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특종 사진, 사진기자도 아닌 편집기자가 '찰칵'

김진욱 한국일보 기자 '신재민 병원 입원사진' 특종기

김진욱 한국일보 기자가 당시 촬영한 신재민 병원 입원 사진 원본./ 김진욱 기자 제공

지난 3일 오전. 그러니까 야근 후 오프였던 김진욱 한국일보 기자가 전날 알코올에 젖어있는 몸을 여전히 뉘이고 있을 때였다. 잠결에, 아니 술김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잠적했다는 카톡을 봤다. 이어 관악구 한 모텔서 신 씨가 구조됐다는 뉴스.


‘응? 그럼 보라매병원으로 오겠는데?’ 마침 병원이 집 앞이라 응급실로 한 번 나가봤다. 맨발에 슬리퍼 차림, 추리닝 바람으론 추우니 외투 하나를 덮어썼다. 담배 한 대를 태우는데 정오를 좀 지나 구급차 한 대가 들어왔다. 신씨가 탄 차였다. 2014년 입사해 편집만 4년 넘게 해온 기자는 그렇게 사진 특종을 했다.


“갔더니 타사 기자로 추정되는 사람들도 오더라고요. 여기가 맞나 싶었는데 (진짜) 왔고요. 사회부 관악라인이 늦게 출근하는 날이라 백업하는 후배에게 사진을 보내고 동기 카톡방에도 장난처럼 보냈는데 사진부에 보내야한다는 생각은 나중에야 했어요. 찍을 때만 해도 중요한 사진인지 몰랐던 거죠.”


신문사를 비롯해 통신사까지 10여개 언론사가 이 사진을 받아 온라인 기사에 사용했다. 타 매체에서도 입원 사진을 찍은 경우는 있었지만 김 기자가 급하게 휴대폰 카메라로 담은 모습엔 얼굴이 담겼다. 신씨는 정부의 KT&G 사장교체 시도와 적자국채 발행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한 뒤 극단적 선택을 예고했다가 이날 구조돼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회사 선배들은 “없어졌던 기자정신이 이런 식으로 나오냐”고, 동기들은 “안에만 있더니 갑자기 이러기냐”고 핀잔(?)도 줬다.


김 기자는 “정보를 받은 것도 아니고 지시도 없었고 그냥 ‘얼굴이나 볼까’ 했다. 기자라면 다 했을 일인데 우연과 우연이 겹쳐서 찍게 됐다. 다음날 출근해서 여러 매체 요청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사진부장이 특히 좋아하시더라”고 말했다.


아무튼 김 기자는 현장에 갔다. 기자가 거기 있다는 건 결코 요행일 수 없다. 안 가고 못 갈 이유를 찾지 않는 데서 우연은 사라진다. 최근 그는 국제부로 발령받고 취재기자의 삶에 적응하는 중이다. “이유나 선입견 다 필요 없고 인간에 대한 궁금증을 쓰는 게 기자잖아요. 신씨 건만 해도 ‘고시에 붙었다면 동기 비슷했겠다’ 인간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었고요. 오늘 물 먹지 않고 내일 신문에서 쪽팔리지 않는 보통 기자가 목표예요. 실상은 원고지 1매도 안 쓰다가 하루 10매 가까이 쓰려니 정신없지만요.”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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