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간부, 대리민원 통해 '정권 청부 심의'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간부가 친인척 명의를 도용해 민원을 제기하고 특정 방송에 제재를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정권에 불리한 방송 내용이 심의 대상이었다.


방심위는 19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김 모 전 방송심의기획팀장에 대한 업무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방심위에 따르면 김 전 팀장은 지난 2011년부터 6년 동안 자신의 친인척 이름으로 총 46건의 방송 관련 민원을 몰래 신청했다. 조사과정에서 그는 “전 위원장, 부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하며 파장이 일고 있다. ‘청부심의’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지난 2015년 KBS 다큐멘터리 '뿌리 깊은 미래'. 당시 방심위는 왜곡된 역사 인식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경고' 징계를 내렸다.

당시 방심위는 심의로 올라온 46건 가운데 법정제재 19건 등 33건에 대해 제재를 결정했다. 상당수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불리한 내용의 프로그램들이었다. 대표적인 안건은 지난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KBS가 특집 방송한 다큐멘터리 '뿌리 깊은 미래'다. 6·25전쟁을 다룬 이 프로그램에 대해 당시 방심위는 왜곡된 역사 인식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법정제재인 '경고' 처분을 내렸다.


지난 2013년 5월 국산 헬기 수리온 실전 배치 기념식에 참석한 박근혜 당시 대통령 소식을 다룬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도 대리 민원을 통해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북한 인공기를 나란히 배치한 사진을 뉴스 화면으로 노출한 점을 문제 삼았다.

 

김 전 팀장은 ‘대통령 폄하 방송 심의 요청’이라는 이름의 민원을 넣은 것을 포함해 JTBC 뉴스 프로그램에 대한 대리 민원을 8건을 제출했다. 방심위는 모니터, 민원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편법으로 안건을 상정한 것에 대해 ‘청부심의’로 판단하고, 담당자 ‘파면’과 함께 관련 사안을 검찰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다.


이날 민경중 방심위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와 검찰수사 의뢰는 그동안 방심위가 정치심의, 편파심의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걸음”이라며 “방심위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유지하도록 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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