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남북언론단체 재회… 교류 의지 확인

[금강산 새해 연대모임 참가기] 이준희 6·15남측위원회 언론본부 대변인

이준희 6·15남측위원회 언론본부 대변인. 지난 12일 군사분계선을 넘어 11년 만에 다시 밟은 금강산, 가슴속에선 뭔가 뜨거운 감정이 울컥 치밀었다. 북측 지역에서 북측 언론분과위원회 관계자를 마지막으로 만난 때는 2008년 10월 평양 남북언론인대표자회의 행사였다. 이듬해 7월30일 중국 선양에서 북측 언론분과 관계자들과 마지막 실무접촉을 끝으로 남북 언론단체 간의 공식 회합은 10년 가까이 이어지지 못했다.


무엇이 남과 북의 언론인들을 이토록 오랜 세월동안 만나지 못하게 했던가? 그리고 우리들 남과 북의 언론인들은 언제 다시 제대로 만나서 ‘통일언론’을 이야기하고, 한반도 평화통일을 향한 언론인들의 장대한 행진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인가?


기실 지난해 4월27일 판문점정상회담과 6월 조미(북미)정상회담, 9월 평양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남과 북 사이에 다시 언론교류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연합뉴스, KBS, JTBC 등 주요 언론사들이 북경, 개성공동연락사무소 등을 통해서 남북언론교류 사업을 타진한 것만 해도 여러 차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촛불정권이 들어선 지 1년 9개월, 4·27판문점정상회담이 개최된 지 현재 10개월이 경과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 초창기 남북언론교류 사업은 유의미한 진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13일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새해맞이 연대모임’ 참가자들이 금강산 삼일포에서 일출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6·15남측 언론본부(이준희) 제공

이런 가운데 지난 12~13일 금강산에서 남북해외 대표단 400여명이 참석한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 새해맞이 연대모임’(연대모임) 행사가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정일용 6·15남측위원회 언론본부(6·15언론본부) 공동상임대표와 필자, 김철훈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 등 3명이 언론 대표단으로 참여했다. 작년 6·15언론본부는 6·15남측위원회를 통하여 북측 언론분과 앞으로 수차례 남북언론교류 사업 재개를 제안한 바 있다. 이번 연대모임 행사에서 남북언론단체의 상봉이 이뤄지고 실질적인 논의를 통하여 가시적인 성과를 얻고자 하는 남측 언론 대표단의 열망은 강했다.


12일 오후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연대모임 대표자대회가 개최됐다. 남북해외 대표자들은 이날 ‘8천만 겨레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대표자대회에 이어 2시간 여 동안 시민(언론, 학술, 시민사회단체 포함), 여성, 노동, 민화협, 종교, 청년학생 등 단위별 남북 상봉 행사가 진행됐다. 13일 오전에는 교육, 농민, 지역 등 상봉이 이어졌다.


시민, 학술, 언론, 문화예술분야 상봉모임이 12일 오후 금강산에서 열렸다. /사진=6·15남측 언론본부(이준희) 제공

12일 오후 금강산 관광지구 별금강식당에서 열린 남북 시민모임 상봉에서 6·15언론본부는 6·15북측위 림룡철 부위원장, 정기풍 조국통일연구원 실장, 박경수 민화협 참사 등 북측 참석자들에게 ‘평화 번영의 새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언론 분야 사업’을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정일용 6·15언론본부 공동대표는 “남북언론교류 사업을 10년 전 수준으로 복원시키자”며 “남북언론인토론회를 당장에 금강산이든 개성에서 개최했으면 좋겠고, 남북언론인대표자회의도 복원하자”고 말했다. 6·15언론본부는 △‘4·27판문점선언 및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언론인 대토론회’ 개최(4월25일~26일) △남북언론인대표자회의 재개 △남북 기자 및 뉴스콘텐츠 교류협력 재개 △남북 언론 합의서 채택과 다양한 남북 언론교류, 협력 사업 추진 등을 북측에 문서로 전달했다. 6·15언론본부는 제안서를 통해 북측에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를 더욱 힘 있게 열기 위하여 남과 북 언론인들의 힘과 지혜를 모으고, 서로 소통, 왕래, 교류로 통하여 더욱 힘차게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언론본부 등 남측 시민사회의 제안에 대해 림룡철 6·15북측위 부위원장은 “남측에서 많은 제안을 했는데 첫째 민족적인 것 먼저 하자”며 “동질성을 찾아가고 차이성을 없애고 공통점을 찾아가면서 북과 남의 민심이 가까워지고 이런 사업을 우선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번 금강산 새해맞이 연대모임에서 남북 언론단체 간의 명시적인 합의 사항을 도출하지 못했지만 10여 년 만에 이뤄진 남북언론단체 관계자 간의 소중한 재회를 통하여 4·27판문점선언 이후 한반도 평화 시대에 맞게 남북언론교류 사업을 진전시켜 나가자는 공감대를 상호 확인했다. 6·15남측위원회 언론본부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2차남북언론인토론회(2006년 11월 금강산, 1차남북언론인토론회 개최)를 성사하기 위한 남북언론단체 간의 실무회담을 추진키로 했다. 정일용 언론본부 공동대표는 “북측 민화협에서 언론 교류 담당을 정한 것 같아 다행이다”며 “이번 금강산 접촉에서 북측의 언론교류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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