타개의 답은 창의성과 제작 자율성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조건이 이뤄지면 장기적으로 신뢰회복과 경영성과 수신료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KBS도 과거의 이른바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인적 자원들이 사라진 게 아니라 못하게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부연했다.


강윤기 언론노조 KBS본부 정책실장은 KBS 새 사장이 갖춰야 할 조건을 제시했다. △지난 시기 정권의 언론장악에 맞서 함께 싸워온 인물 △언론적폐 청산과 내부 개혁을 실천해 KBS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인물 △수도권 중심이 아닌 지역의 여론과 문화형성의 중심 매체로 KBS를 바꿔나갈 수 있는 인물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KBS가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인물 등이다.


강 정책실장은 MBC의 사례를 들며 “모든 과정은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뤄졌고 제한적이긴 했지만 국민들과 구성원의 참여 또한 보장됐다”며 “국민들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국가기간방송 KBS의 새 사장 선출은 MBC보다 투명하고 국민들과 구성원들의 더 큰 참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언론학박사인 김대식 KBS 경영협회원은 정치권력은 물론 자본권력으로부터도 KBS를 어떻게 지킬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 2016년 10월 한국PD연합회가 회원들 대상으로 진행한 협찬과 PPL 관련 설문 결과를 공개, “수신료를 주재원으로 운영돼야 할, 또 40%가량의 재원을 수신료로 쓰는 KBS PD들 역시 ‘협찬·PPL이 제작여건에 영향을 미치고 있냐’는 질문에 91.7%가 ‘그렇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영향은 프로그램 완성도 훼손, PD의 자율성 침해, 방송의 공정성 침해 등이었다.


김 협회원은 “기본적으로 권력에 장악됐다. 유착됐다는 시선이 많다. 큰 차원에서 맞는 분석이고 부정할 수 없지만 내밀하게 보면 회사 내에서 사유화가 진행된 부분이 많다”며 “직이나 업무를 본인의 영달을 위해서 입신을 위해서 경영진의 명령이나 지시를 따르고 적극적으로 개진해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력과 유착돼 공영방송을 망가뜨리고 본인 업무를 통해 사익을 채우는 등 공영방송 종사자로 적절치 못한 행동을 한 사람도 정리돼야 한다”고 했다


김언경 공영방송 정상화 시민행동 상황실장은 인적 적폐청산과 보도내용의 개선 역할을 강조했다. 아울러 비정규직, 외주제작, 작가 등 방송사 내 처우개선 문제를 후순위로 놓지 않는 분이 사장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최근 미투 운동 등 흐름과 비정규직 처우 개선 필요성을 누차 강조하며 “인권 감수성이 높은 분이 돼야 한다. 타 방송사에서 프리랜서 정규직화, 독립영화 저작권을 돌려준 사례 등을 포함해 먼저 나온 것들은 물론 더 앞서 가는 연구를 내놓고 실천해야 한다. KBS 정상화는 결코 정치적인 부분에만 있는 걸 인지하고 있는 분이 사장이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말미 플로어에서 인적 적폐청산의 방법론을 묻는 질문에 정준희 교수는 “사람을 찍지 말고 행위를 찍어야 한다. 어떤 행위들이 문제인가를 일단은 명확하게 하는 게 중요한 거라고 생각한다. 제작보도와 관련해선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 직능이 해야되는 윤리기준이란 것이 합의된 게 있어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준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는 기준을 만드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예컨대 고대영 사장 시절 경영혁신 이름 하에 도입된 여러 일들이 있지 않았나. 실제 이런 것들이 공영방송의 가치를 왜곡하거나 오도하는 중요한 정책 중 하나였는데 이런 정책 리스트를 만들고 그 리스트가 어떤 이유에서 어떤 정당성에 근거해 진행됐는지를 백서화할 필요가 있다.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논쟁 자체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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