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아닌 '허위정보'라고 표현해야"

언론재단 저널리즘 2차 토론회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저널리즘 연속토론회(2차) ‘한국의 저널리즘, 기본원칙은 무엇인가?’를 열었다.

최근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현행 ‘허위정보’ 대응법제의 미비점을 개선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플랫폼 사업자에게 정보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절차에 좀 더 많은 책임을 부과하는 등 최대 공론장의 역할이 강조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개최한 저널리즘 연속토론회(2차)에서 박아란 언론재단 연구위원은 가짜뉴스 대응방향과 관련해 “페이크뉴스(Fake news) 대신 허위정보(disinformation)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박 위원에 따르면 가짜뉴스 이슈는 전 세계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단일한 최선의 해결책은 아직까지 찾지 못한 난제다. 다만 영국에선 브렉시트 당시 논란이 격화된 가운데 의회보고서에 페이크뉴스 대신 허위정보 사용을 권고한 바 있다. 그는 “법적으로 처벌 구성요건을 따로 만들려면 개념이 명확해야 하는데 다른 나라에서도 가짜뉴스 개념 정의가 합의된 게 없고 논란의 소지가 크다”며 “유럽 등에서 기존에 존재한 허위정보 개념으로 대응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제안은 가짜뉴스 대응을 위한 입법 추진이 가시화되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도 고려할 지점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에서 허위정보는 여러 법에 따른 규제 대상이다.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실을 적시한 경우 형법과 정보통신망법의 처벌을 받는다. 그 외 사생활 침해나 선거 당락에 영향을 끼칠 목적, 이익을 얻거나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기 위한 허위정보는 민법, 공직선거법, 전기통신기본법 등의 적용을 받는다. 반면 ‘가짜뉴스 대응책’으로써의 입법과 이의 실행은 불가피하게 정부나 정치권 등 견제 받아야 할 대상을 ‘진짜’와 ‘가짜’를 판별하는 주체의 자리에 놓게 만든다. 심지어 ‘가짜뉴스’가 무엇인지부터 권력이 정하게 된다.


박 위원은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책으로 “‘내용’이 페이크인지 진짜인지 여부에 대한 ‘판정’이 규제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온라인에서 ‘페이크와 진짜가 밝혀지는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따른 구체적인 실행책으론 “온라인 콘텐츠의 매개자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그 절차에 관한 책임, 즉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공정성, 불법정보의 신고 및 처리절차를 개선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가짜뉴스의 득세와 언론의 신뢰 추락이 결코 무관치 않다는 점이 강조되며 기성언론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다만 현 정치권의 가짜뉴스 관련 법적규제 강화 의사 등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김정기 한양대 교수는 워터게이트 특종의 밥 우드워드가 언론보도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진실(the obtainable version of the truth)”이라 한 말을 언급하며 “가짜뉴스와 관련해 근래 검찰을 포함해 처벌 등을 도입하려는 노력은 허망하기도 하고 필요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저널리즘에 성급한 힘을 도입하는 건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필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역시 “정부나 정치권에서 과도한 규제를 한다면 언론의 가치를 훼손하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에 압박을 가하는 행태”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도 “언론의 사회적 역할과 공신력 추락이란 현실엔 엄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문제해결은 기본원칙을 돌아보는 등 언론사 안의 자주적 노력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최근 유튜브가 가짜뉴스의 온상이라는 얘기들이 나오지만 사실 주류 언론이 페이크뉴스를 논할 자격이 있는지 심각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기성매체가 먼저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진짜 저널리즘이 SNS나 포털 등 매개체에 유통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가짜뉴스를 퇴치하고 저널리즘을 살릴 제도적 방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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