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노조위원장, 해마다 구인난일세

후보자 없어서 연임하기도

언론사 노동조합들이 노조위원장 구인난에 시달리며 노조 활동 위축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후보자가 없어 기존 위원장이 연임에 나서고 수차례 공고 끝에 간신히 차기 후보를 찾는 등 모습이 최근 또 다시 드러나서다.


전국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4일 사흘 간의 차기 노조 집행부 입후보 등록기간을 거쳐 장형우 현 서울신문지부장의 단독 출마를 확정했다. 부위원장 후보로 편집·윤전·시설·독자국 등에서 각 1인씩 총 4인, 감사 후보 1인 등 선거 요건에 간신히 맞춘 입후보 결과다. 10~12일 찬반투표를 통과하면 현 위원장은 다시 2년 임기를 시작하고, 상근인 사무국장(겸 부위원장)은 강신 기자가 맡게 된다. 서울신문 한 기자는 “현 위원장은 연임 생각이 없었는데 후보자가 없었다”며 “스스로 노조를 하겠다고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결국 노조 집행위원이나 대의원이라도 했던, 한번 발 담근 사람들이 계속 맡게 된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에서는 최근 현 노조위원장보다 네 기수 높은 차기 위원장 후보가 결정돼 오는 16~17일 투표를 앞뒀다. 지난 11월 이후 두 차례 공고에서 후보자가 없었고 ‘기수 할당’에 따른 ‘차기’가 고민되다 노조 민실위원장 등을 역임한 최진주 기자가 맡게 됐다. 김성환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장은 “대부분 언론사에서 기수 할당으로 노조를 맡고 있는데 회사에 안 좋은 시그널이 될 거라 봤고 그걸 막고 싶었다”며 “저도 (아래로) 기수를 좀 뛰어 맡았는데 더 아래로 내려가는 건 아니라 봤다. 부탁에 (선배가) 흔쾌히 수락해 진행된 것”이라고 했다.


양사는 언론계에서 노조나 직능단체 활동이 활발한 곳으로 꼽힌다. 그런데도 서울은 2015년 이후 노조위원장 경선이 없었고, 한국은 앞서 현 노조위원장 선거 입후보 때도 세 차례 공고에서 후보가 나오지 않은 바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 역시 최근 세 차례 공고 끝에 간신히 위원장에 유재우 PD, 부위원장에 강성원 기자가 입후보했다. 집행부 연임, 기수별 할당, 기수를 거꾸로 오르는 위원장 출마 등 모두 노조 위축을 드러내는 사례들이다.


신문사 한 노조위원장은 “구성원과 사측 사이 갈등 최전선에서 조율하는 일은 쉽지 않다. 내 경력 버려가며 어려운 일 안 한다는 데 공감은 된다”면서도 “갈수록 노조 필요성이나 애정, 소속감이 약해져 노조기피가 점점 심해질 텐데 우려스럽다. 안 좋을 때 필요한 게 노조인데 경험이 일부에 집중된다는 건 단절 소지도 커진다는 의미다. 기사로 바른 소리만 할 게 아니라 행동에 더 많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