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위원장 "노조 투쟁 호도"…사장 담화문 조목조목 비판

SBS 사장·노조위원장 날 선 공방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맨 왼쪽)과 오정훈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왼쪽에서 2번째) 등이 지난 4월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과 박정훈 SBS 사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주주의 소유경영 분리 문제 등을 둘러싼 SBS 노사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사장이 직접 노조의 투쟁을 비판하는 담화문을 발표한 데 이어 노조위원장이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입장문을 내면서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박정훈 SBS 사장은 지난 26일 긴급 담화문에서 "노조가 대주주와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든 외부로 나가 SBS를 흔들어대든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는 사이 노조의 투쟁이 도를 넘어 우리 존립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면서 "'대주주 교체 투쟁을 방송 재허가와 연결하겠다'는 윤창현 노조위원장의 말에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사장은 이어 "노조는 지난 4월1일자 인사조직개편에 극렬히 반대했다. 노조 출신 경영위원에 대한 보직변경이 주된 반발 이유로 보인다"라며 "방송사에 있어 '소유경영 분리'의 핵심은 '대주주로부터의 방송독립'인데, 노조의 관심은 '방송독립'보다는 경영권·인사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박 사장은 "대주주는 법에 따라 이사 임면권을 갖고 있고, 임명된 이사가 이사회를 통해 회사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시장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이를 부정하면 민영방송 체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 "'방송독립’이 확실하게 지켜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노조의 주장은 소유경영 분리 요구가 아니라 회사의 인사권과 경영에 노조가 개입하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지난 3월 말 '이사회 폭거'(조직개편에 따른 노사 갈등 점화 시점) 이후 노조 대표자에게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던 박 사장이 담화문을 내어 노조의 정당한 투쟁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모든 지상파 방송사 노조는 방송 재허가 국면을 고려해 투쟁을 전개한다. 태영건설(SBS 대주주)처럼 방송사 재원을 빼돌리는 관행을 바로잡고 구성원의 생존권과 시청자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재허가 과정에서 어떤 조건을 부여하느냐가 핵심적 과제이기 때문"이라며 "박 사장은 노조위원장이 SBS 재허가를 반대하는 것처럼 교묘히 왜곡해 가짜뉴스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박 사장이 언급한 '대주주 교체 문제'에 대해선 "태영건설 측이 먼저 대주주 교체 가능성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며 "2017년 9월 창업주 윤세영 회장과 윤석민 당시 부회장이 'SBS 방송과 경영에 일체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날 윤 회장은 저와 노조 수석부본부장에게 '경영권 프리미엄 받고 SBS를 팔고 싶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대주주 교체는 오히려 태영건설 스스로 언제라도 추진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윤 위원장은 "방송독립과 독립 경영 체제 확립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SBS 미래 생존의 절대적 명제"라면서 "(4월1일자 조직개편과 인사를 무효화하라는 노조의 요구는) 노조 출신 임원의 보직해임이라서가 아니라 독립 경영 원칙을 지키려던 인사를 아무런 법적 권한도 없는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이 개입해 좌천시킨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윤 위원장은 "노조는 대주주가 태영건설이든 아니든 구성원의 생존권을 가장 안전하게 보장할 수 있는 튼튼한 독립 경영 체제를 확립해야 할 책무를 안고 있다"면서 "그래서 지금의 투쟁은 더더욱 정당하다"고 밝혔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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