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TV조선 '유리천장'…보직부장 여성기자 '제로'

여기자협회 '여성 기자 보직 현황' 공개

한국여기자협회(회장 김균미)가 2019년 10월 현재 언론사의 여성 기자 보직 현황을 공개했다. 조사 대상이 된 27개 중앙 언론사 중에서 보직별 여성 비율이 가장 고른 분포를 보인 곳은 동아일보였고, TV조선은 차장(팀장) 위로는 여성이 한 명도 없었다. 

여기자협회는 최근 발간한 〈여기자〉 2019년호에서 전체 회원사 31개사 중 27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여성 기자 보직 간부 현황을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2017년에 이어 2년 만에 이뤄진 것이며, 회원사 단위로 결과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영희 여기자협회 기획이사(한겨레 논설위원)는 조사결과를 전하는 글에서 “부장중심제 대신 팀장중심제인 언론사가 늘어나는 등 회원사별 조직구성이 다양해지고 있고, 여성 기자의 보직비율 또한 사별로 차이가 큰 상황에서 보다 정확한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회원사별 공개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2019 여성 기자 보직 현황 (여기자협회 자료, 정리=기자협회보)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띈 곳은 동아일보와 서울신문이다. 이 두 곳은 각 보직별 여성비율이 비교적 골고루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편집국, 보도국의 핵심간부라 할 수 있는 부장(팀장중심제인 곳은 팀장)에서 여성비율이 20%를 넘긴 곳은 동아, 서울을 포함해 경향신문, 국민일보, 서울경제신문, 중앙일보, 채널A, 한겨레 등이었다.

반면 TV조선은 부장 이상으로는 여성 기자가 전혀 없었다. 연합뉴스TV에는 여성 부장이 1명 있었지만, 보직이 아닌 직위에 해당했다. SBS는 직위상 여성 부장은 6명이 있지만 보직 부장은 없고, 보직 팀장만 5명이었다. 내일신문과 세계일보는 여성 임원이 1명 있을 뿐 국장 이하 보직 간부 중엔 여성이 전혀 없었다. 또한 논설위원실이나 해설위원실을 두고 있는 언론사(19개) 중에서 여성 위원이 한 명도 없는 곳도 8개로 42.1%에 달했다

김 이사는 “부장 등에서 비율증가를 보이곤 있지만, 빠르게 변하는 현실에 비하면 너무 더딘 변화”라고 지적했다. 조사 기준이나 방식이 달라 직접 비교하긴 힘들지만 2017년 23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당시에는 국장·부국장 10.5%, 보직부장 12.9%, 차장 20.7%, 위원(논설실·심의실 등) 9.1% 등의 비율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선 임원 3.5%, 국·실·본부장 6.9%, 부국장/부본부장/에디터 18.5%, 부장 14.6%, 차장 24.4%, 논설/해설위원 11.9%로 부장 및 부국장급과 차장급을 중심으로 여성 비율이 소폭이나마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장급 이상 여성 비율은 여전히 제자리 수준이다.

김 이사는 “일·가정 양립이 쉽지 않은 언론계 현실에서,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그 부담은 여전히 여성에게 더 쏠려 있다”며 ‘자연증가’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조직 내 남성 중심 문화도 여전하다”며 “최근 신입의 절반이 여성 기자인 언론사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그 비율이 차장, 부장이 될 때에도 자연스레 유지될 것이라 기대하긴 어렵다”고 했다.

김 이사는 그러면서 “각 언론사들의 보다 적극적인 인식과 의식적 제도적 노력이 절실한 때”라며 “조직 내 소통과 위아래 인식의 간극을 좁히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콘텐츠의 측면에서도 다양성과 공감능력이 요구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 비율만이 다양성의 절대기준이 될 순 없다. 세대의 다양성에 대한 요구도 높았다”면서 “협회의 정기 조사가 회원사들 사이 뉴스룸의 유리천장을 깨는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언론 조직 내 다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에도 자극제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기자협회는 앞으로 매년 회원사의 여기자 보직현황을 조사해 공개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조사는 2019년 10월5일 기준이며, 전체 31개 회원사 중 뉴스1, 코리아타임스, MBN, MBC 등 4개사는 조사에서 빠졌다. 임원은 기자와 업무를 합한 수치이며, 국·실·본부장 이하는 기자직을 기준으로 했다. 여기협회는 “차장의 경우 직위로 대답한 곳도 많아 정확한 보직현황은 아니지만, 앞으로 변화 전망을 가늠해본다는 의미에서 공개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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