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뜨겁게 달군 응원 열기…골에 환호하고 실축에 울고

제47회 한국기자협회 서울지역 축구대회 예선 1라운드 이모저모

◇축구대회 백미 '열띤 응원전'
20일 서울시 중구 동국대 축구장, 서울시 중랑구 중랑구립 잔디운동장,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등 3개 구장에서 열린 제47회 한국기자협회 서울지역 축구대회에선 경기를 뛰는 선수들의 열기만큼이나 동료들의 열띤 응원이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뉴스핌의 응원은 단연 돋보였다. 뉴스핌 응원단은 ‘뉴스핌 이겨야 다리핌’이라는 현수막을 걸고 경기 30분 전부터 경기장에 와 응원 연습에 매진했다. 북, 꽹과리 같은 전통적인 응원 도구와 함께 휴대용 노래방 마이크까지 등장했다. 

김은빈 뉴스핌 기자가 열정적인 응원을 펼치고 있다.

특히 김은빈 뉴스핌 기자는 가장 열정적인 단원이었다. 휴대용 노래방 마이크에서 나오는 박상철의 ‘무조건’ 노래에 맞춰 춤추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고 목소리가 쉴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다만 김 기자의 열정적인 응원에도 불구하고 뉴스핌은 YTN과의 경기에서 0 대 1로 지고 말았다. 

김 기자는 상기된 목소리로 “응원 경력 2년차다. 이번 대회를 위해 2주 전부터 응원단을 꾸려 연습했다. 졌지만 잘 싸웠다고 생각한다”며 “뉴스핌은 이번 대회의 실패를 안고 내년에는 꼭 우승을 가져올 수 있을 거다. 뉴스핌 내년에는 우승한다!”고 외쳤다. 

“아빠! 뒤로 뒤로. 안쪽 커버해! 나이스!” 박상효 데일리안 기자의 아들 규빈(11)군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아빠를 응원했다. 예선전 전반전 후 쉬는 시간에는 아빠에게 음료수도 챙겨주고 경기 지시까지 내리기도 해 매니저, 감독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골 기회를 놓쳤을 때는 머리를 감싸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데일리안은 규빈 군의 코치 덕분인지 조선비즈와의 승부차기 끝에 2 대 1로 승리하고 32강전에서도 뉴스토마토에 승부차기로 이겼다. 박 군은 “전반전에 아빠가 계속 안 뛰어서 쉬는 시간에 적극적으로 뛰라고 얘기했다”면서 “후반전에는 아빠가 수비를 잘해서 우리 팀이 이긴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우승 4연패를 노리는 동아일보 기자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기자협회 축구대회 4연패를 노리는 동아일보는 응원부터 남달랐다. “어차피 우승은 동아일보!”라며 힘차게 구호를 외쳤고 북과 박수도구, 소형 확성기까지 등장했다. 동아일보 응원단은 선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응원단장인 한성희 기자는 “지난주부터 실시간으로 모여 구호를 정했다. 선수 분들이 잘 뛰어줘서 고맙다”며 “4연패 우승은 당연한 수순이다. 내년에 동아일보가 100주년을 맞는데 5연패까지 하는 경사가 있으면 좋겠다. 우리의 응원으로 5연패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 자녀 사생대회·종이접기 행사 북적 "집보다 더 재밌어요"
축구대회가 치러지는 동안 회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사생대회와 종이접기 등 다양한 행사도 진행됐다. 회원 자녀들은 종이접기 강사의 도움을 받으며 꽃 브로치와 새, 둥지 등을 만들었다. 

조정훈 전자신문 기자의 딸 은비(12) 양은 “앵무새를 만들고 있다”며 “그동안 아빠 따라서 축구 대회에 많이 놀러왔는데 종이접기는 처음이다. 아빠는 그동안 경기에 참여했었는데 오늘은 힘들어서 응원만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진영 한국일보 기자의 딸 신서영(12) 양은 종이접기 체험을 했다.
이진영 한국일보 기자의 딸 신서영(12) 양은 종이접기를 만들고 나서 뿌듯해하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포즈를 취했다. 신 양은 “새와 둥지를 종이접기로 만들었다”며 “재밌었고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김주성 한국일보 기자의 딸 시호(11)양은 사생대회에 참여했다. 김 양은 “축구장에서 공이 날아가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며 “밖에서 그리니까 집에서 그리는 것보다 재밌다. 상을 꼭 받고 싶다”고 말했다.

◇유니폼 기운으로 16강 진출!
이날 축구대회에선 한국일보가 유니폼을 새로 맞춰 입고 뛴 덕분인지 2013년 이후 6년 만에 예선전에서 승리했고(지난해는 상대팀의 부정으로 경기가 끝난 후 몰수승), 32강전에서 더팩트마저 물리치며 16강에 진출했다. 

또 승부차기에서 5대 4로 MBC를 이기며 PK전에서 네 차례나 진 불운도 끊었다. 김형준 한국일보 기자는 “4년 전에 유니폼을 맞췄는데 분실한 기자들이 많아 올해 새로 제작했다”며 “다른 팀들이 열심히 뛰어줘서 몇 대 몇으로 질까 얘기할 정도였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선수단이 새로 바꾼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등번호 위 선수이름 자리에 바이라인을 넣었다.
'FROZEN’ ‘SPORTIC’ ‘MEDIABOY’ ‘BLUEBIRD’ ‘ONESHOT’ 등 등번호 위 선수들의 이름도 시선을 끌었다. 김 기자는 “유니폼을 맞추면서 뒤에 이름을 새기는 건 부담스럽다는 얘기가 있어 바이라인이나 애칭을 썼다”며 “프로축구나 배구에서도 영문 이름을 쓰는 경우가 있다. 나름대로 개성이 있어 보여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입기자 시절부터 임원까지 30년간 뛴 축구대회 은퇴경기 치러  
지난 30년간 그라운드를 누빈 박선화 스포츠서울 전무는 올해 대회에서 은퇴경기를 치렀다. 이달 퇴임을 앞두고 기자로서 마지막 경기에 출전한 것이다. 1986년 서울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듬해 5월 열린 축구대회부터 매년 주전 선수로 뛰었다. 서울신문 경영기획부장을 맡았던 2004년 한 해를 제외하고, 신입기자 시절부터 임원에 올라서까지 무려 31년간 기자협회 축구대회에 출전했다.

박 전무는 이날 경기에서도 선발로 나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상대팀인 국민일보에 2 대 0으로 패했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감개무량하다. 아직도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고 은퇴경기를 마무리한 소감을 밝혔다. 

이달 퇴직하는 박선화 스포츠서울 전무(맨 오른쪽)가 30년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은퇴경기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박 전무는 서울신문을 퇴직하고 2013년 스포츠서울 임원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기자협회 회원 자격을 유지했다. 매년 축구대회에 참여하려는 이유가 컸다. 박 전무는 "평소 여러 운동을 즐겨하지만 특히 축구를 좋아한다. 대회 한 달 전부터는 개인적으로 훈련도 해왔다"며 "땀 흠뻑 흘린 경기 후에 동료들과 폭탄주 한 잔 하는 게 기가막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그는 "기자협회 축구대회는 기자들의 축제이자 선후배간 소통의 장이었다"면서 "1년에 한 번 우리 회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기자들이 함께 뛰면서 대화도 하고 건강도 챙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JTBC와 중앙일보 경기가 끝난 뒤 양팀 선수와 응원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5골이나 내줬지만 "정진호" 연호

경기 시작 전에 “살살하자” “다치지 말자”며 서로를 염려하던 양 팀 선수들은 막상 휘슬이 울리자 몸싸움을 벌이며 격렬하게 움직였다. 한 집안 식구 대결로 관심을 모은 중앙일보와 JTBC 경기는 전반 2골, 후반 3골을 몰아넣은 JTBC의 5 대 0 압승으로 끝났다. JTBC는 이상엽 선수와 서준석 선수가 각각 2골, 서복현 선수가 1골을 넣었다

 

양 팀 응원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선의의 대결을 펼친 선수들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특히 중앙일보 골키퍼 정진호 선수는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 5골이나 내줬지만 여러 차례 선방을 했고 그때마다 “정진호”를 연호하던 응원단의 목소리는 경기장에 퍼졌다. 정진호 선수는 “더 잘했어야 했는데 골을 많이 내줘 죄송스럽다”면서도 “응원해준 선후배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성후·강아영·김달아·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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