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방식으로 '코로나 피해자' 살펴본 언론사들

뉴시스·한겨레·국민, 사회 낮은 곳 조명하며 '더 좋은 공동체' 기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며 감염 현황과 정부의 방역 지침 등을 알리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기사는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거나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초래해 질타를 받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코로나19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보도들도 다수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기자협회보는 최근 코로나19 보도 중 언론의 공적인 역할에 충실한 기사들을 뽑아봤다. 각기 성격은 다르지만 해당 보도들은 더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았다.

◇더 큰 고통 겪는 사회적 약자, 들여다본 언론사들
바이러스는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지만 그 위기는 각자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차별적일 수밖에 없다. 뉴시스는 지난 5일 창간 19주년을 맞아 코로나19가 양극화를 확대하고 ‘코로나 푸어’를 양산하고 있다며 해법을 모색하는 기사를 시리즈로 보도했다.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일용노동자, 실업자, 취업 준비생 등의 “절규”를 들으며 우리 사회 복지·교육 시스템과 경제 산업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방향을 찾는 기획이었다. 뉴시스는 “우리 사회의 낮은 곳, 가장 약한 고리에 자리한 사람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코로나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매한가지’라는 이들의 절규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기획 취지를 밝혔다.


한겨레21도 제1329호(9월14일)에서 첫 번째 코로나19 충격 때 만났던 자영업자와 청년노동자의 이야기를 듣는 기사를 선보였다.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한겨레21과 만났던 대구 원도심 고기뷔페 사장, 서울 망원시장 두부가게 사장, 전북 전주 취업준비생, 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를 다시 만난 것이다. 한겨레21은 “경제위기에 대한 공포는 확연히 줄었지만, 이들은 그 사이 빚을 냈고 실직했고 꿈을 미뤘다고 했다. 당장 버텨야 해서, 미래의 어느 시점 회복을 위해 써야 할 힘을 끌어다 썼다”며 “위기는 차별적이다. 미래의 어느 시점 혹은 어떤 산업 혹은 누군가의 희생을 딛고서야, 괜찮을 수 없는 경제는 괜찮은 듯 침착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맞이한 비대면 시대에 더욱 큰 고통을 겪는 사회적 약자에 주목한 언론사도 있었다. 연합뉴스는 지난 7월 말 코로나19 사태 속에 여름이라는 계절적 상황까지 겹치면서 쪽방촌 사람, 노인들이 더욱 답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며 이들의 어려움을 현장 취재해 보도했다. 뉴스1은 지난 6월 말에서 7월 초 코로나19와 아동학대를 주제로 한 기사를 연재했다. 뉴스1은 “올해 1~5월 아동학대 혐의로 검거된 가해자는 1656명에 달한다”며 “특히 코로나19는 아동학대의 배경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지털스토리텔링으로, 빅데이터로…다양하게 피해자에 접근한 언론사들
코로나19는 비단 사회적 약자뿐만 아니라 모든 감염병 환자와 관계자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사실만으로 ‘상종 못할 사람’이 되고, 확진자가 머물렀다는 사실만으로 ‘얼씬도 하면 안 되는 곳’이 돼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적지 않아서다. 동아일보는 코로나19가 대유행했던 3월 감염됐다가, 반년이 지나도록 근거 없는 비난과 오해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지난달 말 이들의 이야기를 디지털스토리텔링<사진>으로 풀어냈다. 같은 숙박시설에 묵었다는 이유만으로 불륜 커플로 몰린 사람들의 이야기, 막말에 시달리다 매출까지 떨어진 매운탕 가게 사장의 이야기 등이 디지털로 표현됐다. 코로나19 인지 감수성을 시험해볼 수 있는 페이지도 공개됐다.


국민일보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코로나19 여파로 줄 폐업하고 있는 자영업자 실태를 분석했다. 행정안전부의 올해 폐업 자료 3만9180건을 조사해,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서울에서 폐업한 업종의 패턴과 코로나19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폐업 지도를 제작해 온라인과 21일자 신문에 선보였다. 온라인에선 폐업한 가게들이 날짜순으로 정렬돼 실시간으로 점 모양이 확산되는 그래픽도 첨부됐다. 앞서 시사IN도 지난 4월 서울시내 카드 사용내역 데이터를 축적해 소비가 얼마나 위축됐는지, 경제 재난 지도를 그린 바 있다.


국민일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영업 생존 기간은 6개월가량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 쓰나미는 자영업자들이 몰려 있는 서울 주요 자치구 상권에서부터 시작돼 주택가 골목상권에까지 침투했다”며 “폐업의 확산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일자리 생태계를 축소시켰다. 실업·실직자가 대거 양산되면서 밑바닥 노동 현장은 일거리를 구하려는 사람들로 넘쳤고, 그로 인해 노동가치가 떨어져 ‘바닥을 향한 경쟁’이 심화하는 현상도 목격됐다”고 설명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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