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잘못된 대응이 논란 키워…리더십의 위기"

KBS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 호된 질책…양 사장 "내부 성찰 기회 삼겠다"

17일 국회 과방위의 KBS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근조 KBS' 등의 유인물을 노트북에 부착한 채 참석해 위원장으로부터 '국회법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해당 유인물은 오후 질의 시간에 제거됐다. (김고은 기자) 양승동 KBS 사장이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호된 질책을 받았다. 야당은 공격하고 여당은 방어하는, 일반적인 풍경과는 달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보도에 관해선 여당 의원들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고, “양승동 체제가 위기”라는 진단도 여당 의원에게서 나왔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노트북에 ‘국민의 명령이다! 양승동 나가레오!’, ‘근조 KBS’라는 유인물을 부착한 채 양승동 사장 사퇴를 주장했다.

이날 질의에서 가장 집중된 의제 중 하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를 둘러싼 논란이었다. 유시민 이사장이 지난 8일 ‘알릴레오’ 생방송에서 KBS가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을 인터뷰한 내용을 검찰에 흘렸다며 ‘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15일엔 KBS 법조팀 기자를 성희롱하는 패널의 발언을 내보낸 데 대해 KBS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공영방송 보도가 고작 유튜버 한 명에게 모독당하고 있다”고 꼬집었고, 같은 당 박대출 의원도 “KBS가 유시민에게 조롱받고 온갖 치욕을 당하고 있다”며 “KBS 위에 유시민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KBS가 유시민 이사장을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에 법적 대응 하겠다고 한 지 하루 만에 조사위원회 구성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해 외압 의혹을 제기하며 양 사장과 정필모 부사장의 지난 8~9일 통화내역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도 “1인 미디어에도 조롱받는 KBS가 되고 있다”며 “외부위원을 포함한 조사위 구성도 전례가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여당 소속인 노웅래 과방위 위원장도 “명백한 왜곡 상황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현업 기자를 먼저 조사하지 않고 조사위를 구성하려고 한 것은 외부 눈치를 본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리더십이 중대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진단했다. 박 의원은 “여러 문제에 대한 대응에서 공정성도, 적절성도, 시의성도 다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KBS가 인터뷰 유출 의혹에 대해선 장시간 회의를 하고 빠르게 대응한 반면, 성희롱 문제에 대해선 그렇지 못했다며 “시의성 있게 판단하고 대응하는가,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여러 논란과 관련한 KBS의 대응이 매우 실망스러웠다”면서 “최종 책임은 사장에게 있다는 점에서 양 사장 체제는 한 마디로 위기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양 사장 역시 “사회적 논란과 파장이 커진 데 대해 사장한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수긍했다.

김 의원은 먼저 KBS가 지난 7월 〈뉴스9〉에서 일본 불매운동 관련 보도를 하던 중 자유한국당 로고를 합성한 이미지를 노출한 사고를 거론하며 “사고 경위를 보면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려운 점이 많다. 그런데 상당 기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그 사이에 야당이 고소하고 수신료 거부 운동을 벌이고 나서야 문책성 인사를 하며 뒤늦은 대응으로 논란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알릴레오’ 공방 때는 논란 발생 몇 시간 만에 공식 대응을 하는 등 한국당 로고 노출 때와는 다른 대응을 했다가 사내에서 반발이 거세게 일자 한발 물러섰다. 이번엔 대응을 너무 서두르다 논란을 키운 셈”이라며 “구성원들의 반발까지 신중하게 살펴서 대응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논란을 키운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진이 중심을 잡고 심기일전하지 않으면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양승동 KBS 사장이 17일 오전 서울 국회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관 한국방송공사, 한국교육방송공사의 국정감사에서 계속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비판적인 질의에 답답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KBS 보도의 공정성에 대해선 여야 모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조국 장관 보도에 대해선 여야에서 모두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대출 의원은 “정권 맞춤형 편파보도가 도를 넘고 있다”며 “보도참사”를 주장했고, 김성태 의원은 “친 조국 방송”이라고 비난하며 그 근거로 “국정농단 때와 비교해 KBS가 (조국 관련) 단독 보도를 한 게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광온 민주당 의원은 “한 설문조사에서 조국 보도와 관련해 언론을 불신한다는 의견이 60% 정도로 높게 나왔다”며 “KBS가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국민이 공영방송에 바라는 것은 정확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서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옳은지 제시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익숙해진 취재 보도 관행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상민 의원도 “KBS가 검찰에 확인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취재원이 노출되게 한 건 잘못 아닌가”라며 “KBS 사장은 구성원만 보호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시각에서 공익적 가치에 합치해야 한다. 취재원 보호가 안 되거나 하면 당연히 조사하고 신상필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논란으로 사회부장이 보직사퇴를 시사했던 것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철없어 보인다”고 일갈하며 “흐트러진 기강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구조적인 문제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여야가 아전인수급으로 KBS가 잘못이라고 얘기한다”고 꼬집으면서 “정치인부터 언론을 정치화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기회에 전반적인 고민과 토론을 통해 조직문화를 바꾸는 일부터 새롭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양 사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서 내부를 면밀하게 성찰하고. KBS가 성숙한 민주적 여론 형성하는 공영방송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이번 기회를 최대한 잘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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