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뛰어넘은 전사적 협업 '동아 히어로콘텐츠'

첫 시리즈 '증발' 합산 PV 335만
사회와 단절 택한 이들 이야기 5회
사내선 "동아미디어그룹 역량 확인"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내놓은 첫 기획 ‘증발<사진>’ 시리즈가 화제다. 삶이 버거워 세상과의 단절을 택한 이들의 이야기를 5회에 걸쳐 지면 기사와 디지털 스토리텔링으로 연재해 공감과 위로의 반응을 끌어냈다. 특히 부서별 칸막이를 뛰어넘은 전사적인 차원의 협업, 이를 디지털로 구현하는 과정은 동아일보로서도 흔치 않은 도전이자 새로운 이정표와도 같은 작업이었다.



‘히어로콘텐츠’는 동아일보가 창간 100주년을 맞아 지난 4월 발표한 혁신 전략 보고서에 담겨 있던 구상의 일단이다. 이 보고서는 ‘탁월한 콘텐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위한 전담팀 설치 등을 제안했다. 한 달 뒤 바로 팀이 꾸려졌다. 12년차 유성열 기자가 팀장을 맡고 3~6년차 편집국 기자와 경영전략실, 뉴센테니얼본부 소속 기자 등 5명이 팀원으로 가세했다.


‘차별화된 콘텐츠’. 이것이 이들에게 주어진 거의 유일한 주문이었다. 사사건건 보고할 의무도, 정해진 마감 일정도 없었다. 그래서 일단은 쉬었다. 처음 2주 동안은 못 갔던 휴가도 다녀오고 도서관 가서 책 읽고 기사 검색하며 시간을 보냈다. 한 달쯤 지나서야 ‘증발’이란 아이템의 윤곽이 잡혔다. 취재 방법은 크게 두 갈래였다. 우선 대법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실종선고자 6000여명의 판결문을 분석해 10년 이내에 실종된 226명을 추린 뒤 몇 가지 단서들을 가지고 추적을 시작했다. 1회에 보도된 문씨와 그 누나의 사연은 그렇게 오랜 접촉과 설득 끝에 알려질 수 있었다. 증발한 사람들을 무작정 찾아다니기도 했다. 쪽방촌도 가보고, 채팅도 시도했다. 막막하던 취재가 풀린 건 미래고시텔을 소개받으면서다. 서울의 복판, ‘자발적 실종’을 택한 사람들이 모여든 곳. 기자가 매일 그곳을 찾아가 취재 방향을 설명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 끝에 조심스레 “증발자들의 소행성 4개”를 만날 수 있었다.


독자 반응은 뜨거웠다. 합산 페이지뷰(PV)는 335만을 넘었고(12일 기준), 응원과 지지의 댓글이 이어졌다. 동아일보를 격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유 기자는 “명절 직후고 너무 아픈 얘기여서 많이 읽을까 사실 좀 불안했는데 아직 우리 사회의 낮은 곳,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기자 생활 12년을 돌아보며 반성한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이 ‘증발’ 시리즈가 눈길을 끈 또 다른 이유는 바이라인에 있다. 마지막 회차인 지난 10일자 지면에 실린 바이라인 박스에는 취재기자를 비롯해 사진·동영상, 편집, 일러스트, 프로젝트 기획, 디지털 제작 등 무려 17명의 이름이 적혔다. 그야말로 전사적인 자원이 투입된 셈이다. “(동아일보가 아닌) 동아미디어그룹의 작품”이란 내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동아닷컴 등 계열사나 사진부, 편집부, 뉴스디자인팀, 디지털뉴스팀 등과의 소통도 비교적 원만했다. 지난 8월 시험 삼아 만들었던 코로나19 ‘낙인’ 시리즈를 통해 얻은 교훈이 컸다. 유 기자는 “감히 말하자면 기자들이 협업이란 걸 잘 할 줄 몰랐던 것 같다. 그 전에도 협업을 해보긴 했지만 사실상 분업이었던 것 같다. 기자들도 협업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지난 10일 5회차 보도를 끝으로 히어로팀 1기는 해산하고 기자들은 원래 출입처로 복귀했다. 그리고 바로 2기 팀이 출범했다. 한 프로젝트를 마치자마자, 그것도 5개월 만에 팀을 교체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 유 기자는 오히려 “5년차 이내 기자들은 출입처를 오래 떠나 있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적정 시점에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그런 의미에서 이런 시스템이 지속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5년차인 이호재 기자도 “여러 구성원이 조금씩 경험해 보는 게 도움 된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라며 “개인적으로 매일의 발제와 마감 루틴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각을 하고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경험이어서 좋았다. 동기들에게도 많이 추천하고 있고, 관심들도 많더라”고 전했다. 동아미디어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 산재해 있던 조직들을 엮어 보니 우리도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잘 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경험이었다”면서 “레거시 미디어의 편집국 조직이 다른 디지털 조직과 협업하는 게 어렵다고 하는데, 1기의 경험을 통해 여러 이슈들이 세팅됐기 때문에 2기는 좀 더 쉽고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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