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란 장벽 없는 디지털… 지역만의 특화 콘텐츠로 진격”

지역언론 전현직 디지털전략 담당자들이 말하는 ‘디지털 도전기’

김달아 기자 | 2019.08.16 10:39:42


지역언론사 전현직 디지털 전략 담당자 4명에게 이 업무를 맡은 계기를 물었더니 모두 같은 대답을 내놨다. “평소 이쪽에 관심이 많았다.” 어쩌면 당연한 이유다. 하지만 중앙언론보다 열악한 지역언론에서 관심만 가지고 선뜻 ‘디지털 선봉장’으로 나서는 건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디지털 세계에 발을 디딘 이들에겐 더 늦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종이신문과 TV를 떠나는 독자·시청자들을 목격하고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 하락을 느끼며 위기를 실감해서다.


살아남기 위해 디지털에 뛰어든 지역언론사들은 그사이 크고 작은 성과를 냈다. 지금도 다양한 실험으로 정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각 지역언론사의 디지털 전략을 총괄한 김순규 목포MBC 뉴미디어부장(지역MBC디지털콘텐츠협의회장), 김기중 KBS광주 기자(전 뉴미디어추진단장), 박상일 경인일보 디지털미디어본부 부장 겸 디지털뉴스부장, 배성훈 매일신문 디지털국장과 ‘지역언론의 디지털 도전’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지역언론, 디지털에 뛰어들다
지역 신문사와 방송사들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디지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시기적으로 중앙언론들보다 한발 늦긴 했지만 그들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지역 KBS 가운데 뉴미디어 시범 사업국으로 선정된 광주총국에선 지난해 11월 뉴미디어추진단이 출범했다. 유튜브 중심의 콘텐츠 유통 전략을 세우고 채널을 연령별로 세분화하면서 구독자 범위를 넓혔다. 주요 구독자가 5060세대인 KBS광주(5만명) 채널엔 기존 방송프로그램을 재가공해 올렸다. 1020세대를 타깃으로 새로운 채널 ‘플레이버튼’을 만들고 이에 맞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했다. 플레이버튼은 개설 8개월 만에 구독자 2만1000여명을 확보하며 안착했다. KBS는 광주총국의 실험이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이 모델을 지역총국 전체에 확산하기로 했다.


추진단장 업무를 마치고 지난달 보도국에 복귀한 김기중 KBS광주 기자는 “유튜브 광고와 협찬 등으로 본사에서 지원받은 예산을 웃도는 수익을 냈다”며 “지역국을 대표해 나섰던 도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유튜브에서 5개 채널을 운영하며 구독자 총 20만여명을 보유한 목포MBC는 올해 들어 뉴스채널 강화에 나섰다. 지난 5월부터 기자들이 진행하는 시사토크쇼 ‘낭만항구’를 유튜브 데일리 라이브로 선보이고 있다.


김순규 목포MBC 뉴미디어부장은 “기존 방송 리포트, 스트레이트 기사 같은 뉴스 형식과 전달 방식이 더는 시청자들로부터 큰 반응을 얻지 못하는 것 같다”며 “미디어 생태계와 시청자들의 인식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신문사들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매일신문은 지난해 7월 편집국 산하에 있던 뉴미디어본부를 독립 조직인 디지털국으로 확대 개편했다. 올해 1월엔 유튜브 채널 ‘TV매일신문’(3만1000여명)을 공식 오픈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특히 매일신문 지면에 실린 기사를 쉽고 재미있게 전하는 영상 콘텐츠 ‘야수와 미녀’, 유쾌한 정치 토크쇼 ‘토크 20분’이 인기 콘텐츠다. 이들 콘텐츠당 평균 조회수가 1.7만회에 달한다.


경인일보는 지난 4월 조직개편으로 기존 디지털뉴스부를 뉴스분야와 미디어분야(디지털미디어본부)로 분리했다. 디미본은 영상 콘텐츠, 뉴미디어 플랫폼 관리 등 뉴스를 제외한 디지털 각 분야를 총괄한다. 지난 1일에는 디미본 산하에 부동산 전문 온라인 매체 ‘비즈엠’을 창간하기도 했다.


박상일 경인일보 디지털미디어본부 부장은 “신문 발행 부수는 안간힘을 다해 지키고 있지만 실제 종이신문을 펴서 읽는 독자 자체가 급감하고 있다. 기존 지면과 홈페이지, 포털을 중심으로 운영해서는 독자를 폭넓게 확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졌다”면서 “경쟁력 있는 자매 매체를 창간해야 한다는 내부 분석이 있었고 2년간의 준비 끝에 비즈엠이 탄생하게 됐다”고 전했다.

◇지역 콘텐츠는 지역에서만? “오히려 지역이 경쟁력”
경인일보가 부동산에 특화된 온라인 매체를 내놓은 건 디지털 플랫폼 다변화 전략 가운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결과다. 신도시 등 곳곳에서 개발이 진행 중인 경기인천의 지역지인 만큼 부동산, 개발, 교통을 자사의 가장 경쟁력 있는 뉴스 분야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통해 경인지역뿐 아니라 전국 독자들이 디지털로 경인일보 콘텐츠를 찾아보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 중 하나다.


정치적으로 보수성향이 짙은 대구에 기반을 둔 매일신문의 경우 유튜브에서도 정치인이나 정치 이슈를 다룬 콘텐츠의 조회수가 높은 편이다. 영상 속 정치인이 우스꽝스러운 가발을 쓰거나 오락용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는 등 힘을 뺀 콘셉트가 흥미롭다. 배성훈 매일신문 디지털국장은 “지역 특성과 함께 매일신문도 보수적인 신문으로 알려져 있는데, 디지털에선 재밌고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며 “매일신문을 안 보는 분들도 지역 이슈와 정치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디지털 역량을 쌓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목포MBC도 지역성을 살린 콘텐츠에 공들이고 있다. 목포MBC가 유튜브에서 운영 중인 ‘대한민국 섬’, ‘진돗개’ 채널은 각각 구독자가 2만3000여명, 1만9000여명에 이른다. 뉴스 채널(2만6000여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김순규 부장은 “지역방송사의 유튜브는 뉴스, 방송프로그램, 트로트 기반의 음악 채널 등으로 구성되는데 각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전국화, 세계화할 수 있는 소재를 발굴해 경쟁력을 추구하려는 곳들이 돋보인다”며 “섬이나 진돗개 채널은 지역적 소재임에도 전국적으로 상당히 높은 소구력을 가지고 있는 콘텐츠여서 자랑할 만하다. 디지털 공간에서 목포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KBS광주 유튜브 역시 5·18민주화운동 등 지역 특화 콘텐츠에 강점이 있다. 김기중 기자는 “유튜브에선 TV 전파권역을 넘어 전국, 세계의 시청자들과 직접 소통한다. 지역적 한계를 넘어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5·18 관련 프로그램과 영상자료를 모아두기만 했는데도 조회수가 꽤 나온다. 지역국에서 10~20년 전 제작한 다큐도 많게는 70만회 이상 재생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도전기, 구성원 설득하는 과정
디지털 전략을 짜고 직접 실행해본 네 사람은 디지털에서 정답을 찾으려면 결국 내부 구성원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디지털 담당 한 사람, 하나의 팀만으로는 회사 전체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의 디지털 도전기는 경영진과 동료들을 설득하는 과정과 다름없었다.


박상일 부장은 “이미 뉴스 유통에서 디지털이 차지하는 비중이 종이신문보다 훨씬 커졌는데, 디지털을 이야기하면 ‘종이신문 만들기도 바쁜데 자꾸 일을 만든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기사가 디지털에서 어떻게 유통되는지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그 중요성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겪으며 일부 기자들은 디지털의 효율성과 확장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KBS광주에서도 출범 초기 뉴미디어추진단을 바라보던 회사 내 부정적인 시선이 점차 옅어졌다. 과거엔 한 번 방송되고 묻혔을 프로그램들이 유튜브를 타고 다시 살아나는 걸 보면서 ‘이거 필요하네’라는 생각이 퍼졌다. 김기중 기자는 “작은 변화 하나하나가 쌓여 큰 변화를 만들었다”며 “이제 다른 지역에서도 뉴미디어팀을 만드는 게 당연한 분위기가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배성훈 디지털국장은 디지털 마인드가 자리 잡으려면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와 회사의 지원 역시 중요하다고 했다. 배 국장은 “회사의 투자와 인내가 없으면 디지털 담당자는 매번 문턱에서 도돌이표만 그릴 수밖에 없다”며 “처음부터 ‘디지털이 돈이 돼?’ 같은 조급함보다 기반을 닦을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한다. 일단 1이라도 해봐야 2를 바라보고 나중엔 100까지도 가볼 수 있지 않겠나. 저희도 영상 콘텐츠를 시도하지 않았다면 그런 길이 있는자도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규 부장은 전형적인 조직구조와 직종 간 벽이 만드는 경직성을 깨야 언론사가 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는 PD니까 TV프로그램만 만들어야 해’, ‘기자니까 평생 기사만 써야 해’ 같은 인식이 디지털에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김 부장은 “이제 언론사 구성원은 크리에이터가 돼야 한다. 각자의 재능을 기자, PD 업무에만 쓸 게 아니라 직종을 뛰어넘어 소통하고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언론사 조직이 경직성을 벗어나지 못하면 앞으로 생존 방법을 찾지 못할 것이다. 지금 우리도 그 벽을 뚫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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