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철 KBS 국장 "기자 20~30%, 내년 초부터 출입처서 자유롭게 할 것"

취재 관행 개혁 토론회

“지난 100년간 대학도 병원도, 기업도 다 변했다. 유독 언론만 그대로다.”


올 한해 언론계에서 가장 많이, 비판적으로 언급된 단어 중 하나가 바로 ‘관행’이다. 그중에서도 ‘출입처’는 언론계의 낡은 관행을 대표하는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조, 한국언론정보학회, 미디어공공성포럼 등 언론 4단체가 지난 9일 ‘취재 관행 개혁을 위한 방안 모색’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면서 ‘출입처 폐지 논쟁’을 화두로 던진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과거 출입처를 둘러싼 논쟁의 결론은 대개 ‘문제는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으로 귀결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실제 출입처 개혁 작업을 진행 중인 KBS를 비롯해 일부 언론사에서 출입처 제도에 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의 방증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디지털과 언론 불신의 시대, 출입처를 다시 생각한다’를 주제로 발제한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초빙교수는 이를 ‘수동적 혁명’으로 표현했다. “언론사들이 변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것을 포기하고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내는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를 수동적으로 따라가며 하나씩 기득권을 내놓는 방식으로 타의에 의한 개혁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일 언론 4단체 주최로 열린 ‘취재 관행 개혁을 위한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엄경철(왼쪽 두 번째) KBS 통합뉴스룸 국장이 토론하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원인을 그는 “기자들을 기성 뉴스 생산 방식에 가두는” 출입처 제도에서 찾았다. 박 교수는 “디지털 시대에 출입처 관행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며 “관행들을 걷어내고 새로운 뉴스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혁신”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정부 취재원의 언론 대응 방식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출입처 제도 자체가 사라진다면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의 확인과 전달이 전보다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들어 “출입처 폐지는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면서 신중하고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입처 혁파’를 공약으로 내세운 엄경철 KBS 통합뉴스룸 국장도 “당장 취재기자들이 막막해한다. 기자들을 허허벌판에 그냥 내놓을 순 없다”며 “점진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을 느끼고, 내부에서 여러 워크숍과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내년 초에 20~30% 정도는 출입처에서 자유로운 기자들을 만들려고 여러 제안을 했다”며 “사회부에도 (출입처를 두지 않는) 이슈팀이 있고, 정치부에도 이달 초 기획취재와 탐사만 하는 정치기획팀을 따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뉴스에 대한 투자도 강조했다. 엄 국장은 “출입처를 나가서 깊이 있는 정보를 얻고 분석하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많은 전문가 그룹들을 KBS 취재망에 강하게 결속시켜야 한다. 그들의 관점을 빌리고 공부하고 정보를 얻기 위해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사회에 예산을 신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출입처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한 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실장은 “기자들도 ‘처널리즘(받아쓰기·베껴쓰기)’을 하고 싶지 않다. 언론개혁 문제는 사주나 경영진이 해결해야 하는 일도 있는데 왜 기자들만 문제 삼나”라고 반문했다. 문 실장은 “경영진이 시스템 개선할 일은 없는지, KBS의 경우처럼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투자할 건가 하는 논의도 같이 진행돼야 한다”며 “기자 개인의 윤리만 강조하면 (언론 관행 문제는) 개선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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