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한줄 한줄에 기자들 땀과 노력 새겨져 있어"

제50회 한국기자상 시상식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제50회 한국기자상’ 시상식이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언론계 인사, 수상자 및 가족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한국기자상은 1967년 뛰어난 보도활동과 민주언론 창달에 뚜렷한 공적이 있는 기자를 격려하기 위해 제정됐다. 언론인, 언론학자,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20여명의 심사위원회가 엄격하고 공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하며, 전통과 권위 등 여려 면에서 명실상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언론상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한국기자상 심사엔 총 92건의 후보작이 올라 이 가운데 2018년을 대표하는 수상작 5편이 선정됐다. 대상 작품은 선정되지 못했다. 정규성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아쉽게도 대상작이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부문별 수상작들 또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권력을 감시하고 약자의 편에서 정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훌륭한 기사들”이라며 "5편 모두 언론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며 밝고 깨끗한 사회, 건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기자들의 열정이 담겼다"고 평했다.


제50회 한국기자상’시상식이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언론계 인사, 수상자 및 가족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인 JTBC <안태근 성추행 사건 폭로 및 ‘미투’ 운동> 보도는 지난해 한국사회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몰고 온 ‘미투’ 운동의 기폭제가 됐다는 역사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회는 “생방송 인터뷰에 나선 검사의 결단으로 가능했지만, 인터뷰를 성사시키고 이를 18분 생방송으로 보도한 방송사의 결단과 이어진 집중적 후속 보도는 수상작이 되기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MBC의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 보도도 같은 부문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장기간에 걸친 이슈 추적과 방대한 전국 유치원 감사 자료를 일일이 확인하고 정리한 지난한 노력, 소송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공익을 위해 실명공개한 용기 있는 보도로 호평을 받았다. 심사위원회는 “덕분에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다니는 유치원 운영실태를 파악하고, 유치원들을 비교평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국민 알권리 실현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신문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보도는 기획보도부문을 수상했다. 수천 건의 재판기록을 일일이 뒤져 간병살인 가해자를 분류해낸 뒤 전국을 찾아다니며 인터뷰 등을 성사시킨 보도다. 심사위원회는 “탐사보도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역작”이라며 “가족간병의 고통과 후유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관련 자료를 취합해 국내 최초로 간병살인 통계까지 구축하며 사안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보도의 완결성이 압권”이란 심사평을 내놨다.


SBS <에버랜드의 수상한 땅값 급등과 삼성 차명 부동산> 보도도 기획보도부문 상을 받았다. 심사위원회는 “에버랜드 일대 모든 땅 소유주와 공시지가 변화를 추적해 에버랜드 땅값 부풀리기 실태와 그것이 경영권 승계작업에 활용되는 비밀스런 과정을 밝혀냈다”면서 “삼성일가의 감춰진 차명부동산을 찾아내고 국세청이 이를 알고도 묵인한 사실을 입증해 조세정의 구현에도 기여했다”고 전했다.


부산일보 <한국판 홀로코스트 형제복지원 ‘절규의 기록> 보도는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 수상했다. 심사위원회는 “30년이나 지난 과거 형제복지원의 참상을 이소자 신상기록카드와 신병인수인계대장 같은 새로운 기록 발굴을 통해 다시 이슈화하고 결국 재조사를 이끌어 내는 뚝심이 빛났다”며 “시민단체와 피해자 지원 핫라인을 운영하는 배려도 찬사를 받았다”고 호평했다.


이날 수상자들에게 전해진 트로피와 상패 모습.

연합뉴스 선양특파원으로 재직 당시 순직한 故 조계창 기자를 기리기 위해 2010년 한국기자협회와 연합뉴스가 공동으로 제정해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조계창 국제보도상’ 수상작에는 연합뉴스의 <프랑스 내 한국독립운동사 재발견>이 뽑혀 이날 함께 시상식을 진행했다.


배정근 심사위원장(숙명여대 교수)은 “심사작 기사 한줄 한줄에 새겨져 있는 기자들의 땀과 노력에 놀라고 그들의 뜨거운 기자 정신에 가슴이 벅차오르며, 날선 문제의식과 투철한 사명감에 절로 경의를 표하게 된다. 한국 언론이 살아있음을 체감하고 저널리즘의 미래에 희망이 있음을 확신하게 되는 즐거운 여정이었다”라고 심사소감을 밝혔다. 이어 “올해는 더욱 많은 우수한 기사들이 한국기자상에 오를 수 있도록 언론인 여러분의 분투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올해는 한국기자상이 제정 50회를 맞은 터라 더욱 뜻 깊은 자리가 됐다.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은 행사 브로셔에 담긴 인사말에서 “한국기자상은 72년과 80년 시대적 상황으로 시행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50회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한국의 퓰리처상으로 불리우고 있다”면서 “국내 다양한 언론 관련 상 가운데 가장 권위가 높고 공정한 언론상으로 정착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원들이 언론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할 수 있도록 취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이하 제50회 한국기자상(2018년) 수상작.

 

◇취재보도부문
△JTBC 김지아·박소연·이지혜·신진·윤재영 기자 <안태근 성추행 사건 폭로 및 ‘미투’ 운동>
△MBC 김현경·이해인·박소희·이동경 기자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
       
◇기획보도부문
△서울신문 유영규·임주형·이성원·신융아·이혜리 기자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SBS 탐사보도부 <에버랜드의 수상한 땅 값 급등과 삼성 차명부동산>
 
◇지역취재보도부문
△부산일보 안준영·김준용 기자 <한국판 홀로코스트 형제복지원 '절규의 기록'>
     
※ 제9회 조계창 국제보도상
△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프랑스 내 한국독립운동사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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