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불신, 단지 언론만의 책임일까

[한국인 '내 관점과 같은 뉴스' 선호]
정치성향 뚜렷하고 관심 높을수록
이런 뉴스 선호하는 경향 도드라져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뉴스 이용 편향성 때문일 수 있다"

최승영 기자 | 2020.06.24 14:59:21

우리나라 언론은 세계 최하위 수준의 ‘언론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최근 한국이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하는 뉴스 이용자 비중이 상당히 높은 국가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낮은 언론 신뢰도는 언론의 잘못 때문만이 아니라 이용자 특성 등 복잡다단한 요소가 반영된 ‘현상’이다. 그간 국가별 순위 매기기 수준에 머물었던 ‘언론 신뢰’ 담론을 넘어 언론과 뉴스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고민과 자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한국 파트너인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 17일 ‘편향적 뉴스 이용과 언론 신뢰 하락(6권3호, 이소은·박아란 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을 통해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주요내용을 공개했다. 조사에서 한국은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는 뉴스 이용자 비중이 44%(전체평균 28%)에 달하는 국가였다. 총 40개국 중 네 번째, 터키(55%), 멕시코(48%), 필리핀(46%) 다음이었다. ‘나와 반대되는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는 한국 응답은 4%에 불과해 체코(3%), 헝가리(3%), 대만(3%), 폴란드(3%)에 이어 낮은 수준이었다. ‘특정 관점이 없는’ 뉴스를 선호한다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독일(80%), 일본(78%), 영국(76%), 노르웨이(71%) 등 국가와 대비됐다.


언론재단은 정치성향이 뚜렷하고 정치 관심도가 높은 이들에게서 이 같은 뉴스 선호 성향이 도드라졌다고 지적하며 원 보고서를 인용,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 하락이 이용자의 뉴스 이용 편향성 때문일 수 있다”고 전했다. “저널리즘 자체의 품질보다는 사람들이 언론 기관에 불만족하거나 언론이 전달하는 뉴스의 관점에 동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 하락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란 의미다. 실제 이번 설문에서도 한국은 ‘뉴스 전반에 대해 신뢰한다’는 응답이 전체 21%로 40개국 중 가장 적은 국가였다. 신뢰와 불신, 중립 등 응답을 모두 포함한 5점 척도 평균으론 36위, 프랑스, 미국, 칠레의 앞 순위였다.



이번 조사는 ‘언론 신뢰’가 언론에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복잡다단한 문제임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간 언론 불신 담론은 ‘세계 꼴찌’를 반복 부각하며 언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하는 데 멈춰있었다. 하지만 조사대로라면 적어도 국내 뉴스 이용자에게 언론이 객관적이고 사실에 충실한지, 저널리즘에 충실한 보도를 내놓는지는 중요치 않다. 내 정치 성향을 반영하는지, 내 편을 돕는 보도인지가 최우선 고려요소다. ‘언론만 잘 하면’이란 아주 간편하고 속시원한 전제는 유효치 않고 그동안 이 문제가 얼마나 단순화됐는지 드러났다.


국가별로 언론 신뢰도 순위를 매겨 줄 세우는 현 디지털 뉴스 리포트 방식은 대표적인 경우다. 이를 통해 언론불신이란 국민 정서는 상당 부분 사실로 공인됐다. 언론재단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에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언론 신뢰도는 한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역사 등 여러 요소가 반영된 결과인 만큼 국가별로 언론을 비교하기 적절치 않다”며 “북유럽은 사회보장제도 덕분에 먹고 살 걱정이 덜하고, 정치적 좌우 스펙트럼이 우리보다 좁아 안정된 사회다. 남미에선 낙관적인 국민성이 신뢰도 측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언론신뢰 관련 이 정도 규모 조사가 없어 의미 있지만 브랜드도 묻지 않고 뭉뚱그려 ‘신뢰하냐’는 설문은 인상평가가 되기 쉽다. 문제제기를 했지만 한국 사정만 고려해 설문을 바꿀 순 없다더라”고 덧붙였다.



다만 언론 불신 문제에 언론의 과실이 없다고 말할 순 없다. 이용자들의 현 뉴스 소비 성향은 지난 수 십년 간 우리 언론이 적극 조장해 온 결과인 측면도 있어서다. 국민 여론 양극화를 바라보는 최근 학계 시선 등에선 언론이 개선해야 할 지점이 보인다.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이 지난달 27일 공개한 ‘한국의 여론양극화 양상과 기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양대 정당 간 정치인의 평균 이념 성향 차이는 17대 국회와 20대 국회 전반을 비교했을 때 더 커졌지만, 유권자들에게선 그렇지 않았다. 보고서는 그럼에도 여론 양극화 갈등이 심화되는 듯 보이는 이유로 정치권의 양 극단 유권자 동원 전략, 이에 따른 ‘양 극단 사람들’의 영향력 과대대표를 꼽았다. 우리 언론이 거대 양당의 입장 전달에 집중하거나 극단의 목소리에 편승해 정치적, 상업적 이해관계를 도모해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긴 쉽지 않다.


현재로서 ‘언론 신뢰’는 언론을 포함해 뉴스 이용자, 미디어비평지·학자 등 언론매개자 모두의 노력이 담보되지 않고선 회복되기 힘든 상황에 왔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문제 있는 언론보도가 많았지만 한편엔 지지 정당에 불리한 보도만 내면 ‘기레기’로 만드는, 자신의 정치행위에 언론을 이용하는 뉴스 소비자도 있었다. 소비자 핑계를 댈 순 없다. 다만 항상 ‘언론만 잘못’으로 귀결돼 왔는데 일방의 잘못이 아니라 3자 모두가 할 일이 있는 사회적 문제란 얘길 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매개자들이야말로 언론 소비자의 편향에 일조했다. 언론비평이야말로 안전한 자리에서 언론 탓이라는 얘길 반복하고, 가장 정파적인 정치행위를 해온 영역이라 본다. 현직 언론인 중에도 언론 일반을 욕보이며 자신을 돋보이는 수단으로 언론 비평을 하는 이들이 있는데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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