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이 쓴 한겨레 시론, 정치인의 화답

어린이가 2주간 틈틈이 쓴 글서 기후위기에 대한 무책임함 비판
사측 "어른에게 전하려는 생각을 가감없이 보여주려 원문대로 실어"
시론 본 심상정 정의당 대표 답글... 오피니언면에 뒤이어 실리며 화제

대구 봉무초등학교 졸업생인 김아진 학생은 지난달 28일 한겨레 신문을 받아보고 매우 기뻤다. 틈틈이 시간을 내 2주 동안 쓴 기후위기에 관한 글이 자신의 얼굴 사진과 함께 한겨레 오피니언면에 실렸기 때문이다. 그것도 사회 각계각층에서 깊이와 필력을 갖춘 학자나 고위공무원, 현장전문가들이 필자로 참여하는 시론 코너였다.


그는 “평소 기후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블로그나 개인SNS가 없어 글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며 “한겨레를 보다가 독자 투고 메일 주소를 보고 글을 보내게 됐다. 일주일 동안 연락이 없어 맘을 졸이고 있었는데 글이 실려 너무 좋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초등학생의 투고 글을 기명 시론에 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자 한겨레 시론에 실린 김아진 학생의 <‘기후악당’ 대한민국>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쓴 지난 3일자 한겨레 기고 <‘기후 칼럼’ 김아진 학생에게 답합니다>.

그는 기고문 <‘기후악당’ 대한민국>에서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인 탄소 배출량은 줄기는커녕 늘어나고 있고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은 61개국 중 58위로 꼴찌 수준”이라며 기후위기에 대한 어른들의 무책임함을 비판하고 한국이 기후위기에 책임이 있는 이유 4가지를 들었다. 한겨레는 기고문 끝에 “초등학생의 글을 처음으로 기명 시론에 채택했다. 인터뷰를 통해 필자가 직접 조사,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다. 원문 그대로를 살리고자 했다”고 명시했다.


한겨레는 독자 투고 메일과 한겨레 홈페이지의 투고·기고 게시판에 들어온 글을 선별해 오피니언면 코너인 ‘왜냐면’, ‘기고’, ‘시론’ 등에 싣는다. 특히 한겨레 시론, 기고 코너의 경우 비중을 둬 독자들과 공유해 볼 만 하다고 판단된 기고문을 필자 사진과 함께 지면에 내보낸다. 김아진 학생의 글도 독자 투고 메일을 통해 들어왔다. 메일에는 “인류 최대 위기에 관한 내용인 만큼 신문에 꼭 실어주셨으면 한다”는 당부도 함께 들어있었다.


임인택 한겨레 여론 데스크는 해당 글을 읽고 김아진 학생과 두 차례 전화 인터뷰를 한 후 시론에 싣기로 결정했다. 임 데스크는 “인터뷰를 하며 글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었는데 본인이 기후 문제에 대해 다 파악해 생각을 전했다”며 “글에는 6학년 교과서 내용과 함께 아진 학생이 이리저리 신문과 책을 읽고 기록하거나 외워뒀던 내용을 각 단락의 논거로 삼고 있다. 당연히 성인 필자들보다 못 미치는 부분도 있겠지만, 어린 학생이 어른 독자들에게 전하는 생각을 가감없이 보내기 위해 데스킹도 거의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의 당찬 글은 어른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김아진 학생의 시론을 읽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기후 칼럼’ 김아진 학생에게 답합니다>라는 답글을 한겨레에 보내왔다. 지난 3일자에 실린 심 대표의 기고문에는 “‘악당’의 한 사람으로서 김아진 학생에게 꼭 답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다”며 “아진 학생의 글에서 지난해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세계 정상을 향해 ‘당신들이 내 꿈과 어린 시절을 훔쳐 갔다’고 질타한 그레타 툰베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세계시민과 손을 맞잡고 대한민국이 선진적인 ‘기후영웅’이 될 수 있도록 행동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어린이 신문을 보다 두 달 전부터 한겨레 구독자가 됐다는 김아진 학생은 앞으로도 기후위기를 주제로 글을 쓸 계획이다. 그는 “기후위기의 피해자는 지금 어린이와 청소년인데 현재 기후위기를 막을 사람은 어른들뿐”이라며 “대통령, 국회의원 등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행동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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