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에 젊은 감각 더해… 디지털 세계 뛰어든 지역 언론

구독률·시청률·매출 3중 하락 속 '계급장 떼고' SNS 경쟁


지역 언론사들이 ‘올드(old)’한 이미지를 탈피해 젊은 감각의 소셜 콘텐츠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신문 구독률과 TV 시청률 하락, 광고 매출 감소로 인한 전통 매체들의 공통된 위기에 더해 젊은 이용자들이 지역 언론을 찾지 않는다는 절박함이 소셜미디어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소셜미디어에선 권역도, 경계도 없다. 유튜브에서는 ‘계급장 떼고’ 오직 콘텐츠로만 경쟁해야 한다. 이는 지역 언론사들에게도 기회의 장이 열린다는 뜻이지만, 안정적인 지역 기반을 벗어나 디지털 세상의 ‘무한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디지털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이제 지역 언론사들은 고유의 지역성을 강화하면서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올드’했던 지역 언론, ‘소셜 감성’으로 무장
지역 신문사들이 각 사의 이름을 내건 OO일보TV를 개국하는 등 영상 뉴스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 전 일이다. 하지만 인터뷰나 신문 기사에 ‘그림’을 단순히 이어붙인 영상이 주를 이뤘고, 일반 이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랬던 지역 신문사들이 이제는 ‘소셜 감성’으로 무장하고 소셜미디어 전용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부산일보나 국제신문의 경우 디지털 콘텐츠가 신문의 ‘보조적 역할’에 머무르던 수준을 넘어섰다. 부산일보는 유튜브 채널에서 뉴스는 물론 오락적 요소나 생활정보가 담긴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트렌드를 반영한 썸네일과 자막, 감각적인 영상 등 지역 신문사가 만든 콘텐츠로 보이지 않을 만큼 수준급이다. 부산일보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5만5000명을 넘었고, 누적 조회수도 8500만 가까이 된다. 최근엔 ‘스튜디오051’이란 별도의 채널을 만들어 부산 지역 가수 지망생 등의 노래 영상을 신청 받아 소개하는 등 콘텐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김승일 부산일보 디지털본부장은 “종이신문에서 기사를 받아서 제작한다는 개념은 이미 없다”며 “‘콘텐츠 퍼스트’의 개념으로 디지털 독자들에게 맞는 뉴스나 영상을 새롭게 만든다. 더 이상 디지털이 종이신문의 하부나 후순위의 의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제신문도 유튜브 등을 통해 뉴스 외에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1만7000명 선이며, 업로드 된 동영상도 1400개가 넘었다. 때론 지면 기사와 함께 시너지를 내기도 한다. 지난 1월 국제신문이 단독 보도해 큰 반향을 일으킨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부실 설계’ 기사는 온라인에 먼저 공개된 영상 덕을 톡톡히 봤다. 잘못된 도로 설계 탓에 운전자들이 혼선을 빚는 현장을 영상으로 생생하게 보여주자 기사의 효과가 배가 된 것이다. 지난 2월 서병수 당시 부산시장이 현장을 시찰한 영상은 34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제신문 디지털뉴스부 영상팀은 디지털 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기획해 생산한다. 이런 노력으로 국제신문 유튜브 계정 누적 조회수는 2014년에 비해 8배 이상 늘어났다. 국제신문은 지난 5월3일 지령 2만호 특집호에서 “신문의 변화뿐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맞춘 이슈와 콘텐츠로 지역 발전을 도울 방법을 고민한다”며 “강화한 지역성, 종이신문의 한계를 넘어선 시민 참여 등이 국제신문 디지털 뉴스의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후발주자’로 최근 페이스북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KBS부산방송총국의 ‘다락방’도 빼놓을 수 없다. KBS부산은 지난 5월부터 페이스북 전용 콘텐츠인 ‘다락방’을 제작해 한 달에 1~2편 씩 선보이고 있다. 단독 기사나 기획 기사와 관련해 취재 뒷이야기를 풀어놓는 토크쇼 형식의 콘텐츠다. 지난해 KBS 파업에 참여했던 기자들이 KBS 뉴스를 잘 보지 않는 젊은 세대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뉴스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고민을 거듭한 끝에 탄생한 작품이다.



KBS는 본사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KBS부산만의 페이스북 페이지가 지난해 뒤늦게 개설됐을 정도로 ‘디지털 세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부산 지역 민영방송인 KNN이 ‘캐내네’라는 SNS 브랜드를 내세워 페이스북 페이지 10만 팔로워를 자랑하며 독보적으로 앞서나갔던 것에 비하면 늦어도 한참 늦었던 것이다. 하지만 뒤늦게 시작한 ‘다락방’이 단숨에 화제를 모았고, 본사에서 더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양승동 KBS 사장이 지난달 정례회의 때 직접 언급했을 정도다. ‘다락방’의 진행자이자 SNS 담당인 박선자 기자는 “기자들이 뉴스에서 다루지 못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하면서도 젊은 층이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려고 했다”면서 “지역성을 보여주기 위해 ‘무조건 사투리를 쓰자’는 원칙으로 대본도 없이 100% 애드리브로 편하게 얘기하는 콘셉트인데, 본사는 물론 타사에서도 문의가 많을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SNS 실시간 방송, ‘종합 콘텐츠 기업’ 발돋움 목표
신문 사업자를 넘어 아예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원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지역 신문도 있다. 전남일보는 지난달 창사30주년을 맞아 ‘복합미디어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앞서 지난 5월엔 사옥 이전과 함께 온-오프 통합뉴스룸 구현을 위한 통합 CMS 시스템을 구축하고, 종합문화 콘텐츠 플랫폼인 ‘비욘드 플러스’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부터 기획 다큐 제작, ‘비욘드 플러스 인터뷰’ 영상, 스마트폰용 세로 영상 제작 등 다양한 실험을 해온 전남일보는 최근 영상뉴스국(비욘드 플러스) 인력을 추가 채용하는 등 본격적으로 콘텐츠 제작 사업에 뛰어들었다. 전남일보 홈페이지 메인에는 아예 영상뉴스 콘텐츠가 자리를 잡았다. 전남일보는 지난달 19일 창간기념호에서 “앞으로 영상 뉴스와 정보 제공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아울러 “기존의 웹사이트와 모바일 홈페이지, 모바일 앱 등 서로 다른 플랫폼들을 통합한 ‘스마트 뉴스 서비스 플랫폼’을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욱 전남일보 사장은 창사30주년 기념사를 통해 “앞으로 다양한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에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며 “비욘드 플러스는 지역의 인물, 사회, 음식,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영상을 제작할 예정이며, 콘서트와 전시, 이벤트 등 경계가 없고 울림이 가득한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인천일보TV를 개국하고 5월부터 매일 오전 6시 유튜브 등에서 20분짜리 데일리 뉴스를 편성해 방송하고 있는 인천일보는 앞으로 실시간 방송까지 넘보고 있다. 또 팟캐스트 라디오방송 개국도 추진 중이다. 인천일보는 이를 통해 “지역과 지구촌을 잇는 소통 플랫폼으로서 발돋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선언적인 차원을 넘어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인력과 예산이다. 중앙 언론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인력이 부족한 지역 언론의 여건 상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소셜미디어나 디지털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인천일보TV가 개국 6개월을 점검하며 “인력, 장비, 콘텐츠 제작능력 등 여러가지 면에서 한계를 절감”했다며 ‘선택과 집중’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KBS부산의 ‘다락방’도 별도의 스튜디오나 전담 인력 없이 사실상 ‘예산 제로’로 제작된다. 때문에 ‘가성비’는 높은 편이지만, 콘텐츠 업로드 횟수를 늘리거나 유튜브 채널 운영 등 소셜 전략을 다각화하기엔 한계가 있다.


조직이나 워크플로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승일 부산일보 디지털본부장은 “‘콘텐츠 퍼스트’로 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통합 CMS도 만들어져야 하는데 기술적인 시스템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며 “내부의 디지털 전환 혁신단에서 여러 사례를 벤치마킹 하고 자료를 내부 게시판에 공유하고 있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나와 있진 않지만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고, 지금은 그런 과정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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