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도 나죠, 그래도 국민 생명이 달린건데… 출입처 따질 게 아닙니다"

[대구경북 기자들, 코로나19 고군분투]
발길 끊긴 결혼식장, 텅 빈 동성로… 사명감으로 확진자 동선따라 취재
기자들, 자극적 속보 경쟁 삼가며 감염 인한 회사 폐쇄 없게끔 주의
코로나19 관련 허위정보 단속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세를 보이면서 확진자가 집중된 대구·경북 지역 기자들이 비상에 걸렸다. 지난 18일 코로나19 사태를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만든 확진자 발생 후 이들은 누구보다 바쁘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안성완 매일신문 기자는 지난 22일 대량의 확진자가 나온 청도 대남병원을 찾았다. 이날 오후 확진자가 타 지역으로 이송된다는 얘기를 들은 터였다. 그는 먼저 와 있던 10~15팀의 타 매체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를 사진·영상에 담기 위해 5시간을 대기했다. 지난 23일엔 발길이 뚝 끊긴 결혼식장, 조용해진 동성로,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 선 이마트 풍경 등을 찾아 전했다. 31번 확진자 동선을 따라가는 취재도 했다.


안 기자는 “원래 디지털국 소속인데 일손이 너무 부족해져 현재 사진부로 파견돼 거들고 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데스크급들도 주말 없이 일한다”며 “현장을 다니다보니 친구, 가족들도 걱정을 많이 한다. 대남병원에선 너무 접근하지 않고 기자들끼리 포토라인을 정해 취재했다. 사명감을 갖고 하는 일이지만 겁도 나니까 마스크에 장갑을 끼고, 소독제로 계속 손을 닦으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지역 기자들이 지난 20일 지역 내 코로나19 환자 발생과 관련해 대구시의 브리핑이 진행 중인 가운데 취재를 하는 모습. 마스크를 쓰지 않은 취재진을 찾아보기 어렵다. /매일신문 제공

모두가 기피하거나 겁내는 곳을 찾아다니며 코로나19 사태의 면면을 전하는 것, 지난 일주일 새 대구경북 지역 기자들의 일상이다. 지역 신문·방송사들은 부서와 상관없이 대다수 기자를 ‘코로나19’에 투입하며 전사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지난 19일부터 25일자까지 지역 주요 신문을 보면 초기 4~5개면이 할애됐지만 25일엔 13~16개면까지 관련 기사가 대폭 늘었다. 일부 기자는 취재과정에서 의심증상이 나타나 자가격리 중이거나 확진 판정을 기다리는 등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대구시에 출입하는 지역 일간지 한 기자는 “밥 먹고 담배 태우는 시간 이외엔 계속 붙어 기사를 쓴다고 보면 된다. 대구시의 오전 브리핑 현장에 참여해 기사를 쓰고, 파생되는 것도 쓰고, 혼자선 커버 안 되는 게 있으니 통신사 보도도 본다. 실시간으로 나오는 정보에 대응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방송사 한 기자는 “지금은 출입처가 의미가 없다. 생존이 걸린 큰 문제인데 지역국 인원은 적다보니 사태 발생 후 거의 모두가 코로나에 투입되고 있다”며 “일부 기자가 취재 후 의심증상이 나타나 자가격리를 하거나 회사 출입이 금지된 상태다. 자칫 폐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디지털 부문을 담당하는 기자들도 바쁘긴 매한가지다. 대구MBC 디지털미디어팀은 대구시 브리핑을 포함해 하루 5~6회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 대응으로 사태 전달에 집중 중이다. 특히 속보경쟁을 삼가자는 내부 방침을 바탕으로 현재 60여건의 제보가 들어온 ‘가짜뉴스 단속반’ 운영, 대구경북 지역과 관련해 ‘#힘내라대구경북’, ‘#혐오와차별을넘어’ 캠페인도 하고 있다. 도성진 대구MBC 디지털미디어팀장은 “‘우한시장을 가봤다’ 같은 자극적인 콘텐츠가 유튜브에서 먹히지만 반짝 흥한 채널이 지속될 수 없다고 본다. 아이가 있는 입장에서 취재현장을 왔다갔다하다보니 불안하지만, 정보에 덜 노출된 시민들은 더 불안할 거라 본다. 실제보다 부풀려진 불안을 풀어줄 창구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사태 발발 후 대구경북 지역은 여러모로 침체된 상태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의 주말 손님 수가 급격히 줄고, 막히던 시간대에도 도로에 차가 없으며, 재래시장에서도 사람을 보기 힘들었다는 기자들의 경험담이 나온다. ‘사람이 많은 곳은 마스크 판매처 뿐’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미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지역민들을 더욱 맥빠지게 하는 ‘고담대구’, ‘대구 코로나’ 같은 워딩이 중앙 언론보도를 통해 나오며 이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박윤규 영남일보 편집국장은 “확진자 70~80%는 신천지 관련 환자들이고, ‘교회에 다녀갔다’고 하는 것이 맞지, ‘대구경북에 다녀갔다’며 마치 지역 전체가 진원지인양 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전국 전파는 안된다’는 마음에 대구시민들은 활동을 최소화하고 스스로 자가격리를 하고 있는데, 외부 시선은 힘을 빠지게 하고 마음에 상처를 줄 뿐 사태해결에 도움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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