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임금 보전' 걸고 재량근로합의 제안... 노조는 부결

서류상으로만 합법될까 우려 많아
"사실상 변형된 포괄임금제" 비판도

중앙그룹 사측이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대응을 위해 ‘재량근로서면합의’를 골자로 한 안을 노측에 제안했다가 거부당했다. 모든 주요 언론사가 근기법 대비책 마련에 고심 중인 가운데 공식안을 둔 최초의 노사 논의에 이목이 쏠린다.


중앙일보·JTBC 노동조합은 4월 초 대의원회의에서 근기법 52시간 축소와 관련한 사측의 ‘재량근로 서면합의’ 제안을 부결하기로 결정했다. 노측은 근기법 58조를 거론, “재량근로제는 업무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실시간으로 보고하고 지시를 받는 중앙일보·JTBC기자의 근무현실에 맞지 않는다. 사용자가 업무수행 수단, 마감(시간배분)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를 하기 때문”이라며 수용불가 이유를 사측에 전달했다. 해당 법안은 재량근로 도입 요건과 관련해 “사용자가 업무의 수행 수단 및 시간배분 등에 관하여 근로자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아니한다”고 하고 있는데 기자업무가 이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측은 대신 불가피한 업무시간 축소 분만큼의 수당감소는 보전하겠다고 했다.



중앙 한 구성원은 “추가근로에 대한 별도의 보상 하나 없는 제안은 변형된 포괄임금제를 받으라는 것”이라며 “중앙도 JTBC도 밖에서 주목하는데 약간 변형해 법만 피해가자는 건 해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법 취지에도 맞지 않고 기존 장시간 근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량근로’는 업무성격상 사용자가 시간배분이나 업무수행지시가 어려울 때 근로자대표와 사용자가 서면합의로 정한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간주하는 것을 뜻한다. 그간 언론 현실에서 기자는 정확한 노동시간 산정과 서면 합의 없이 재량근로 명목의 과로를 해왔다. 서면합의가 서류상 합법에 그치고 실제 기자들의 근로시간 준수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게 구성원들의 우려다.


타 언론사 노조에서도 사측의 제안을 기다리며 중앙을 비롯한 언론계 전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복수의 주요 언론사 노조는 재량근로 합의를 근기법의 대안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A 종합일간지 노조위원장은 “재량근로는 노사합의를 해야 하는 거고 조합원이 불리한 걸 할 순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B 종합일간지 노조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재량근로는 노동자에게 불리하다고 본다. 안하는 게 좋다는 판단”이라며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건 인정한다. 그렇다면 추가시간의 1.5배 만큼을 수당이 아닌 휴일로 보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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