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1000억 예상되는 MBC… 조직개편 후 대규모 명퇴 예고

일각 "2012년 시용 겨냥한건가"
사측, 사내게시판서 입장 밝혀
"능력있는 인재들은 업무 과중… 반면, 해야할 일 안하는 사람도"

올해 1000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는 MBC가 명예퇴직을 포함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예고했다.


MBC는 지난 8일 사내게시판에 ‘콘텐츠 중심의 글로벌 미디어 그룹으로의 재도약을 준비하며’라는 글을 통해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개혁을 해 나가기 위해 큰 폭의 조직 개편을 단행하겠다. 통합과 슬림화를 기조로 유사 기능을 모으고, 불필요한 기능과 사업은 과감하게 포기하겠다”며 오는 21일 대규모 조직 개편 이후 명예퇴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MBC는 “능력 있는 인재들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반대로 일부 구성원들은 해야 할 일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회사는 인사 평가를 통해 기여도가 높은 인재들에 대해서는 새로운 보상 제도로 격려하겠다. 업무 성과가 낮고 공영방송에 대한 소양이 부족한 인력들에 대해서는 재교육을 거쳐 업무를 재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명예퇴직을 실시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MBC는 “직원들이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는 기회가 되고, 회사에는 미래 경쟁력을 위해 인력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더 젊고, 더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부 직원들은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구조 개혁이 불가피한 데 공감을 하면서도, 사실상 구조조정을 암시한 대목에 우려를 내놓는다. MBC 내부의 한 직원은 “일부 직군에서 연차가 높다는 이유로 일을 안 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한 건 사실”이라며 “이대로 둬선 안 된다. 변화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또 다른 직원은 “조직을 슬림화한다고 하면서 과거의 사람들을 사내로 끌어들이는 게 혁신인지 모르겠다”며 “성과를 어떤 기준에 따라 평가할 것인지도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명퇴가 지난 2012년 파업 당시 채용된 시용·계약직 사원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MBC가 지난달 31일 “파업대체인력은 불법”이라고 밝히며 조만간 이들에 대한 후속 조치를 내놓겠다는 입장을 보여서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들에 대한 ‘채용 무효’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MBC의 한 기자는 “어떤 결론을 내리든 질질 끌게 아니라 빨리 해결을 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MBC는 이번 조직개편에 따라 ‘콘텐츠 시너지본부’를 신설한다. 프로그램 제작부터 홍보·광고·유통·디지털 부문 등 프로그램 전반에 걸친 총괄 업무를 맡게 되는 콘텐츠 제작 총괄(부사장급)에는 ‘이경규의 몰래카메라’, ‘나는 가수다’ 등을 제작한 김영희 전 MBC PD가 선임됐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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