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디지털 중심' 조직 가속화

신문제작본부가 지면 제작 담당, 편집국은 디지털 콘텐츠 생산 주력

중앙일보가 디지털 혁신을 위해 또 한 번 조직개편에 나섰다. 콘텐츠 생산과 지면 제작 업무를 철저히 분리해 디지털화를 가속하는 방향이다.


중앙일보는 10일자로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디지털 혁신 가속화를 위한 편집제작부문 조직을 재정비한다"고 밝혔다. 논설위원실(20여명)이 생산한 콘텐츠 기반으로 종이신문을 제작하고, 편집국은 취재에 집중해 회자될만한 이야기를 발굴‧확산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중앙일보는 지난달 20일 신문제작본부(본부장 이하경 주필)를 신설하고 그 아래 논설주간과 제작국을 편제했다. 이번 개편을 통해선 신문제작본부가 종이신문 제작을 전담하도록 했다. 논설주간 산하에 논설위원실과 칼럼니스트를 두고 사설, 칼럼, 자체 콘텐츠를 선보여 종이신문의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취재기자들이 디지털로 선출고한 기사를 지면용으로 다듬는 콘텐트제작에디터(옛 라이팅에디터)를 다시 배치했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3월 본격적인 디지털 전환을 선언하면서 취재기자의 지면업무 부담을 줄일 목적으로 라이팅에디터(10명)를 도입했었다.


그러나 이들의 역할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오히려 신문에 공을 들여야한다는 인식이 퍼지자 해당 직책을 폐지한 바 있다. 이번 개편에선 콘텐트제작에디터란 이름으로 정치외교‧경제‧사회부문에 4명(논설위원 겸직)을 발령했다.


기존 디지털국을 뉴스서비스국으로 재편한 것도 눈에 띈다. 중앙일보는 신설한 뉴스서비스국에 대해 "구독자 확보를 목표로 새로운 실험을 수행하는 독립 조직"이라며 "서비스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성공 모델을 편집국에 전파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서비스국의 전략기획‧마케팅 등을 담당하는 독자개발팀, 대화형 뉴스 서비스 '썰리',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이 여기 속한다.


중앙일보의 중장기 디지털 전략 수립과 뉴스플랫폼 운영‧편집‧유통 업무는 별도의 디지털실이 담당한다. 편집국 스토리텔링 지원도 디지털실 산하 컨버전스팀이 맡는다.


이번 개편은 중앙일보가 지난해 3월 이후 편집국에 적용해온 디지털 혁신의 연장선이다. 편집국 취재기자들은 이때부터 지면 마감 없이 디지털 기사 먼저 출고해왔다. 종이신문은 이미 나온 디지털 기사의 분량을 조절해 지면편집기에 얹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지면 제작과 콘텐츠 생산 업무를 더욱 명확히 분리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게 또 한 번 단행한 조직개편의 핵심이다.


박승희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중앙일보의 디지털 작업이 급진적인 변화를 강조했다면 이번에는 업그레이드된 디지털을 하자는 콘셉트"라며 "축구경기로 비유하면 '닥공'(닥치고 공격)에서 유효슈팅을 늘리는 전략으로 변화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국장은 "기자들은 신문이라는 짐을 내려놓고 경쟁력‧영향력 있는 디지털 콘텐트에 주력할 수 있다"며 "기자들이 만든 콘텐트를 신문제작본부는 종이라는 플랫폼에 얹고, 뉴스서비스국은 이를 유통하고 장기적으로 판매하는 공정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