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장이 돌아왔어요, 세종시로

[편집국장 임기 마친 후 현장으로… 논설실서 경력 마치는 관행 타파]
서울·경향·한겨레 등 선임기자로 취재… "현장서 뛰고 싶어"
일손 부족한 편집국 도움… 적극적 활동, 후배기자들에 귀감

박찬구 서울신문 선임기자는 편집국장 임기가 끝난 지난달 20일 바로 세종시로 떠났다. 편집국장 취임 이전에 출입했던 정부세종청사로 복귀한 것이다. 박 기자 자원으로 이뤄진 행보였다. 박 기자는 그동안 편집국 구성원에게 “취재현장(세종시)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편집국장 후보로 지명될 때부터 했다”고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편집국장 중간 평가 질의응답 때도 같은 답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총리실 등을 출입하며 정책뉴스부 선임기자로 일하고 있는 박 기자는 서울신문에서 편집국장이 앞장서 취재 일선으로 돌아간 선례를 남겼다.


서울신문 편집국 내부는 박 기자의 결정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강병철 서울신문 노조 사무국장은 “편집국장 이후에는 논설실에서 기자 경력을 마치는 게 일반적이었다. 언론사 정년이 늘었지만 편집국에는 실제로 일할 사람이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주변에서 모범을 보여줬다는 의견이 있고 우리도 더 열심히 하자는 사기 진작도 됐다”고 말했다.


편집국장들이 취재 현장으로 돌아가고 있다. 박찬구 선임기자 말고도 지난 8월부터 경향신문 토요판 팀원으로 활약하는 김민아 선임기자, 지난해 4월부터 한겨레 통일외교팀에서 통일부를 출입하고 있는 이제훈·유강문 선임기자 등이 대표적이다.


현장을 뛰고 싶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이유다. 김민아 기자는 “국장을 하기 전 논설위원을 꽤 오래 했었고 국장 임기 이후에도 논설실로 갔다”며 “더 늦기 전에 취재를 직접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새 편집국장이 취임하면서 논의 끝에 토요판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석 달 새 편집국장 인사가 난 서울경제,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에서 보듯 전직 국장들의 다음 행선지는 대체로 논설실이었다. 그런데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한 ‘2018 한국언론연감’에 따르면 신문산업 종사자 중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4.0%로 가장 많다. 이어 40~44세(17.1%), 35~39세(16.2%), 45~49세(16.2%), 30~34세(14.9%), 29세 이하(11.1%)일 정도로 언론사 편집국은 고령화를 마주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신문산업 전체 종사자 수는 별 차이 없지만, 정작 대부분 언론사에서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후배 기자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현장을 선택한 전직 국장들은 오랜 취재 경험에서 나온 자신만의 전문 지식으로 현장을 누비고 있다. 1998년부터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를 취재, 보도하고 있는 이제훈 기자는 “기자가 현장에 오래 있었다는 건 세상을 오래 산 사람이 갖게 되는 장점과 비슷하다”며 “금강산 관광이 시작될까 말까 할 때부터 현장에 있었다. 어떤 사안을 다룰 때 20년 전 일을 자료로 보고 쓰는 것과 직접 경험하고 쓰는 것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누구보다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 성한용 한겨레 정치팀 선임기자는 국회로 출퇴근 하면서도 디지털콘텐츠 ‘정치 막전막후’를 연재하고 있고, 지난 10월부터 한겨레TV 라이브 진행도 맡고 있다. 김민아 기자도 마찬가지다. 토요판 특성상 출입처는 따로 없지만, 3주에 한 번꼴로 지면 3개 면 분량의 커버스토리를 전담하고 틈나는 대로 또 다른 기획 취재를 준비해야 한다. 기명 칼럼도 맡고 있다. 그는 “몸은 더 힘들지만 즐겁다”며 “스스로 발제 거리를 생각하고 취재원을 직접 섭외하고 노트북 들고 밖에 나가 기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참 오랜만”이라고 했다.


국장 출신 기자라고 다를 건 없다. 이들도 똑같이 아침에 후배인 팀장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는다. 기사 데스킹 과정도 당연히 거친다. 언론사에서 이런 과정이 스스럼없이 이뤄지기란 쉽지 않다. 성한용 기자는 “부장들이 편집국장 출신 기자들을 부담스러워하는 건 사실이다. 다른 신문사도 한겨레와 비슷한 실험을 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결국 개인의 노력과 선후배 간 소통이 원활한 회사 문화가 필요하다”면서 “모든 건 양면이 있다. 유능한 고참 기자들이 현장에 있는 것도 좋지만, 최근 언론이 외부 시청자, 독자의 요구에 휘둘리고 있는 등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어 이들이 관리직을 맡아 제대로 된 게이트키핑 기능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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