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 옆 도시벽지학교

[제355회 이달의 기자상] 방준호 한겨레21 기자 /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방준호 한겨레21 기자. 부질없는 짓인 줄 알면서도, 기사 첫 문장 떼기 전 목표를 적어 넣곤 합니다. ‘도서 벽지 학교’ 기사에선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단순화하지 말 것, 포괄적일 것, 혁신적일 것, 아름다워야 할 것.


가닿지 못할 목표, 역시 조금 성공하고 많이 실패했습니다. 그래도 세상의 복잡성을 섣불리 축약하지 않고, 고민을 한 치라도 더 깊이 밀어 나가고, 종이로 펼치는 기사의 첨단을 실험해 보고 싶다고, 마음먹을 수 있었던 것만은 행운입니다. 한 주 한 주 비슷한 마음으로 잡지를 만드는 한겨레21 편집장과 구성원 덕분입니다.


어느 작은 학교가 있다. 그 옆에 임대아파트가 있다. 서보미 기자가 길어 온 두 문장, 너무 큰 고민을 품고 있습니다. 부동산, 고령화, 복지, 교육… 한국 사회의 온갖 문제를 한 웅큼씩 얹혀 학교의 크기가 줄었습니다. 변지민 기자가 전국 지도와 학구를 겹쳐가며 구한 데이터 분석 결과는 ‘어느 학교’의 문제를 ‘우리 사회’의 문제로 확장합니다. 방준호 기자가 그 가운데 한 곳 들여다 보니 쉽게 누군가 탓하거나 위로할 수 없는 2020년 한국 사회의 복잡한 구분 짓기가 놓여 있습니다. 노골적인 차별감은 미묘한 소외감으로 변해 있고, 명료해 보이던 선과 악이 그저 평범한 사람의 이중성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쉬운 정답이 없을 질문이 기사에 가득합니다. 최대한 답을 찾아 적어봤는데, 이것은 정답일까? 또다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쉽지 않은 질문만은 그래도, 계속돼야 한다고 되새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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