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가 결단하면 MBN 지킬 수 있다"

나석채 지부장·윤범기 사무국장
'1심 유죄 경영진 퇴진' 1인 시위

사진=MBN지부 제공

MBN 노조는 지난 9일부터 ‘경영진 사퇴 촉구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1년 종합편성채널 출범 과정에서 벌어진 자본금 불법 충당과 회계 조작으로 지난 7월 유죄를 선고받은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전국언론노조 MBN지부 나석채<왼쪽> 지부장과 윤범기<오른쪽> 사무국장은 평일 아침, 점심, 저녁 하루 3차례씩 진행하는 1인 시위에 번갈아가며 나선다. 지난 18일 점심 1인 시위 후 함께 자리한 두 사람은 “MBN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노조가 잠자코 있을 순 없었다”고 시위 돌입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MBN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오는 11월 종편 재승인 심사가 예정돼 있는 데다 그에 앞서 자본금 불법 충당 건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처분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MBN이 당초 종편 설립을 승인받는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저지른 만큼 승인 취소 가능성도 언급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을 비롯한 언론시민단체들은 방송법에 따라 승인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방통위가 내릴 수 있는 또 다른 처분은 6개월 이내의 업무 정지 또는 광고 중단인데, 이 또한 MBN이 입을 타격이 작지 않다.


윤범기 사무국장은 “MBN에서 500여명이 일한다. 승인 취소 이야기까지 나오니 다들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이 위기를 만든 경영진은 1심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해놓곤 유죄 판결 이후 구성원들에게 사과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경영진이 사퇴해 최소한의 책임을 지라는 게 저희의 요구”라고 말했다.


구성원들의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난달 사측은 부동산 사업부문 분할을 공시해 또 다른 논란을 불렀다. 부동산 개발·임대사업을 따로 떼어 내 별도의 회사를 세우면 ‘MBN은 방송사 본연의 공적·공익적 목적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노조는 “향후 회사가 어려워지면 부동산 부문만 가져가기 좋은 구조를 만들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장대환 회장 거액 퇴직금 논란’도 구성원들을 씁쓸하게 했다.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지난 6일 민중의소리 기고문에서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자본금 충당 건으로) MBN 회장에서 사임하면서 퇴직금 36억원을 가져갔다”면서 “통상적인 퇴직금의 6배를 받아챙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석채 지부장은 “지금 이 사태는 대주주가 아니라 MBN 자체를 지켜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측은 ‘노사가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하는데 미안하다, 책임지겠다, 달라지겠다는 약속 없이 어떻게 함께 갈 수 있나. 불법 경영진의 존재는 행정처분과 재승인 결과를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라고 꼬집었다.


MBN 노조는 경영진 3인 중 한 명이라도 사퇴하거나 그 시점을 밝힐 때까지 1인 시위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나석채 지부장은 “잘 한 일이 있으면 칭찬받고 그렇지 않으면 책임을 지는 것이 상식이다. 이번 일로 그저 상식이 통하는 회사가 되길 바란다”면서 “1인 시위도 그러한 회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길에 조합원들의 많은 지지와 동참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윤범기 사무국장은 MBN 문제를 ‘언론 개혁’의 핵심 과제로 넓혀볼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이제 언론 개혁의 핵심은 MBN 같은 민간언론사에서 제왕적 권력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 소유와 경영을 어떻게 분리할 것인가의 문제로 넘어왔다고 생각한다”며 “MBN이 이번 사태를 풀어가면서 사내 권력 견제 장치를 도입해 좋은 언론사로 거듭난다면 민간언론사로서 하나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주요 임원 임명동의제,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 사장 외부 공모제 등을 요구하는 이유다. 윤 사무국장은 “이러한 인식에서 경영진, 특히 사주가 주인의식을 발휘해 결단을 내린다면 회사도 살고 스스로도 진정한 리더십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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