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무관한 사진 게재로 명예훼손… 법원 판결은?

2019년 언론관련판결 분석보고서

최승영 기자 | 2020.08.13 18:14:10

언론중재위원회(위원장 이석형)가 지난해 법원에서 선고된 236건의 언론 관련 민사판결을 분석하고 주요 판결문을 수록한 ‘2019년도 언론관련판결 분석보고서’를 지난달 31일 발간했다. 송사는 언론이 언론의 일을 하는 과정에서 항시 발생 가능한 일이지만 동시에 언론의 역할과 책임, 태도를 돌아보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이에 지난해 언론 관련 판결에서 언론계에 시사하는 의미가 큰 판결 세 가지를 꼽아봤다.


사진=연합뉴스
◇금품 전달 방식 틀린 비리보도가 명예훼손이 된 경우
경향신문(피고)은 2015년 4월15일 <2013년 4월4일 오후 4시30분 이완구(원고) 부여 선거사무소 성완종 측 “차에서 비타500 박스 꺼내 전달”>을 통해 ‘원고가 비타500 박스에 담긴 금품 3000만원을 수수했다’는 취지의 기사를 게시했다. 원고는 금품수수 사실이 허위라고 주장하는 대신 보도에 적시된 금품 전달 매체(비타500)가 허위라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공직자에 대한 언론 감시에 허용될 범위라며 피고 승소로 결론내렸지만 ‘비타500’이란 허위 정보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은 인정했다.


법원은 금품전달 매체를 비타500 박스로 단정할 증거 없이 허위로 보도됐다고 봤다. 관련 형사판결 등에서 금품 전달 매체가 확인된 적이 없고, 기사 초판에서도 ‘조그만 귤박스 같은 그런 거’로 특정됐다는 점을 거론, 각색-과장돼 보도됐을 개연성을 높게 봤다. “금품의 전달 매체가 비타500 박스가 확실한지 여부에 관한 취재는 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음료 상표에 불과하지만 비타 500이 기사에서 주요 역할을 하고 있고, 기사 취지·정황사실과 결합돼 독자의 원고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야기한다면 명예훼손이 성립한다는 취지다.


법원은 다만 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비판기능 중요성에 비춰 허용될 범위이고 위법하진 않다고 판단, 원고 청구를 기각하는 것으로 판결을 내렸다. 1심 법원의 이 같은 논지가 2019년 2월 대법에서도 반복되며 확정됐다. 언론사의 승소로 마무리됐지만 면밀한 취재, 과장·왜곡에 대한 주의 확인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게재가 명예훼손이 된 경우
뉴스1(피고)은 2017년 5월29일 <“세비전액 기부” 서영교의원 약속 1년 가까이 지났는데...> 등을 통해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원고)이 ‘세비 기탁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고, 피고가 취재에 들어가자 같은 날 사랑의 열매에 5000만원을 기부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에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제기됐다. 특히 해당 기사엔 원고가 다른 건으로 형사 공판에 출석하는 사진이 첨부됐는데 유념할 지점이다.


1심 법원은 보도내용이 허위라 판단했고, 2심 법원은 진실이라 믿을 상당 이유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보도내용과 무관한 사진을 게재한 데 대해선 공통적으로 피고의 책임을 인정했다. 기사엔 원고의 사진과 함께 “원고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위반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는 문구가 기재됐는데, 기사 내용과는 관련이 없었다. 무엇보다 원고가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음에도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원고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암시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200만원의 배상책임을 적시했다. 2019년 9월 원고와 피고의 상고가 기각되며 이 같은 판결은 확정됐다.

◇공적인물의 내연관계 보도에 손배 판단이 난 경우
2018년 3월21일 미디어전문지 미디어스(피고)는 언론사 사장이던 A씨(원고)가 과거 내연 관계를 맺어 논란이 되고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게시했다. 피고는 원고가 국내 유수 언론사의 대표이사로서 공인의 지위에 있고, 원고의 과거 불륜 행적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8년 전 결별한 내연 관계까지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로 보긴 어렵다며 손해배상을 명했다.


1심 법원은 보도내용이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공적인 인사에게도 사생활 영역이 존재한다”며 피고에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명했다. “원고가 8년 전에 부적절한 교제를 한 사실이 원고가 현 시점에서 언론사의 대표이사로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영향이 미친다고 볼 수 없고 그 사실이 일반 대중에 공개되어 검증과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함이 아니라고 했다. 원고 배우자에 대한 피해와 상처도 우려했다. 2심 법원이 같은 사유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3심에서 심리불속행되며 판결이 확정됐다. 공인의 사생활 보도 시 언론사들이 참고할 만한 판결이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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