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재판' 신문 사설, 비판하거나 침묵하거나

종합일간지 'MB 첫 재판' 사설 분석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자금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 111억원대 뇌물 수수와 349억원의 다스 비자금 횡령, 법인세 포탈, 직권남용 등 16가지 혐의를 받는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결백을 주장했다.


24일자 종합일간지들은 구속 후 첫 재판에 출석한 이 전 대통령의 모습과 함께 관련 기사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이 전 대통령 재판을 사설로도 다룬 곳은 경향신문, 국민일보,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였다.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관련 사설을 내지 않았다.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사설은 이 전 대통령을 향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경향신문 24일자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 <법정에서도 사죄 대신 궤변으로 일관한 이명박>에서 "공교롭게도 이날(23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린 지 1년 되는 날이었다. 이 전 대통령 재임 중 검찰 수사를 받고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9주기이기도 했다"며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얼굴에선 회한의 빛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장문의 입장문을 읽어내려갔으나 부인과 변명뿐이었다. 주권자를 배신한 데 대한, 진심 어린 사죄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하지만 증거와 진술이 차고 넘치는데, 언제까지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려 할 참인가. 진실을 숨기려 할수록 죄만 더 커질 뿐이다. 이제라도 법정에서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고 시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 24일자 사설.

한겨레는 <첫 법정에서도 '손바닥으로 하늘 가려보겠다'는 MB>에서  "이미 대부분 국민이 “다스는 엠비 것”이라는 친지·측근들의 진술 내용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니 안타까울 뿐"이라며 "구속 직후부터 검찰의 옥중 조사도 거부한 입장에서, “재판도 거부하자는 주장이 많았으나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사법의 공정성을 국제사회에 보여달라”고 재판부에게 ‘훈계’한 것도 황당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그는 이번에 기소된 뇌물수수·횡령 등 혐의 이외에도 국정원과 군·경찰을 동원한 댓글공작과 정치공작 등 숱한 국정농단 혐의를 받고 있다. 블랙리스트를 이용한 문화·언론·예술계 탄압도 그의 임기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첫 재판을 보면 그에게서 20년간 국민을 속여온 데 대한 진정한 사과를 기대하기란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국일보 24일자 사설.

한국일보는 <법정에서도 사죄 않고 혐의 전면 부인한 MB>에서 "이 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게 다스”라며 “다스는 제 형님과 처남이 만들어서 운영한 회사”라고 밝혔다.  ‘다스는 형님 회사’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라며 "1987년 설립자금이 이 전 대통령에게서 나왔고, 회사 운영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받는 등 다스가 그의 소유라는 사실이 물증과 다스 경영진 진술을 통해 드러났는데도 부정하는 모습이 딱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 전 대통령은 검찰수사 초기부터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여론의 동정을 이끌어내려 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영장심사도 거부하고 구속된 후 검찰의 추가조사에도 응하지 않았다"며 "국민에게 사죄하고 용서를 빌어도 시원찮을 판에 이젠 변명과 측근 탓만 하고 있다. 사법부가 법의 엄중함을 보여주는 길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일보와 세계일보 사설은 앞선 3개 신문사와 결이 달랐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날선 비판 대신 '공정한 재판', '참담한 역사'를 강조했다.


국민일보 24일자 사설.


국민일보는 <법정에 선 MB…공정한 재판으로 사법 정의 세워야>에서 "(이 전 대통령 첫 재판일은) 공교롭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9주기가 되는 날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꼭 1년 전 피의자로 첫 재판을 받은 날이기도 하다"며 전직 대통령들의 퇴임 후 불행한 역사가 어김없이 반복되는 우리의 후진적 정치 수준을 웅변하는 듯한 기이한 우연이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국민일보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의 치열한 법정 공방은 불가피해졌다. 재판부는 공정한 재판을 통해 사법 정의를 세워야 할 것이다. 정치 논리와 여론을 철저히 배제하고 오직 증거와 법리에 입각한 재판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이 전 대통령도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으로 일관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 변명으로 혐의를 부인하며 ‘정치적 희생양’ 프레임에 기대다가는 더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일보 24일자 사설.

세계일보는 <노무현 서거일 법정에 선 MB… 참담한 역사 언제 끝나나>에서 "또다시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선 모습을 지켜본 국민 심경은 참담했을 것"이라며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도 큰 죄를 지은 혐의가 있다면 재판부가 사실 여부를 철저히 가려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만약 대통령의 권한을 사익을 챙기는 데 사용했다면 용서받기 어렵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재판부는 증거와 법리에 따라 검찰이 제시한 범죄 사실의 진위를 가려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을 두고 정치보복 논란이 이는 만큼 정치적 오해를 증폭시키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당시 청와대 근무자들을 소환해 먼지떨이 식으로 조사했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 대통령에게 과도한 권한이 집중된 데도 원인이 있는 만큼 관련 제도를 손보는 일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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