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콘텐츠라도 잘만 만들면 돈이 됩니다

브랜디드콘텐츠에 대한 독자 시선 달라져… 언론사 새 수익원으로

디지털 미디어 트렌드가 변하면서 ‘브랜디드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마케팅연구회는 2017년과 2018년 소셜미디어 마케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트렌드로 브랜디드 콘텐츠를 꼽았다. 브랜디드 콘텐츠는 브랜드의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콘텐츠를 뜻한다. 쉽게 말해 ‘광고형 콘텐츠’지만 이용자들이 광고보다는 하나의 콘텐츠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그래서 잘 만든 브랜디드 콘텐츠의 경우 이용자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공유와 확산이 일어나는 특징이 있다. 헤럴드경제의 인스파이어가 SK하이닉스의 지원을 받아 만든 ‘실패해도 괜찮아’ 시리즈가 한 예다. SK하이닉스의 ‘실패 사례 경진대회’에서 착안해 전직 피자업체 대표, 커피박물관장의 이야기를 함께 엮은 ‘실패해도 괜찮아’ 시리즈는 페이스북에서만 수십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5000회 가까이 공유됐다. 지난 9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2018 뉴미디어 콘텐츠상’ 다큐·교양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MBC 엠빅뉴스가 T맵 택시와 손 잡고 첫 브랜디드 콘텐츠 ‘고잉홈’을 제작했다. 가수 겸 방송인 김윤아 씨가 워킹맘과 함께 택시를 타고 이동하며 고민을 듣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내용이다.
이처럼 ‘돈 받고 만든’ 콘텐츠라면 눈살부터 찌푸리고 보는 시대는 지났다. 광고라도 잘 만든 콘텐츠라면 이용자들이 먼저 호응한다. 기업들도 일방적인 광고보다는 이용자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브랜디드 형태의 콘텐츠를 선호하는 추세다. 언론사의 뉴미디어 채널들이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다. 그동안 뉴미디어는 돈이 안 된다는 판단에 투자를 줄이고 그래서 뉴미디어 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됐다면 이제 브랜디드 콘텐츠 등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 뉴미디어를 ‘돈이 되는’ 사업으로 만들고 있다.


앞서 소개한 헤경의 인스파이어와 SBS의 스브스뉴스는 브랜디드 콘텐츠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이다. 스브스뉴스는 카드뉴스와 동영상으로 브랜디드를 제작하는데, 이미 12월까지 제작 스케줄이 꽉 차서 추가로 들어오는 제작 의뢰는 내년 1월로 돌려야 할 정도다. 지난해 2월 처음 팀이 꾸려진 인스파이어는 짧은 기간 안에 ‘숏다큐멘터리’ 형식의 콘텐츠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공공기관과 대기업 등의 다양한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국민일보의 ‘왱’, 서울경제신문의 ‘썸’ 등도 다양한 형태의 브랜디드를 제작했고, 한국일보도 메인 채널인 ‘프란’ 외에 ‘오리지너’, ‘블링팩토리’ 등으로 채널 라인업을 다양화 하며 브랜디드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후발주자인 MBC의 ‘엠빅뉴스’도 T맵 택시와 함께 토크프로그램 형식의 ‘고잉 홈’이라는 연작 시리즈를 지난 8일 처음 선보였다.


보통 광고주(협찬사)는 간접적으로 드러나거나 영상 또는 카드뉴스 후반에 제작지원 형태로 명기되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나 제작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카드뉴스는 1건당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대, 동영상은 1편당 2000만원대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브스뉴스 같은 경우는 브랜디드 콘텐츠 등에서 일군 수익을 바탕으로 소속 비정규직 직원을 상당 부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고, 인스파이어도 6명 규모의 팀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의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브랜디드 콘텐츠가 대세가 되었다고 해도, 언론사 안팎에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기자가 왜 돈벌이를 하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때문에 언론사들도 돈이 된다고 무조건 브랜디드를 제작하지 않는다. 서상범 인스파이어 팀장은 “단순 정보성 콘텐츠가 아닌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제품 홍보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스브스뉴스는 엄격한 자체 규정을 적용하기로 유명하다. 협찬사로부터 협찬의뢰서를 받으면서 1번에 공익적 목적을 명시하도록 요구한다. 뉴미디어국 부장단 회의에서 공정성 심사도 한다. 하대석 스브스뉴스 기자는 “덕분에 ‘공공정책과 사회공헌은 스브스’라는 영역이 확실히 구축된 것 같다”며 “공익적 목적의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하고 때로는 오리지널 콘텐츠보다 더 잘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브랜디드 전담팀의 업무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브랜디드가 많아지면서 수주를 위한 경쟁도 치열해졌다. 노골적인 광고가 언론사의 콘텐츠로 둔갑해 악성댓글을 부르는 사례도 있다. 강희경 한국일보 영상팀장은 “무조건 수주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경쟁을 하다 보면 황폐화되고 채 꽃피우기도 전에 시장이 죽을 수도 있다”며 “내부 자정을 위해 모두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대석 기자도 “결국 독자들의 만족도가 제일 중요하고 그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언론사가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언론사의 서브 모델이 이외에 마땅한 수익 모델을 찾기가 현재로선 어렵고, 디지털 쪽에서 젊은 인력들이 좋은 대우를 받고 선순환 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언론사와 기업(기관), 고객인 독자 셋 다 만족시킬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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