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진실·허위정보 시대… 지상파 뉴스도 팩트체크 집중

김고은 기자 | 2019.03.27 11:32:42


팩트체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최근 KBS와 MBC가 메인뉴스에서 잇따라 팩트체크 코너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면서 이 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5년 전 JTBC ‘뉴스룸’이 처음 선보인 팩트체크 코너가 이젠 지상파 방송 뉴스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8일 와이드뉴스로 개편하면서 ‘팩트 설명해주는 기자(팩설기)’라는 코너를 선보였다. 기존에 있던 ‘새로고침’이라는 팩트체크성 코너에서 사실관계를 좀 더 쉽고 자세히 설명하자는 취지로 변화를 준 것이다. 양효걸 기자의 전담 코너로 서울대 팩트체크센터에서 지원받은 인턴과 작가 등 3명이 제작하고 있다.



KBS는 지난 4일 보도국 인사에서 아예 팩트체크팀을 신설했다. 그동안 취재부서에서 팩트체크성 보도를 하거나 디지털뉴스팀에서 ‘팩트체크K’란 브랜드로 기사를 써오긴 했지만, 별도의 팀이 꾸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팀장 포함 기자 4명으로 구성된 팩트체크팀에선 9시 뉴스 데일리 코너인 ‘뉴스줌인’과 ‘팩트체크K’ 제작을 담당한다.


SBS도 오래 전부터 ‘사실은’이란 코너를 운영 중이며, ‘원조’라 할 수 있는 JTBC는 김필규 기자에 이어 오대영 기자가 2대 팩트체커로 활약 중이다. 이처럼 주요 방송사 메인뉴스에 팩트체크 코너가 고정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팩트, 즉 사실이 아닌 보도나 정보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탈진실’의 시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유통되는 허위정보의 범람은 언론의 소명을 사실보도에서 사실과 거짓을 판별하는 역할까지 나아가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증할 아이템을 찾는 것은 “광야에서의 싸움”과도 같다. 정윤섭 KBS 팩트체크팀장은 “취재하고 버리는 게 하루 평균 서너개 이상”이라며 “그만큼 아이템 정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나름의 기준이 없는 건 아니다. ‘팩설기’의 양효걸 기자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시의성”이라면서 “흥미 위주의 사실 판별은 지양한다. 괴담이라 하더라도 왜 신빙성 있게 느껴지는 지, 피검증 대상이 되는 주장의 논거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왜 틀렸는지, 뭐가 잘못됐는지 자세히 설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윤섭 팀장도 “너무 생활밀착형 아이템은 피한다”면서 “인상비평이나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도 배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치 뉴스는 팩트체크의 주요 소재지만, 정치인의 공방을 다룰 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팩트체크 보도를 팩트체크 당할 수도 있다. KBS는 지난 19일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해 “심상정 의원이 국민들은 계산식을 알 필요가 없다고 했다”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검증한 기사를 온라인에 올렸다가 일부 사실이 누락된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 다음날 오전 기사를 수정하며 검증 결과도 뒤집었다.


진위 판정이 언제나 무 자르듯 단순한 것도 아니다. 시간이 지나며 참에서 거짓에 가까워지거나 반대의 경우도 있다. 무엇을 검증할지를 정하고 검증 후 판정을 내리는 과정에 편견이 작용하기 때문에 팩트체크 자체를 의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양효걸 기자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해서 설명하지만, 시청자들 눈높이가 기자들의 지식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 됐기 때문에 ‘이게 팩트다’ 자신 있게 얘기하긴 부담스러운 상황도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정은령 서울대 팩트체크센터장은 “허위정보를 걸러내는 것만 아니라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해주는 것은 언론에 필요한 역할”이라면서 다만 “근거자료를 밝히는 것은 필수”라고 강조한다. 정 센터장은 “독자에게 판단의 근거 자료를 충분히 제공함으로써 기사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고, 독자들도 허위정보에 대한 저항력이 생길 수 있다”며 “‘우리가 취재했으니 이게 맞다’ 이런 일방적인 방식이 아니라 독자를 초대해 대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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