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전재료, 굳게 닫힌 녹색 문... 그래도 저 문을 열고 나가야 한다

[Cover Story] 포털 전재료 폐지, 독립의 마중물일까 종속의 심화일까

2020년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 서비스 개편이 이행된다. 네이버는 오는 4월부터 콘텐츠 제휴를 맺은 언론사에 제공하던 전재료를 폐지하고 대신 뉴스에서 발생한 광고 수익을 언론사에 제공하는 방식의 개편을 예고했다.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까지 포털 다음의 뉴스 서비스를 구독 방식으로 바꾸되 뉴스를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를 개인들이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뉴스 서비스 개편 예고는 언론사에 좀 더 근원적인, 어떤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개편은 ‘포털의 1세대 뉴스 서비스 모델’ 근간과 맞물린 변화를 담고 있고, 늘 그랬던 것보다 더 큰 영향을 언론사에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사의 선택은 포털에 종속돼 생명줄을 외주화하는 현 뉴스시장 질서를 공고화할 소지가 크다. 무엇보다 언론이 영원히 포털 밖 세상을 꿈꿀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양대 포털의 ‘전재료 폐지’는 포털의 뉴스 서비스 관련 정책과 언론사에 미칠 영향의 핵심이다. 네이버와 다음은 당초 콘텐츠 제휴를 맺은 각 74개, 142개사로부터 뉴스를 받아 자사 포털 뉴스메인 등에 게시하는 대가로 ‘전재료’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다음은 앞서 뉴스 서비스에서 나온 광고수익을 언론사와 나누는 방식으로 바꾼 바 있고, 네이버는 올해 4월부터 이 같은 방식으로 개편한다. 언론사로선 전재료라는 ‘수익 보장 비즈니스 모델(BM)’이 사라지고 ‘수익 기대 모델’로 변화되는 것이다.



실제 네이버는 언론사 노력 여하에 따라 분배받는 수익이 달라지도록 했는데 뉴스 서비스 관련 공통영역인 ‘언론사 편집판’과 ‘마이뉴스판’ 메인페이지의 광고수익은 사용자 구독과 로열티(순방문자수·조회수 각 20%, 사용자충성도·유효기사수·누적구독자수·순증구독자수 각 15%)에 따라 배분된다. 언론사가 운영하는 개별 영역 역시 광고슬롯을 추가로 열어줌으로써 더 많이 볼수록 수익이 극대화되게 했다. 언론사의 수익추구 활동은 네이버 내에서만 유효하기에 다분히 네이버 ‘인링크 생태계’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뉴스 통합관리시스템 ‘스마트 미디어 스튜디오’의 상반기 내 도입 역시 이런 맥락에 놓인다. 인링크 뉴스 제공 시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은 뉴스편집부터 제보, 통계분석, 후원 등 유료 결제까지 지원한다. 언론사에겐 매혹적인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개인화된 구독 방식’을 표방한 다음에서도 언론사의 지위는 비슷해진다. “카카오만이 할 수 있는” “카카오 계정 기반”(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의 뉴스 서비스 개편은 ‘구독’ 기반 서비스가 본질적으로 지닌 플랫폼 내 경쟁을 담보할 수밖에 없다. 특히 뉴스의 배타적 지위는 일반 콘텐츠 선으로 격하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개편은 뉴스 차원을 넘어 블로그, 카페, 커뮤니티 등 이용자 창작 콘텐츠까지 포함한 콘텐츠 서비스 전면 개선이다. ‘뉴스 대 뉴스’가 아닌 ‘뉴스 대 콘텐츠’ 경쟁이 벌어질 소지가 크다. 포털뉴스를 미끼 상품으로 삼아 수익 창출의 근간으로 삼았던 ‘포털 1세대 뉴스 서비스 모델’에서 다음이 “질서 있는 퇴각”에 접어들었다는 평까지 나오는 방향이다. 이미 카카오 구독 플랫폼인 1boon에서, 또 모바일 다음 앱에서 ‘뉴스’ 탭보다 앞에 배치된 ‘MY피드’ 탭에선 뉴스와 콘텐츠가 경쟁하고 있다.


포털 개편 후 언론사는 결단의 기로에 놓인다. 선택지는 ‘포털 안에서 광고수익 증대’에 뛰어들거나 ‘포털 밖을 위한 준비’에 착수하거나다. 전자는 쉽고 달콤하지만 후자는 답이 보이지 않고 어렵다. 언론이 포털 밖에서 생존할 자생력을 잃고 완전히 종속될 여지는 매우 크다.


언론계 한 관계자는 “포털의 메시지는 ‘전재료까지 주면서 뉴스를 쓰고, 정치적으로 부담을 안으며 편집을 하진 않을 거야. 우리 플랫폼에 뉴스를 공급하고 구독자를 유치해 수익이 나면 그건 줄게’ 정도”라며 “언론사에 굴욕적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생명줄이 외주화된 현 구조가 공고화된다는 점에서 가장 우려된다”고 했다. 올해는 우리 언론에게 포털 종속의 원년이 될까, 포스트 포털을 예비한 분기점이 될까.


개편 이후 포털의 변화를 예상하긴 쉽지 않다. 네이버 개편의 경우 뉴스 이면에서 오가는 ‘돈’의 성격이 달라질 뿐이고, 3년간 전재료만큼의 수익 보전이 약속돼 가시적인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채널 입점이 제외됐던 인링크 제휴매체들이 1분기 안에 들어옴에 따라 네이버 편집판에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는 48개에서 74개로 늘어난다. 기사 본문 중간광고가 허용되는 등 광고 슬롯수도 증가하는 변화도 예측된다. ‘2등 사업자’로서 상대적으로 언론 관심이 적었던 다음의 경우 별도 플랫폼 출범의사를 밝혔기에 예상이 어렵다. 현재로선 브런치 등을 중심으로 지불장벽을 올린 구독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카카오톡이나 카카오메일 등을 통해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모델 등이 거론될 뿐이다. 해외 매체 ‘미디엄(Medium)’이 이 같은 구독모델로 주목받은 바 있다.


개편과 별도로 포털이 국내 언론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미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포털에서 검색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기사와 마찬가지인 현실은 포털 입점을 위한 언론의 안간힘에서 드러난다. 예컨대 지난달 21일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밝힌 ‘2019년 하반기 신규 제휴사(8차) 평가결과’ 포털 뉴스제휴 조건 중 가장 낮은 단계인 검색제휴 심사에만 총 411개 매체가 몰렸지만 통과 매체 비율은 역대 최저인 6.33%(26개)였다. 뉴스스탠드 제휴엔 5개사, 콘텐츠 제휴엔 1개사만이 선정된 결과다. 1차(2016년)부터 7차(2019년 4월)까지 검색제휴 통과율이 6.71~18.73%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영향력과 수익 등 측면에서 언론의 포털에 대한 의존도를 방증한다.



◇대(對)포털 전략은 실검대응 뿐...혁신 토대로 삼아야
힘들게 입점한 언론사가 포털 대응 전략을 마련한 경우는 드물다. ‘실시간 검색어’에 맞춰 쓰는 ‘어뷰징’ 기사, 이를 담당하는 상설 팀·부서의 존재가 전부다. 언론사 전반이 현 방식을 유지할 때 향후 포털에 종속된 매체가 얻는 광고수익은 언론사 수익 포트폴리오 중 일부가 아닌 대부분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중앙일보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중앙은 실검대응팀인 아이(eye)24에 현재 12명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여타 언론사 실검대응팀처럼 몇몇 기사는 저널리즘 측면에서 비판받아 구설에 오르기도 했고, 부서로 발령난 기자가 휴직을 할 만큼 달가워하지 않는 내부 시선도 존재한다. 그러나 경영진은 이를 유지하고 오히려 JTBC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중앙일보 한 기자는 “현재 중앙이 14~15%, 연합뉴스가 10%, 조선일보가 7%대 네이버 뉴스 점유율을 보이는데 대표와 편집인 등은 1위 유지를 위해 아이24 역할이 필요하다고 봤고 구독자수는 2위지만 낮시간 대응이 적어 점유율이 떨어지는 JTBC에도 같은 역할을 할 팀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중앙그룹은 현실적인 이유로 ‘실검대응’ 팀 등의 역할을 인정하되 이를 여타 디지털 대응을 위한 토대로 삼았다. ‘실검대응’을 통한 단기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와 차별되는 지점이다. 여기에 지난 몇 년 간 국내 언론사 중 가장 급진적인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며 노하우를 쌓아온 중앙일보 기자들이 디지털 문법에 최적화된 텍스트 기사를 생산·유통시킴으로써 네이버 뉴스 구독자 수 1위 자리에 ‘중앙일보’를 올려놓은 게 현재다.


실검대응을 단기 수익을 좇는 수단으로 삼는 것과 ‘디지털 혁신’ 또는 ‘포털 밖’을 준비하기 위한 토대로 여기는 것은 목표 자체가 다르다. 이는 단순히 포털 대응 차원을 넘어 언론사가 디지털 혁신을 시도하는 전반에서 큰 차이를 만드는 지점이기도 하다.

◇중앙그룹 ‘헤이뉴스’ 플랫폼의 사례
중앙그룹은 국내 언론계 중 가장 디지털 혁신에 활발한 곳이다. 지난해 12월 신문과 디지털 조직을 분리하는 구조개편을 단행하고 장기적으로 기업분할을 하겠다는 폭탄 선언이 이뤄지며 ‘스토리텔링’과 ‘디지털뉴스 BM 개척’이란 화두가 던져졌고 새로 활성화하겠다고 공표한 서비스가 ‘헤이뉴스(Hey.News)’였다. 지난해 8월 론칭한 동영상 오픈 플랫폼은 TV로 뉴스를 소비하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타깃으로 한다. 세련된 스토리텔링, 친화적인 채널 분위기로 ‘뉴스’와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우 1만2000명을 돌파한 서비스는 오는 4월 ‘news.co.kr’ 도메인을 쓰는 홈페이지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향후 앱 개발도 나설 예정이다. 중앙 관계자는 “신문과 방송 모두에서 헤이뉴스가 동영상 메인플랫폼이 되는 구상을 갖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헤이뉴스에는 데일리뉴스와 취재후기, 기자들의 고정 코너 콘텐츠가 올라온다. 팩트체크, 3Days 등 서브브랜드 콘텐츠도 업로드 되는데 뉴스에서 정보 영역으로 소재를 넓혀갈 예정이다. 지난달 15일 설명회에선 ‘정통 미디어의 저널리즘의 한 축은 유지하되 내용에선 정보성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음식, 게임 등을, 형식적으론 1대1 인터뷰, 2~3인 토크까지 제한 없는 형식’이 거론됐다.


신문과 방송, 매거진 부문 구성원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토록 했다. 출입처와 무관한 아이템과 기획안도 상관없다. 이를 가져오면 헤이뉴스팀(뉴스제작3팀)이 영상 구현, 제작 지원을 하는 식이다. 단, 기존 업무에서 배제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회사는 참여자에 대한 금전적·비금전적 보상을 검토, 적극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현재 중앙일보 기자 3~4명이 독자적인 아이템을 내고 뉴스플랫폼담당과 협의 중이다. 포털 밖을 겨냥한 또 다른 시도에 기대가 모인다.



◇부족한 언론사 대비...조선, CMS·조직개편으로 체질 개선할까
드물지만 레거시미디어의 체질을 디지털에 걸맞게, 근원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도 나온다. 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의 AI CMS 아크(ARC)를 도입, 개편작업을 추진 중인 조선일보가 대표적이다. 특히 조선 편집국 아크TF는 오는 6월 아크 도입 전 조직개편을 예정하고 있다는 방침을 최근 밝혔다. 지난달 30일자 조선 노보에 따르면 “시기와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직과 콘텐츠가 준비돼 있어야 아크 도입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신문 제작에만 최적화된 편집국 조직은 아크 도입 이전에 바”뀐다. “편집국 기자 모두가 디지털과 신문 모두에 기사를 쓰게 될 것”이지만 “(지면 담담의) 조선일보와 (디지털 담당의) 조선비즈가 어떻게 역할을 조정할지, 어떻게 효율적으로 협업할지”는 논의가 필요한 상태다.


신문사 디지털 부문 한 기자는 “결국 조선일보와 조선비즈의 업무를 종이와 디지털로 분리했던 2~3년 전 의사결정이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자인한 셈”이라며 “CMS 개편보다 조직이 이와 맞물려 어떻게 운영될지 고민이 선행됐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됐다는 게 우리 언론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타사 기자들이 했던 고민이 조선 기자들에게서도 시작된 듯 보인다. 윗사람 생각은 안 바꾸면서 현장 기자들에게만 제대로 못하냐고 타박하는 기존 언론사들의 문제를 조선은 겪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포털에 종속된 언론 현실은 여전하고 언론사 전반의 대비는 부족하다. 올해를 기점으로 언론사 자생력은 기대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수익도 되지 않고 논란만 많은 뉴스를 접자’는 말이 공공연한데도 네이버가 일단 뉴스를 가져가는 덴 유튜브와 경쟁이란 변수가 있다. 포털 사정을 잘 아는 언론계 관계자는 “포털에서 버는 수익은 아무리 많아도 포털정책이 바뀌면 언제든 날아갈 수 있다. 언론사 수익모델은 내 독자·소비자 없이는 광고, 협찬, 기부, 구독 그게 뭐든 안전치 않다. 신문시대처럼 독자 앞에 상품을 전달할 라인을 회복해야한다. 실패해도 되는 작은 실험, 특히 수익모델과 직결된 실험들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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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뉴스 이용점유율 90% 육박…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포털은 국내 디지털뉴스 유통 시장에서 절대권력이다. ‘포스트 포털’에 대비한 언론사의 현실은 그래서 단순히 노력 부족이 아니라 포털의 자장 안에 놓인 구조의 문제로 볼 여지도 크다. 실제 여러 통계자료는 이를 방증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포털 종속이 심각한 국가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뉴스 리포트 2019’에 따르면 일주일 간 온라인으로 뉴스를 보기 위해 이용한 경로를 조사한 결과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38개국 중 언론사 사이트를 이용했다는 응답(4%)이 가장 적고 포털 이용(76%)은 가장 많은 나라였다. 언론이 자신의 기사와 브랜드로 독자를 보유하고 생존키 위한 최소한의 조건조차 녹록지 않다는 의미다.


이미 포털과 비교해 언론의 영항력은 심각하게 축소된 상황이다. 포털 없이는 언론이 뉴스를 통해 독자와 만나기도 쉽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의 ‘뉴스 이용집중도 조사보고서 2016~2018’ 뉴스이용창구 기준 연도별 상위 20개 사이트 유형별 뉴스 이용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2018년 포털(5개)의 뉴스 이용점유율은 89.3%였다. 일간지, 방송, 통신사, 인터넷뉴스 온라인 등을 모두 합쳐도 10.7%에 불과했다. 2016년 85.6%, 2017년 86.3%로 포털 쏠림은 심화되고 있었다.


이 구조 아래 언론사의 뉴스 유료화 등 시도는 난망하다. 이용자로선 비용지불 없이 뉴스를 볼 수 있는 포털이 존재하고 이미 “뉴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해서다. 언론재단 연구서 ‘이용자 분석을 통한 디지털뉴스 유료화방안’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40.1%는 뉴스 유료구독 의사가 아예 없었다. ‘광고 포함 무료이용’(52.5%) 의사가 ‘광고 없이 유료이용’(7.8%)보다도 많았다. 같은 기관의 ‘2019 언론수용자 조사’에선 온라인 뉴스콘텐츠에 대한 향후 비용지불 의사가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최승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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