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 상습폭언 신고했지만… 방관한 경기신문

기자들에 욕설, 머리 때리고 폭행
목격한 기자들 "이건 도를 넘었다"

결국 사측에 피해 진술서 냈지만
사측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라"
해당 부장 "기자에 폭언한적 없다"

강아영 기자 | 2020.08.12 16:18:39

경기신문의 한 부장 기자가 취재기자 여럿에게 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참다못한 기자들이 피해 진술서를 사측에 제출했지만 회사에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신문 기자들에 따르면 A 부장은 수시로 기자들에 욕설과 폭언을 하는 것은 물론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전화를 해 사생활을 침해했다. 경기신문에 재직했던 B 기자는 “A 부장이 ‘너 이 X새끼 지금 죽여 버린다. 어디냐? 주소 불러 XX새끼야’ 등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하면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며 “심한 경우 휴대폰으로 기자의 머리를 때리고 주먹으로 가슴팍을 치는 등 폭행까지 했다. 퇴근 후 자정이 넘은 새벽에도 마구잡이로 전화를 해 가정에서도 많은 압박을 느꼈다”고 말했다.


경기신문에 다니고 있는 C 기자도 “신입기자를 상대로 ‘죽여버리겠다’고 말한 걸 들은 적이 있고 그 외에도 ‘이 새끼’ ‘저 새끼’ 같은 욕설이나 ‘내일부터 쟤 나오지 않게 해라’ 이런 말들을 상습적으로 들었다”며 “사실 방관자처럼 그 상황을 보기만 해 죄책감과 책임의식이 컸다. 기자로 첫 발을 내딛은 젊은 사람들을 상대로 자존감이 무너지고 모멸감을 느낄 정도로 폭언하는 행위는 다시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증언을 한다”고 했다.


다른 경기신문 D 기자 역시 “입버릇처럼 기자들에 욕설을 해왔고, 일부 기자들에겐 충분히 폭행으로 의심될 만한 행동을 한 것을 목격했다”며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상관에게 욕설을 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좀 도를 지나쳤다. 개인이 해결할 수 없으면 회사 차원에서라도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고, 적지 않은 기자들이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퇴사를 했다”고 말했다.   


A 부장의 행위를 회사가 몰랐던 건 아니었다. 기자들은 지난 5월 초 일부 기자가 피해 진술서를 작성해 경기신문 사측에 제출했지만 회사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기신문 대표이사는 이에 대해 “직원이 사장에게 얘기한다고, 제가 바로 누굴 불러 조사하고 감사하고 그러면 조직이 운영되겠느냐”며 “해당 기자에게 피해 구제를 받으려면 노조나 기자협회 등을 통해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후 기자협회나 편집국장에 물어봤더니 접수된 게 없었다고 해 조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A 부장에게도 사실 관계를 물어본 적이 있지만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며 “A 부장에겐 만약 노조 등에서 문제 제기가 들어오면 감사를 하든지 조사를 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제가 더 이상 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A 부장은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도 폭언 등 기자들을 괴롭힌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보고받았을 경우 즉각 조사 지시 등 관련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영석 전국언론노조 노무사는 “노조나 기자협회를 통해 관련 조사를 할 순 있지만 해당 기구에선 결국 문제를 제기하거나 당사자 간 중재를 할 수 있을 뿐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근무 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등의 조치를 할 수 없다”며 “피해자가 대표에게 피해 사실을 얘기했다면 사용자가 책임지고 고충처리위 등 관련 기구에 조사를 지시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법상으로 의무는 사용자에게 있기에, 관련 규정이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 따르면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또 사용자는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공황장애를 진단받고 병원에 입원했던 B 기자는 결국 지난 5월 말 경기신문에 사표를 냈다. B 기자는 “노조나 기자협회가 유명무실하다고 생각해 대표와 편집국장에 직접 보고를 한 것이고, 당시 대표가 나에게 노조나 기자협회를 통해 문제 제기를 하라고 말한 적도 없다”며 “오히려 회사는 제가 퇴사한 후 A 부장을 승진시켰다. 다시는 이러한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앞으로 형사고소를 통해 끝까지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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