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언론사들 광고·협찬 급감… 대안으로 떠오르는 사내 벤처

[공무원·공시생, 4050세대 등 세분화]
서울 '공생공사' 서경 '라이프점프'
특화된 분야 다루며 전문성도 함께

자회사 신설보다 부담 적다는 장점
신사업 발굴 성공 땐 '수익 다각화'

매출을 받치고 있던 광고·협찬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주요 언론사들이 사내 벤처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회사보다 위험 부담이 적으면서도 신규 사업을 발굴할 수 있다는 점, 또 성공할 경우 수익 다각화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적지 않은 언론사들이 지속적으로 사내 벤처 출범을 장려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서울신문이다. 서울신문은 지난 2018년부터 창의적 조직문화를 확산하고 임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한다는 취지로 사내 벤처 제도를 마련, 현재 3개팀을 운영하고 있다. 공무원과 공시생, 공공부문 종사자 전문 매체인 ‘공생공사닷컴’을 비롯해 ‘나누다푸드’ ‘서울정책 아카데미’ 등이 현재 사내 벤처로 육성되고 있다.



이 중 공생공사닷컴은 지난달 말 분사가 결정돼 이달 중순 독립하게 됐다. 공생공사닷컴을 운영하고 있는 김성곤 서울신문 선임기자는 “서울신문이 본래 다른 데보다 공공뉴스가 강하기도 했고 저도 정책뉴스부장을 맡으며 공공정책에 특화된 콘텐츠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며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업을 준비했다. 지금은 포털 검색제휴 통과를 목표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데, 공무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 하루 방문자가 많을 때는 2000~3000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최근엔 국내 언론사 가운데선 처음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사내 벤처 운영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자금과 엑셀러레이터 연계 등을 지원받고 소속 임직원들을 위한 창업교육이나 창업 네트워킹까지 제공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서울신문 관계자는 “신문사 경영 환경이 녹록하지 않고 정부 정책도 사내 벤처와 스타트업을 권장하는 분위기라 사내 벤처 제도를 적극 운영하고 있다”며 “육성 기간을 거쳐 분사를 하게 되면 독립적으로 운영하라는 취지로 지분의 30% 정도를 투자한다. 만약 3년 안에 사업이 실패할 경우 해당 사업체 운영을 맡았던 기자가 복귀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신문도 블록체인 매체인 ‘디센터’에 이어 4050 세대 전문 매체인 ‘라이프점프’가 올해 초 분사해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라이프점프는 서울경제와 주체적삶연구소가 공동 출자해 만든 조인트벤처 ‘서울경제라이프점프’가 온라인 매체인 라이프점프를 운영하는 구조다. 지난 4월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하는 미디어 스타트업 지원 사업에도 선정됐다.


서울경제 관계자는 “초반 육성 단계를 거쳐 올해 1월23일 라이프점프가 창간됐고, 현재 서울경제 기자 2명이 파견돼 있다”며 “4050 전문 콘텐츠를 제공하는 동시에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컨퍼런스, 세미나 등을 운영하는 것이 사업의 뼈대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으로 4050 세대들의 노동 안정성이 위축되면서 라이프점프 콘텐츠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MBC도 박성제 사장 취임 이후 사내 벤처를 적극 장려하는 분위기다. MBC 관계자는 “광고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MBC도 자구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다양한 사내 벤처로 경영 위기를 타개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으로 제안되고 있다. 지난달 말 관련 강사를 불러 특강을 열기도 했고 안에서 관련 팀들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만 언론사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유의미한 성공을 거둔 사내 벤처는 그리 많지 않다. 2017년 5월 약 3년 만에 CBS 자회사로 분사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나 지난해 1월 별도법인으로 독립해 새 출발한 조선일보의 ‘땅집GO’ 등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육성 단계에 머물거나 언론사에 흡수되며 벤처 성격을 잃는 경우가 상당수다.


경제지 한 관계자는 “좋은 아이디어로 시작해도 적절한 수익 모델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며 “또 대부분의 아이디어가 새로운 매체를 만들거나 언론과 관련된 사업에 국한되곤 한다. 아직까진 기자가 스스로 신규 사업을 구상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곤 선임기자도 “여태까지 기자 생활을 했던 분들이 뭘 새롭게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가장 잘 아는 분야에서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상태로 출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실제 사업을 하다 보면 걸림돌도 많고 심리적으로 극복할 부분도 적지 않다. 굉장한 각오를 갖고 절박한 마음으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