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 달라고 앞발 흔드는 너, 참 똑똑하구나"

토끼 '랄라' 키우는 이순지 한국일보 기자

“토끼는 잘 있니?” 우연히 회사에서 마주친 동료들이 나에게 늘 건네는 말이다. 여기서 토끼는 내가 5년이 넘게 키우고 있는 ‘랄라’를 말한다. 2013년에 서울 광진구 한 마트에서 만났는데, 흰색과 검은색 털을 가진 매력적인 친구다. 랄라는 ‘더치 토끼’라고 불리는 종인데 호기심이 많아서 ‘벽지 파손’, ‘전선 뜯기’ 등 사고를 자주 친다.


사고뭉치 랄라는 내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항상 휴가지는 토끼전용 영양제를 살 수 있는 일본이고, 월급의 10% 정도는 랄라의 병원비, 사료 값 등으로 쓰인다. 거기다 요즘에는 매주 ‘토끼랑 산다’라는 연재를 하면서 토끼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이순지 한국일보 기자가 반려 토끼 ‘랄라’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직 한국에서는 반려인이 많지 않은 ‘토끼’를 키우다 보니, 기사를 보고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것저것 물어볼 때가 있다. 가장 많이 묻는 것이 ‘토끼 지능’이다. 토끼는 지능 지수가 50 정도인데, 훈련이 가능해서 화장실도 가리고 몇 가지 단어도 알아듣는다. 아침에는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사료를 달라고 앞발을 흔들며 보채기도 한다. 참 똑똑한 녀석이다.


랄라와 살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느끼게 됐다. 사람에 치이고 일이 꼬일 때도 온전한 내 편이 있다는 든든함이 생겼다. 지금 이 순간을 잘 견디면 집에 가서 랄라와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도 큰 위로가 됐다.


종종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랄라는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진 선물이 아닐까 싶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기쁨과 슬픔을 랄라와 함께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사람 나이로 45살이 넘은 랄라는 최근 ‘하악 치근단 농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만 벌써 4번째지만, 여전히 랄라는 평소처럼 씩씩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내가 또 위로를 받는다. 데려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항상 랄라에게 무언가를 받기만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욕심 많은 반려인이라 아직도 무언가를 받고 싶으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랄라랑 딱 10년만 더 함께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아직 같이 하고 싶은 일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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