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YTN에 시급한 건 청와대 간담회가 아니다

[기고]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 YTN 노조에 따르면 청와대에서 곧 있을 언론사 사장 간담회에 최남수 사장이 초청을 받았다고 한다. 최남수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두 달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YTN 노조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는 YTN 노조만의 우려는 아니다. 현 정권을 탄생시킨 촛불 민심의 가장 큰 바람 중 하나가 언론개혁이었다는 점에서, 최남수 사장에게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들은 그가 과연 언론개혁에 적합한 인물인지 의구심을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최남수 사장에게 제기된 의혹들 중 일부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산 헌납에 대해 ‘위대한 부자의 아름다운 선행’이라고 표현하는 등 과거 여러 칼럼들에서 정권을 칭송하거나 코드를 맞추는 식의 권력 지향적 태도를 보인 점, 간호사를 성적 대상화하는 내용의 트윗으로 대한간호협회로부터 항의 및 사과 요구를 받은 점, 한 기업체 관계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왜 한국 사람들은 일본에 사과하라는지 모르겠다”고 발언하는 등 왜곡된 역사관을 보였다는 의혹, 간통죄 폐지 이전 한 여성과 내연 관계를 맺었다는 불륜 논란, 많은 이들에게 악어의 눈물이란 비판을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 당시 눈물을 두고 “개인적으로 대통령의 눈물은 진정성이 있다”라고 SNS에 언급한 점 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최남수 사장은 악의적 인신공격이라고 반발하지만, 문제제기의 대상 자체가 최남수 개인이 아니라 언론사 사장으로서의 자격에 대한 것이기에 인신공격이라고 할 수는 없다. 원래 이런 문제들은 YTN 사장 선임 과정에서 제기되고 검증되었어야 하는 것들이다. 사장 선임 후에 논란이 계속 불거진다는 건 오히려 부실한 검증을 통해 사장 선임이 이루어졌음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유사한 비판을 받은 다른 공직자들의 반응을 보면 자신에 대한 문제제기를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이해하는 최남수 사장의 주장이야말로 과도하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노래방 이용 건으로 청문회에서 강한 질책을 받고 즉시 사과를 한 양승동 KBS 사장, 불륜 의혹을 받고 자진사퇴를 한 기술신보 이사장, 역시 불륜 의혹만으로 출마를 포기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이들 중 누구도 최남수 사장이 받고 있는 비판의 이유에 비해 그 정도가 더한 경우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즉시 사과하고 사퇴를 한 건 개인이 아닌 공직자로서의 자격 기준을 자신에게 적용했기 때문이다. 

 

정말 과도한 건 최남수 사장이 YTN 노조와 직원들에게 보이는 태도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까지 배석한 자리에서 한 합의를 파기하고, 전 정권에서 오랫동안 보직을 맡았던 이들을 배제해 달라는 충분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이 요구를 묵살한데 대해 항의하는 조합원들을 상대로 업무방해 가처분신청을 내는 모습은 매우 공격적이고 감정적이다. 특히 더 우려스러운 건 가처분 신청의 근거로 9년 전 공정방송 투쟁 당시의 출근저지 경력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이명박 정권 초 이루어졌던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애초에 잘못된 일, 즉 일종의 ‘전과’로 봤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 당시 임명된 언론사 사장들과 그들이 임명했던 임원들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맥락 속에 놓인 최남수 사장이 청와대라는 상징적 장소에서 다른 언론사 대표들과 함께 있는 모습은 행사 본연의 목적이나 취지가 아닌 바로 그 ‘맥락’을 연상시킬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무엇보다 지금 YTN에 시급한 건 사장이 청와대 간담회에 참석하는 게 아니라 두 달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는 파업 사태를 해결하고 방송을 정상화 하는 것이다. 부디 공표된 것처럼 방통위의 적극적이고도 실질적인 사태해결 노력이 신속하게 진행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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