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우크라이나 여객기 탈 뻔한 특파원 가족 "그 날은…"

강훈상 연합 테헤란 특파원, 고민하다 카타르 항공 선택


강훈상<사진> 연합뉴스 테헤란 특파원은 지난 8일 오전 테헤란 근처에서 추락한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국제항공(UIA) 752편이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의 아내와 아이들이 사고를 당한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탈 뻔했기 때문이다.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폭사 이후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커지자 회사에서 가족을 대피시키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강 특파원은 2014년 9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특파원을 발령받아 근무하다가 2016년 5월 테헤란으로 옮겨 3년 8개월째 근무하고 있다. 그는 지난 7일 오전 6시쯤 테헤란에서 터키 이스탄불로 가는 터키항공을 예매했다. 그날 밤 10시쯤 비행기가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부랴부랴 항공편을 알아보니 8일 새벽에 출발하는 카타르 항공과 UIA 항공이 검색됐다. 가장 저렴하고 이란인들도 많이 이용하는 항공사라 UIA 항공권을 구매하려고 홈페이지에 접속했는데 이런 생각이 퍼뜩 스쳤다.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더 중립적인 카타르 항공이 낫지 않을까.’ 요금은 비싸지만 안전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고, 회사도 가족의 안전을 위한 대피라면 비용을 고려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막판에 카타르 항공권을 구매했다.


강 특파원이 테헤란 인근에서 여객기가 추락했다는 소식을 들은 건 8일 오전 6시50분쯤. 아내와 아이들이 탄 카타르 항공 비행기는 이날 오전 5시에 이륙했고, 이륙 당시 아내에게 “비행기가 활주로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미확인 뉴스로 걸프 해역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이 취소됐다는 말도 있어서 바짝 긴장이 됐다.



추락 항공기가 UIA 752편임을 확인한 순간, 카타르 도하에 무사히 도착했을 가족들 얼굴과 함께 불과 몇 시간 전 가족을 배웅하면서 본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카타르 항공 바로 옆 카운터에서 체크인하던 이란 승객들이었다. 이번 여객기 추락사고로 이란인 82명, 캐나다인 63명, 우크라이나인 11명, 스웨덴인 10명 등 탑승자 176명 전원이 사망했다.


강 특파원은 지난 11일 기자협회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가족이 UIA 항공기를 탈 뻔했던 긴박한 상황을 전하면서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봤던 이란인들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며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그는 “테헤란은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안정된 편이긴 하지만 미국과 전쟁 위기가 커지면서 반미 감정, 반서방 감정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이란 국민이 매우 좋아하고 동경하면서도 친미 국가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취재에 각별하게 유의하고 있다”며 “르포 취재할 때 현지 시민과 만나는데 전쟁이 나면 한국은 미국 편을 들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핀잔을 종종 듣는다”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