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위 소명자료에 제보자 등 민감한 정보 다 써서 냈더니…

반박 소명자료 접수된 그대로 정정보도 신청인에 전달
전문가 "숨길 정보 지워서 내고 언론사·기자 스스로 주의해야"

주간지 A기자는 최근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 조정 과정을 거치며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신청인의 정정보도 요청을 반박하기 위해 장문의 소명자료를 제출했는데, 언중위가 자료를 그대로 신청인에게 보냈기 때문이다.


A기자는 “당연히 언중위에서만 보는 줄 알고 제보자나 취재원 정보를 지우지도 않고 보냈는데, 그대로 신청인에게 넘어갔다는 소리에 당황했다”며 “내 자료를 보고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신청인들이 빠져나갈 수 있지 않나. 또 제보자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어 좌절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그러나 이는 기자의 과실이다. 민사소송 등에서 법원은 원고의 소장과 피고의 답변서를 상대방에게 송달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민사소송법·민사조정법 등을 준용하는 언중위에서도 신청인과 피신청인의 제출 자료는 원칙적으로 상대방에게 보내게 돼 있다. 언중위 관계자는 “신청인과 피신청인이 합의를 할 수 있도록 서로 어떤 주장을 하는지 자료를 보내고 있다”며 “그런 절차를 조정안내문 외에 조사관이 구두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A기자는 다만 “소명자료가 상대방에게 그대로 넘어간다는 얘길 담당 팀장이나 저나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판이나 조정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소규모 언론사, 기자의 경우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거듭해야 한다고 전했다. 법무법인 예율의 허윤 변호사는 “안타깝긴 하지만 언중위에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언론사, 기자가 먼저 주의를 해야 될 것 같다”며 “일반 재판에선 숨겨야 할 정보는 지워서 자료를 낸다. 제보자 등을 가려야 한다면 언중위에도 그렇게 내야 하고, 사안이 복잡하다면 사전에 변호사의 검토를 거쳐 자료를 내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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