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까지 이어졌지만, 조국 해명으로 끝난 기자간담회

당일 급조·강행… 현장 기자들 “기울어진 구도로 진행”
청문회 무산 4시간 만에 시작, 기자단 ‘하루 연기 제안’ 거절당해
초반엔 민주당 출입만 허용… 각 사 검증팀·법조팀 참석도 어려워
“기자들, 증인·자료 요구 못하고 욕먹는 환경의 간담회 들어간 셈”

최승영, 박지은 기자 | 2019.09.03 22:59:05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그간 제기된 의혹와 관련 기자들에게 답변하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 무산 4시간만에 진행된 간담회 자리는 여권의 일방적인 강행, 조 후보자의 해명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형식 등으로 언론계로부터 비판의 목소리를 받고 있다. /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인사청문회 대신 개최한 2일 기자간담회를 놓고 언론계 비판이 거세다. 간담회가 열리기까지의 일방적이고 급박한 절차 강행, 연속된 질의가 보장되지 않은 기울어진 형식으로 사실상 조 후보자의 해명을 듣는 자리로 끝났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청문회를 무산시킨 여야 정치권은 빠진 채 조 후보자의 해명에 들러리를 서게 된 언론이 집중포화를 받는 풍경만 남았다.


이날 참석한 대다수 기자들은 조 후보자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듯 밀어붙인 기자간담회에 큰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는 청문회가 무산된 지 4시간 만인 오후 3시30분께 시작, 자정을 넘긴 오전 2시16분에 끝났다. 기자단은 내실 있는 진행을 위해 3일 개최를 제안했지만 여당 지도부는 ‘절대 불가’ 입장을 밝혔다. 준비시간이 부족했지만 국민의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도 이 같은 자리를 취재 거부하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갑작스런 일정에, 민주당이 처음 참석대상을 ‘민주당 출입기자’, ‘1사1인’으로 제한하며 검증팀, 법조팀 기자들의 참석도 쉽지 않았다.


신문사 A 기자는 “겉으로는 기자단과 상의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통보였다. 준비시간도 부족해 정신없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기레기’ 지적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있는 상황에서 간담회 취재를 거부하기는 어렵다. 기자들을 사실상 들러리 세운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자들을 비판하긴 너무 쉽다. 그걸 민주당에서 이용했다는 의혹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형식이었다. 후보자 입장에서나 긍정적인 자리였다”고 덧붙였다.


신문사 B 기자는 “기자들은 증인출석, 자료제출요구를 할 수 없다. 준비시간은 부족했고 실제 질문 수준도 높지 않았다. 무슨 질문을 하든 화살은 기자에게 돌아간다. 언론이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모든 환경에서 들어간 셈이다. 개별 회사가 모인 국회 기자단이 몇 시간 내 빠르게 행동하기도 어렵고 판이 만들어졌으니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언론 자체가 놀아난 거라 본다”고 말했다.


간담회라는 형식 자체가 조 후보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게임의 룰’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간담회에는 200~300여명의 기자가 참석했다. 많은 기자에게 순서가 돌아가도록 질의는 상대적으로 짧았고, 답변시간은 넉넉히 보장됐다. ‘균등한 기회’ 명목으로 기자당 질문수가 제한되며 연속된 질의가 불가능한 방식이었다.


방송사 C 기자는 “질문 한두개에 대한 답변으로 밝힐 수 없는 사안이 많았다. 따라가는 질문을 해야 하는데 ‘다양하게 질문 기회가 돌아가야 하니까’라는 이유로 질문 수를 제한했다. 열 사람이 10m씩 100m 땅을 파야하는데, 각자 구덩이를 10m씩 파는 게 됐다. 다 궁금한 게 다르고 다른 언론산데 나 다음 누가 질문을 이어하겠나”라고 했다. 이어 “인원을 제한하든 기자단끼리 합의를 시키든 파고들게 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못하면서 (질문)집중도는 분산되고 완전히 기울어진 구도로 진행됐다”고 부연했다.


방송사 D 기자도 “질문이 예리하지 못했고 더 잘 했어야 한다고 본다. 변명하자면 기자들은 뭐가 있으면 바로바로 기사를 작성하니 애초 그 자리에서 새로운 게 나올 수 없는 구조였다. 갑자기 열린 기자회견을 위해 기사를 묵힐 수도 없으니 이미 나온 의혹을 물어보는 형식밖에 안됐다”면서 “간담회는 말 그대로 묻고 답할 뿐이지 자료에 대한 논박이 있을 수 없었던 한계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이 같은 자리가 마련된 이유는 인사청문회를 무산시킨 여야 정치권 탓이지만 기자간담회 이후 온갖 비판은 언론들에 쏠리는 모양새다. 신문사 E 기자는 이에 대해 “여야가 책임을 방기한 건데 기자들이 욕을 먹는다. 무엇보다 어제 자리는 조 후보자에게 제대로 질문해도 욕먹고 안 해도 욕먹는 그냥 조 후보자 혼자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나 싶다”면서 “진행을 한 민주당은 처음엔 어떤 질문이든 받겠다, 무제한으로 하겠다 해놓고 ‘똑같은 질문은 자제해달라’, ‘그게 왜 문제냐’는 식으로 계속 얘기해 기자들 항의를 받기도 했다. 애초 간담회를 추진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방송사 F 기자는 “답변 내용이 의미 있었는지는 회의적이다. 다만 국회 청문회가 무산됐으면 그냥 임명을 강행할 수도 있는 건데 직접 해명 기회를 가졌다는 거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기자는 그 사람을 지지하든 그렇지 않든 따져 묻는 직업이란 걸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의혹을 풀어보려 묻는 건데 질문을 하면 ‘기레기’란 말이 붙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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