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매각설' 노사 공방… 현실화 가능한가

노조, 최근 태영건설 공시 근거로
"SBS 매각 가능성 공식화 나섰다"

사측 "노보가 바로 매각설 근원지"
매각 가능성 대해선 부인하면서도
방송법 '10조원 제한' 해소 주장

“태영기업집단의 자산 총계가 10조를 넘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 방송사업자인 SBS의 지분을 처분할 필요가 발생합니다. 투자자분들께서는 (…) 방송사업부문에 대한 지분 매각 가능성을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태영건설이 지난달 11일 공시한 증권보고서에는 위와 같은 투자위험 알림문이 실렸다. 방송법상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은 지상파 방송사 지분의 1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는데, SBS 지배주주인 태영의 자산규모가 이 기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5월 기준 태영의 자산총액은 9조7000억원에 달한다. 그간의 자산 증가 추이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안에 1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두고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지난달 24일 발행한 노보<사진>를 통해 “윤석민 회장 개인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TY홀딩스 설립을 강행하고 있는 태영이 결국 ‘SBS 매각’ 가능성을 공식화하고 나섰다”며 “미디어 환경 격변 속에 대대적인 재투자와 새로운 미래 비전이 절실한 시점이지만 지난 30년간 한 번도 그런 책임감을 보여주지 않았던 지배주주는 이제 SBS에 대한 토사구팽 전략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의 지적에 대해 SBS 사측은 “SBS 매각설의 근원지는 노보”라며 날을 세웠다. SBS는 같은 날 사내망에 “매각과 관련한 노조의 주장은 주식시장 투자자에 대한 원론적인 정보 제공 차원의 공시를 인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방송법상 소유 제한 위반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추가하라는) 금융감독원의 지시에 따른 관례적인 공시 내용 가운데 일부 문구를 뽑아 노조가 SBS 매각 가능성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SBS 사측은 매각 가능성에 대해선 부인하면서도 “방송법상 10조원 제한은 비현실적인 규제”라며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BS는 “정부는 방송법 10조원 기준으로 인해 기존의 민영방송 대주주들이 교체돼 종사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시장을 혼란 속에 빠뜨리는 일이 벌어지기 전에 기준 변화나 예외 규정 신설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는 지난 5월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이 방통위의 SBS 최다액 출자자 변경(TY홀딩스 신설) 사전승인 심사에 출석해 “자산총액이 10조원을 넘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과 상반된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언론보도로 관련 내용을 접하긴 했지만 SBS나 태영 측이 저희 쪽에 공식적으로 법 개정을 이야기한 적은 없다”면서 “방송사 소유 제한은 방송법이 규정하고 있으나 10조원 상한은 대기업 기준이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지정 기준부터 수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현 상황에선 SBS가 요구하는 방송법 규정 변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공정위가 지난달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기존 10조원에서  GDP(국내총생산)의 0.5%로 연동하는 안이 담겼다. 2019년 우리나라 GDP 1919조399억원을 기준으로 적용해보면 대기업 지정 기준은 자산총액 약 9조6000억원대다. 개정안 적용시 당장 태영도 대기업에 포함된다. 공정위는 이 개정안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코로나19 여파로 한동안 경기가 역성장 한다고 볼 때 공정위 방침을 적용하면 대기업 지정 기준은 더 낮아진다는 것”이라며 “투자에 대한 약속은 아무 것도 없이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규제만 풀어달라고 하면 누가 동의하겠나. 회사는 불확실성을 장기화시켜 문제를 키우지 말고 모두를 설득할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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