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의제·신변잡기·중복질문…

TV토론이 비틀거린다

대선후보 초청 TV토론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의제 편중 및 중복, 사회자와 패널의 자질 시비 등 과거 TV토론에서 나타났던 문제점들이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사회자와 패널들은 주관적 질문, 말꼬리 잡기, 고압적 자세, 충고성 발언 등으로 눈총을 사고 있다. 토론 의제도 여전히 선거전략이나 정쟁, 개인 신상에 대한 비중이 높고, 정치·경제·남북문제 관련 의제도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에서 크게 나가지 못해 철저한 정책검증, 타 매체와의 차별성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 3사는 TV토론에서 정치개혁·경제·남북문제·교육·사회 등 국민적 관심사를 의제로 설정해 철저한 정책검증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선거전략이나 개인 신상에 대한 의제 편중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YMCA의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MBC는 노무현 후보 초청토론회에서 전체 질문 63개 가운데 24개(38%)를 선거전략 내용으로 구성했고 SBS도 정몽준 후보에 대한 총 21개 질문 가운데 개인 검증에 9개(42%), 선거전략 관련 내용에 5개(28%) 질문을 할애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도 노무현 후보 토론회에서 전체 질문 가운데 27%를 선거 전략 내용으로 다뤄 정책 검증이라는 기획 의도를 벗어났다는 지적을 샀다. 노 후보는 KBS 토론회에서 “재집권과 노선 차별화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정몽준 음모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의 질문이 쏟아지자 “정책위주로 토론하자”며 불만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서울YMCA는 “패널들이 정책·비전과 관계없는, 의제의 본질적 맥락을 반영하지 못하는 엉뚱한 추가질문을 말꼬리잡기 식으로 던져 TV토론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일이 많았다”며 “특정 주제에 질문이 편중되다보니 민생 현안이나 여성 사회복지 문화 분야 등에 대한 후보자의 견해나 대안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사회자와 패널들의 준비 부족, 편파적·주관적 질문, 추궁형 말꼬리 잡기 등 질문 방식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KBS의 한 패널은 정몽준 후보의 초청 토론회에서 ‘현대아산’을 ‘현대상선’으로 질의했다가 후보의 지적을 받고 정정하는 등 기본적인 사실확인조차 소홀했다. KBS의 토론 사회자도 생모문제와 관련 “병상에 누워 계신 어머니가 생모”라고 밝힌 정 후보에게 “떳떳하게 찾는 것도 좋다”는 충고성 발언을 하고, 토론회초반에는 “말씀은 잘 하시는데 핵심에 빗겨간 화법을 구사하지 마시라”는 등 후보자를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으로 눈총을 샀다.

노무현 후보 토론회에서는 “노 후보는 학력 얘기만 나오면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온다. 서울대를 좀 과격하게 해결해야겠다는 표현을 썼는데 품성과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자의적인 질문으로 토론회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 SBS는 정몽준 후보 토론회에서 ‘내가 아는 정몽준’ ‘대선 후보 부인 인터뷰’ 등 신변잡기식 인터뷰로 후보자를 홍보, TV토론의 본질을 흐렸다는 지적을 샀다.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각종 신문과 다른 토론회를 통해 유권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한 중복 질문과 답변이 되풀이됐고 특정 주제에 대한 심층토론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특히 패널들은 주관적인 질문과 ‘과격’ ‘이상적’ 등의 두루뭉실한 인상평으로 공정성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punda@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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