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지명일부터 한 달 간 지면·메인뉴스 관련기사 2893개

기자협회보, 9개 일간지와 지상파 3사 종편 4사 '조국 보도' 분석
지면으로 1714개… 조선 303개, 그 후 동아·한국·세계·중앙 순
방송리포트론 1178개… 채널A 273개, TV조선·MBN 등 뒤이어
청문회서 제기된 '네이버 118만건'… 검색 조건 따라 결과 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다. 조 장관은 후보자 시절 역대 어느 장관보다 다양한 논란에 휩싸였지만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결국 조 장관을 선택했다. 사진은 조 장관이 지난 9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다. 지난달 9일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그러나 지난 한 달간 조 장관과 관련한 각종 의혹이 쏟아지며 여야, 보수와 진보, 세대 간 대결 구도가 공고해진 데다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어 논란은 앞으로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선 이미 조 장관 관련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조 장관은 후보자 시절 역대 어느 장관보다 다양한 의혹 제기를 받으며 논란에 휩싸였다. 웅동학원 채무면탈과 사모펀드 투자 의혹을 비롯해 자녀 특혜 문제까지 불거지며 관련 보도가 쏟아졌다. 일각에선 언론이 유독 조 장관을 의도적으로 흠집 내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6일 열린 조 장관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보도량을 문제 삼았다. 표창원 의원은 네이버 뉴스 검색 기준, 조 장관 지명 이후 20일간 12만7000여건의 보도가 나왔다고 했고 이철희 의원은 지명 이후 한 달간 보도된 양이 네이버 기준 118만건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네이버에선 검색 조건에 따라 기사 수가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데다 동일한 조건으로 기사를 검색해도 일관된 숫자가 나오지 않아 이를 기준으로 기사량을 분석하는 것은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를 활용하면 보다 정확한 기사량을 확인할 수 있다. 빅카인즈에서 후보자 지명일인 지난달 9일부터 지난 8일까지 한 달의 기간을 설정하고 정치인이자 학자인 인물 ‘조국’을 검색하면, 경향 국민 동아 서울 세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 9개 종합일간지에서 총 5138개의 기사가 온라인으로 출고된 것으로 나온다. 여기에 지상파 3사 기사까지 더하면 총 5899건으로, 매일 평균 190.29개의 기사가 보도된 것을 알 수 있다.



◇지면·메인뉴스 기준 조국 보도 2893개
다만 온라인 기사는 각 매체의 디지털 전략에 따라 편차가 큰 데다 속보나 예고 기사가 많다는 특성이 있다. 좀 더 정밀하게 ‘조국 보도’를 분석하려면 일간지 지면과 방송사 메인뉴스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자협회보는 이에 따라 조 장관 내정일로부터 한 달간인 지난 8일까지 9개 종합일간지, 3개 지상파 방송사, 4개 종합편성채널의 보도량을 분석했다. 그 결과 총 2893개의 뉴스가 지면과 메인뉴스를 통해 보도된 것으로 확인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종합일간지에선 기사 1714개가 나왔고, 방송사에선 1179개의 리포트가 보도됐다. 매체별로는 △조선 303개 △동아 261개 △한국 211개 △세계 178개 △중앙 174개 △경향 170개 △서울 148개 △국민 144개 △한겨레 125개 순이었다. 방송사는 △채널A 273개 △TV조선 223개 △MBN 185개 △SBS 141개 △JTBC 138개 △KBS 110개 △MBC 109개 순이었다.


흐름을 보면 조국 보도는 후보자 지명 이후 시간이 지나며 점점 치솟는 경향을 보였다. 내정 직후 폴리페서나 사노맹 논란까지 상대적으로 미미했던 보도량은 국회 인사 청문 자료 등을 통해 사모펀드 의혹이 제기되고 지난달 19일과 20일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등 조 장관 딸 관련 논란이 불거지며 급격히 증가했다. 이후 지난달 27일 검찰 수사가 시작되며 좀 더 증가했던 보도량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와 인사청문회 등이 열리면서 가파르게 치솟았다. 종합일간지의 경우 보도량이 정점을 찍었던 날은 지난 3일로 이날 지면에 실린 기사는 총 130건이었다. 대부분 전날 기자간담회 내용을 전하는 기사였다. 방송사도 인사청문회가 있던 지난 6일 가장 많은 110건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매체 한 곳당 14~15개의 조국 기사가 주요하게 다뤄진 것이다.


언론은 1면 톱기사나 첫 번째 꼭지 등 중요 위치에 조 장관 보도를 자주 배치하기도 했다. 지명 이후 한 달간 종합일간지에서 조국 기사가 1면 톱기사로 다뤄진 적은 총 100번이었다. 방송사 메인뉴스에서 첫 번째 리포트로 관련 기사가 나간 적도 총 97차례였다. 매체별로 보면 채널A가 17번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MBN(15번), TV조선(15번), 조선(14번), 한국(14번) 등이 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보도량이 지나치게 많다며 언론이 ‘광기’에 휩싸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기간 하루 평균 기사량을 보면 종합일간지의 경우 7.32개, 방송사의 경우 5.43개였다. 분명 적지 않은 수이지만 비정상적인 보도량으로 보기도 힘든 수치다. 방송사 정치부의 A 기자는 “여론의 관심이 조 장관에게 쏠려 있었으니 그만큼 보도가 나왔던 것”이라며 “조국 기사를 다른 과거 후보자들 기사와 비교하는 경우도 미디어 매체가 과거보다 훨씬 늘어난 맥락을 생략했기에 의미 없는 이야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합일간지 사회부의 B 기자는 다만 “조국 기사 조회 수가 높으니 기사를 더 쪼개 쓰게 되고, 의혹이 진실 공방으로 번지면서 반박과 재반박을 모두 기사로 쓸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다”며 “새로운 문제제기 없이 의혹을 반복하는 수준의 기사들이 많다 보니 독자들이 피로감을 느꼈다고 생각한다. 저도 쓰는 입장에서 피로했다”고 말했다.



◇타 후보자·정책 검증 기사 부족 아쉬워
조 장관 논란이 이어진 한 달간 유의미한 의혹을 제기한 몇몇 언론은 국민들의 공분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언론사 간 취재 경쟁이 심해지면서 △단독 남발 △어뷰징 △선정적 기사 등 고질적 문제가 또 다시 불거지기도 했다. 맥락은 삭제되고 지금 확인된 단편적 사실 몇 가지만 나열한 기사나, 조 장관이 기자간담회서 밝혔듯 늦은 밤 남기자 두 명이 딸 집 문을 두드리는 등 과도한 취재 열기는 비판 대상으로 올라 언론 불신의 기반이 됐다. 종합일간지 정치부의 C 기자는 “이미 보도됐던 내용 위에 누군가의 한 마디를 더해 단독을 붙이는 기사들이 너무 많았다”며 “이 사안을 냉정하게 볼 만한 여유가 언론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 장관에 시선이 집중된 탓에 ‘8·9 개각’ 때 함께 지명됐던 다른 후보자들의 검증 기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문제도 있었다. 지난달 9일 후보자들 내정 이후 한 달간의 보도량을 보면 가장 많이 보도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나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경우에도 지면과 메인뉴스를 모두 합쳐 보도량이 각각 27개, 26개에 그쳤다. 언론사 한 곳당 기사 2건도 보도하지 않은 수치다.    


도덕성 문제가 터져 나온 데다 조 장관에 의해 정책 검증이 강조된 측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정책 검증 보도가 턱없이 적었다는 아쉬움도 있다. 지난 한 달간의 보도를 성격별로 분류해보면 △청와대나 정치권 반응 △딸 부정입학 △웅동학원·사모펀드 △검찰수사 관련 보도는 지면과 메인뉴스에서 적게는 277건, 많게는 850건까지 다뤄졌지만 정책 검증은 16개 신문·방송을 합쳐도 24건에 그쳤다.


무엇보다 논란이 된 것은 의혹 제기의 적정선 문제였다. 아직 사실로 밝혀지지 않은 지점을 언론이 의혹이라며 보도해도 되는 것인지 기자들 사이에서조차 의견이 분분했다. 종합일간지 정치부의 D 기자는 “언론은 어젠다를 던지고 검찰은 이를 참고해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본다”며 “언론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전부 확인한 후 보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E 법조기자는 “2중, 3중으로 팩트체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부 기자들은 발화자의 코멘트로만 기사를 쓰는 것 같다”며 “누군가의 말만 믿고 보도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런 지점은 우리 언론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시대가 변화하며 사실을 파헤치려는 언론의 임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통신사 F 기자는 “청문 대상에 대한 검증이 제보 아니면 국회의원에 의존하는 측면이 있는데 그들의 의혹제기조차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후보자가 시원하게 해명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문제들이 많다. 그런 부분이 이 시대 언론의 과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C 기자는 “독자들의 기대수준이 높아지기도 했다. 기자들이 기사에 담지 못하는 팩트의 빈 공간을 사람들이 지적하지 않느냐”며 “당장 속보·단독경쟁하는 와중에 사실관계를 모두 확인하는 것이 어렵겠지지만 앞으로 기사를 쓰면서 어느 정도까지는 기사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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