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자유·행복 추구하는 땅… 베트남인은 공존에 익숙해보였다"

[기자협회 베트남 단기연수기] 문예성 뉴시스 기자

문예성 뉴시스 기자. 중국 지역 뉴스를 주로 다루는 국제부 기자로서 한국기자협회가 삼성언론재단의 후원을 받아 주최하는 베트남단기연수를 신청하고 그 땅을 밟으면서 답을 얻고 싶었던 질문은 바로 “베트남이 ‘포스트 차이나’가 될 수 있을까”, “만약 될 수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였다.  


남북미 판문점 회동이 열리던 지난 6월30일 우리 14명의 한국 기자들은 아이러니하게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됐던 베트남에 도착했다. 에어컨이 작동되는 하노이공항청사를 떠나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 기온 37도, 습도 68%의 날씨는 우리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더위, 차원이 다른 더위였다.


열악한 생활환경 속에서의 담담함은 베트남인들의 첫인상이었다. 살인적인 폭염 속에서도 베트남인들의 일상은 차분하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냉방이 되는 곳을 고집하지도 않았고, 불쾌지수가 치솟는 가운데서도 짜증내거나 혈기를 부리지 않았다.  


높은 인구밀도, 늘어나는 빈부격차 속 혼란 등 베트남의 현재 모습은 2000년대 초 중국 여느 대도시랑 비슷했지만, 당시 속임수와 사기를 자행했던 중국인들과 달리 베트남인들은 대체로 공평한 경쟁을 추구하는 성실한 사람들이었다.


평균 나이 31세의 ‘젊은 나라’로 풍부한 인적 자원이 베트남이 포스트 차이나가 될 수 있는 요소로 주목받았다면 열악한 환경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룰을 지키는 국민성도 베트남이 그런 잠재력을 보유한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이방인들에게 쉽게 다가서는 포용적인 사람들은 아니지만 베트남인들은 공존에 익숙한 사람으로 보였다. 특히 이익을 기반으로 윈윈하는 데 준비된 사람 같았다.  


7월1일 2019년 한국기자협회 베트남 단기연수에 참여한 기자들이 하노이 베트남 기자협회 건물 앞에서 베트남 측 관계자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호꽝러이 베트남 기자협회 상임부회장은 “북한이 경제를 개방하면 베트남에 있는 한국 기업들이 북한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는데 베트남 정부는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라는 질문을 받고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이익이기 때문에 베트남 정부는 투자자들이 베트남 시장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베트남 입장에서 남북한이 통일하기를 바란다. 남북이 통일 국가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와 연관해 정부는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즉 베트남 시장에서 충분한 이익을 얻는다면 외국 투자자나 기업은 떠나지 않을 것이고 베트남 정부는 외국 투자자들과 이익을 지속해서 공유하고, 이에 자신하고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15년째 베트남에 살고 있다는 우리의 가이드는 베트남에 빠진 이유가 베트남이 사실상 유일한 ‘민주사회주의국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베트남 모두 일당독재 사회주의 국가지만 여론을 대하는 모습이 너무 달랐다. 인터넷 통제 시스템인 ‘만리방화벽’을 통해 여론을 엄격히 통제하는 중국과 달리 베트남에서는 이미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우리가 방문한 베트남 최대 온라인 매체인 ‘VNEXPRESS’를 포함한 언론들은 민감한 정치적 이슈가 아닌 사회, 경제, 문화 등 대부분 이슈는 비교적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개방된 여론은 정권의 투명성으로 이어지게 되고, 전반 사회 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다.


베트남에 도착하기 전 강의에서 우리는 베트남의 모든 공문서에는 독립, 자유, 행복이라는 단어가 적혀있다고 배웠다. 이 3가지는 그들 정부와 국민이 지향하는 가치관이다. 실제로 현지에서 느끼는 사회의 분위기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시일내 베트남은 중국을 대체하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충분한 저력을 가진 국가임은 분명하다. 아울러 한국이 독립과 자유, 행복을 추구하는 베트남인들과 공존하는 법을 터득한다면 베트남은 기회의 땅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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