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재학 PD 대책위 "청주방송, 약속했던 '징계·고용개선' 등 합의 이행 왜 안 지키나"

사측·유가족 합의한지 2개월 째
대부분 합의 사항들 이행 위반
청주방송 측 "현실적 어려움 있어"

고 이재학 PD 사망 사건에 대한 CJB청주방송과 유가족 측 간의 합의가 이뤄진 지 약 2개월이 지났지만, 청주방송이 합의 이행을 위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CJB청주방송 故 이재학 PD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지난 18일 성명에서 “청주방송은 공개 합의 이후 약속했던 사항들을 성실하게 지키지 않고 있다”며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나 비정규직 고용·노동구조 개선을 비롯한 대부분의 합의 사항이 이행 기한을 위반하고 있고, 불이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23일 유가족 대표, 청주방송 대표이사 등 4자 대표는 이재학 PD 사망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의 이행요구안을 따르기로 최종 합의한 바 있다. 진상조사위는 청주방송에 △이재학 PD에 대한 공식적 사과와 책임자 처벌 △고인의 명예회복 △비정규직 고용구조·노동조건 개선 △조직문화·시스템 개선 등을 골자로 한 21개의 이행요구안과 이행 일정을 제시했다. 지난 14일 청주방송 사옥에서 열린 ‘합의서 이행점검 1차 회의’에서 청주방송이 △항소심 진행 협조 △책임자 징계 △노동자성 인정·불법 파견 직군 정규직 전환 등의 합의 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 진행 협조’ 건에 대한 합의 이행안에는 “고인에 관한 항소심은 고인의 노동자성과 부당해고 사실, 청주방송의 사망 책임에 대한 인정과 사과표명,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 지급 등을 담은 강제조정 절차로 종결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청주방송은 항소심 종결 하루를 앞두고 조정 내용 문구 수정을 위해 법원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고인의 생전 염원이었던 근로자지위확인소송 항소심에 대해 유족의 양보로 이재학 PD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문안을 포함한 강제조정으로 종결하기로 합의한 상태에서 청주방송은 유족 측에 ‘사망 책임 통감’ 문구에 대한 삭제를 종용했다”며 “이와 같은 행태는 모든 합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매우 중대한 합의 위반”이라고 했다.


‘책임자 징계’ 합의 사항에서도 이행안에는 “진상조사위가 고인의 사망에 대한 책임자, 일터 괴롭힘 가해자 명단을 회사에 통보하면 회사는 1개월 내에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절차를 진행한다”고 나와 있지만, 현재 책임자 4명 중 1명만 징계가 이뤄진 상황이다. 대책위는 청주방송 측에 오는 22일까지 합의된 내용으로 법원의 강제조정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오는 30일까지 책임자들에 대한 조치를 종결할 것을 요구했다.


청주방송은 합의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청주방송 추천 진상조사위원인 김종기 청주방송 보도국장은 “(강제조정문 속 ‘사망 책임 통감’) 문구를 삭제하려는 게 아니라 유족과 관련해 문구 수정을 위한 추가적인 합의가 있어야 하고, 시간이 필요해 법원에 이의신청을 한 것이지 합의를 파기하려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비정규직 고용구조 개선, 책임자 조치를 위해 청주방송 구성원이 본업을 놓다시피 하며 이 일에 매달리고 있다”며 “인사위원회 개최도 절차 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어떻게 한번에 4명을 전광석화처럼 한달 이내에 처리하겠나. 일단 1명을 징계한 거고, 20일 다른 1명에 대한 인사위 개최를 통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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