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만들던 '움짤', 온라인뉴스 속 킬러 콘텐츠로 각광

5초 이내로 자동재생, 사진·영상 장점 모두 갖춰
주요 매체들 온라인뉴스 시각화 소재로 적극 활용

<옆건물 유리도 쏟아졌다…3초만에 사라진 연락사무소> 기사 제목을 클릭하는 순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흰 연기를 피어오르며 폭파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최근 온라인에서 나타나고 있는 ‘움짤’(움직이는 짤방)을 넣은 기사다. 독자는 동영상 플레이어의 재생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움짤을 통해 3~5초 사이의 짧은 영상을 즉각적으로, 생생하게, 반복적으로 볼 수 있다.



움짤이 온라인 기사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로 gif 형식으로 제작되는 이미지 파일인 움짤은 이미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예능, 스포츠 등의 주요 장면이나 재밌는 효과를 위해 널리 쓰여 오고 있었다. 움짤은 목소리나 배경음악은 없지만, 사진보다 생동감 넘치는 효과가 있어 5~10초 정도의 짧은 영상에 쓰기에 적절하다. 최근 페이스북이 미국의 움짤 검색 플랫폼인 ‘기피(Giphy)’를 4억달러(한화 약 4930억원) 인수했다는 소식으로 화제가 됐던 만큼, 움짤은 온라인 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단순히 재미로 소비되던 움짤이 기사 속에선 뉴스 시각화를 위한 소재로 쓰이고 있다. 국민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지난달 일어난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살포 영상을 움짤로 선보여 눈길을 끈 바 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트럼프 “화이트 파워” 영상 트윗 공유 후 3시간 만에 삭제, 왜>(중앙), 지난 5일 <중국 서해 해상 등서 대규모 군사훈련...미국 보란듯 공개>(조선)등에 관련 움짤을 넣기도 했다. 또 지난달 24일 동아일보는 <의정부 실내수영장 물탱크 파손…4층서 폭포 ‘콸콸’>, 서울신문은 <서핑객 주변에서 백상아리 어슬렁…아찔한 순간 포착> 기사에 사고 당시의 장면을 담은 움짤을 넣는 시도를 선보였다.



움짤이 담긴 기사는 독자들에게 높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 5월25일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는 <강남 한복판에 초대형 파도가…최고 외신 찬사>기사를 보도하며 실제 파도가 요동치는 것처럼 보이는 야외 디스플레이를 찍은 영상을 움짤로 함께 올렸다. 디스플레이 기술을 설명하는 기사에 생동감 넘치는 움짤을 넣어 ‘보는 재미’를 더한 것이다. 실제로 해당 기사는 이틀간 네이버 랭킹뉴스 IT섹션에서 1위, 2위를 차지했다. 기사에는 ‘와 진짜 멋지네. 그리고 이미지 gif로 올려준 기자분도 센스 좋네요’라는 내용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배 기자는 “기사 내용 상 사진보다 영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가 클 거라고 봤다. 영상이 1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길이였는데 독자들이 짧은 영상을 보기 위해 동영상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영상 중간 광고까지 있다면 귀찮을 거라고 판단해 움짤로 올리게 됐다”며 “기사 조회수가 이틀동안 수백만 건이 나올 정도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움짤이 동영상보다 손쉽게 올릴 수 있고 기사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한 기자는 “각 뉴스룸 시스템에 따라 다르겠지만, 동영상을 올리려면 영상팀에 파일을 주고 업로드 소스 코드를 따야 해 과정이 번거롭고, 기사에 바로 영상이 올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움짤은 이미지 파일이기 때문에 동영상 파일보다 기자 개인이 쉽게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움짤에서 더 나아가 움직이는 그래픽을 시도하고 있는 곳도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4월부터 모션 효과가 들어간 그래픽 뉴스인 ‘그래픽텔링’을 연재하고 있다. 그래픽텔링은 <국경없는 감염병…외국서 감염병 안고 온다>, <‘역대급 더위’ 예고된 올 여름…내 건강 어떻게 지킬까> 등의 콘텐츠에서 통계 자료, 지도, 채팅창 등에 모션 기능을 넣어 그래픽을 보는 독자들에게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움직이는 그래픽은 네이버 등 포털 인링크 뉴스에서 구동되지 않는 인포그래픽을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엿보인다. 김주원 중앙일보 그래픽팀장은 “젊은 세대는 비주얼세대라고 할 정도로 텍스트보다는 이미지에 더 친숙하다. 지면에서 모바일로 기사를 읽는 형태가 바뀌다보니 그래픽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며 “실제로 독자들이 모션이 가미된 그래픽을 호기심을 갖고 보는 편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요령을 알려준 <모르면 편의점밖에 못간다···재난지원금 총정리> 콘텐츠는 100만 뷰 이상이 나왔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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