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편집·보도국장 후보자 공약 보니, 현안 고민들로 한가득

언론 비판 거센 가운데, 대부분 취재·보도 관행 혁신 주창… 어떻게 현실에 적용할지 관건

최근 여러 언론사에서 새 편집·보도국장이 취임하거나 임명동의 절차가 진행 중이다. 달라진 미디어 환경과 언론 불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편집·보도국장 후보자들이 내놓은 공약 및 운영계획에는 언론계 현안에 대해 후보자들을 비롯 구성원 모두의 고민이 깃들어 있다.


‘조국 사태’ 이후 어느 때보다 언론에 대한 비판이 거센 가운데 신임 편집·보도국장과 후보자들은 취재·보도 관행의 변화를 모색했다. 출입처 중심 취재·보도 방식 탈피가 대표적이다. 엄경철 KBS 통합뉴스룸(보도국) 국장은 “반드시 필요한 영역과 역할을 제외하고 출입처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엄 국장은 공약을 통해 “(출입처 제도는) 패거리 저널리즘이라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제기돼왔고 과당 경쟁이 발생하면서 언론 신뢰 하락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며 “부서별 특성을 감안하고 점검해 출입처 제도를 혁파하겠다”고 밝혔다.


노종면 YTN 보도국장 후보도 출입처 취재 방식의 대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노 후보는 오는 22일 임명동의 투표를 앞두고 발표한 보도국 운영 계획서에서 “지난해 보도혁신안에서 ‘기획취재 조직을 규모 있게 구성하자’고 했던 것은 기존의 출입처 취재 관행에서 탈피하려는 취지였다”며 “밀착의 대상은 출입처와 취재원 그 자체가 아닌 사안이어야 한다. 현재 유지되고 있는 취재 관행이 사안 밀착의 개념에 부합하는지 하나씩 따져보는 방식으로 구체적인 개선책을 찾겠다”고 했다.



속보 경쟁의 강박에서 벗어나자는 주문도 많았다. CBS 보도국장 선거에 출마한 구용회, 김재덕 후보는 지난 14일 각각 “속보 경쟁 대신 ‘우리 시각, 맥락, 한걸음 더 들어가는 뉴스’로 집중”과 “대형사건, 중대발표 외 무의미한 속보경쟁 종식”을 선언했다. 이재기 후보도 “기자들이 시간에 쫓겨 설익은 기사를 출고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속보의 강박에서 벗어나는 대신 한 사안에 집중해 보도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고 봤다. 19일 당선된 안미현 서울신문 편집국장은 공약을 통해 “그날 킬러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자는 다른 기사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며 “스트레이트나 발표자료에 힘을 뺄 필요가 없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노종면 후보는 “1보 물먹었다고 질타하는 문화를 바꾸겠다. 중요 일정과 발표 등을 챙기되 취사 선택하자는 것”이라며 “발표와 발생 기사 자체로 차별화 경쟁을 벌이는 시대는 지났다. 발표와 발생에서 파생되는 심층, 기획, 속보(續報)로 경쟁하겠다”고 했다.


주 52시간 상한 근로제 현안에 대한 편집국 내부 고민도 엿보였다. 지난 4일 취임한 이성한 연합뉴스 편집총국장은 공약에서 “회사 대부분 부서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는 문화가 확실히 자리잡고 있지만 주 52시간 이상 일하고도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곳이 있다. 보직 부장들의 장시간 노동은 훨씬 더 심각하다”며 “일을 한만큼 보상을 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노사가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구용회 CBS 보도국장 후보도 “주 52시간제라는 법제환경도 취재 기사 생산방식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아침 종합뉴스 시간을 줄이는 것을 시작으로 새로운 취재, 콘텐츠 생산과 회의 문화를 만들 것을 제의한다”고 했다.


디지털 환경 대응은 여전한 숙제다. 안미현 국장은 온·오프라인 콘텐츠 통합을 제안했다. 안 국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에 보이지 않는 벽이 여전하다. 지면 중심 사고, 지면 중심 제작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온라인 부서에서 생산한 콘텐츠도 의미있거나 재미있으면 그날그날 지면에 쓸 것”이라고 전했다. 엄경철 국장도 “뉴스 취재 발제와 제작, 유통 등 모든 과정에서 디지털과 모바일 중심의 프로세스가 정착되도록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노종면 후보는 ‘TV 콘텐츠의 온라인 콘텐츠화’라는 대안을 내놨다. 노 후보는 “TV 시청자에 맞춰 생산되고 있는 콘텐츠를 온라인에서도 먹히는 ‘온라인 편집’에서 과도기의 길을 찾겠다”고 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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