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MBN '운명의 11월'

[위법 중징계 불가피, 재승인도 관건]
방통위 행정처분까지 반영될 경우
MBN 종편 재승인 위태로울 수도
일각 "경영진 무책임한 모습" 비판

MBN이 운명의 11월을 앞두고 있다. 2011년 종편 승인 당시 자본금을 부당하게 충당한 혐의로 1심 재판부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데 이어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처분과 재승인 심사가 연달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위법 행위가 인정된 만큼 중징계가 불가피한 것은 물론 다음 달 재승인 심사 전망도 어두워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방통위는 28일 MBN 경영진을 불러 의견청취를 진행하고 행정처분 의결 일정을 정할 방침이다. 지난 12일 청문 절차를 갖긴 했지만, 사안이 중대한 만큼 방통위원들이 직접 묻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실관계는 확정됐고 법률검토도 이미 끝났다”며 “선택할 수 있는 처분은 이미 법에 나열돼 있기 때문에 수위에 대한 결정만 남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8월 언론 보도로 관련 의혹이 제기된 이후 MBN으로부터 주주명부 등 각종 자료를 제출받아 조사를 진행해왔다. 방통위 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검찰이 MBN 사옥을 압수수색했고,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도 MBN이 재무제표를 조작한 행위 등에 대해 전·현직 임원 해임 권고 및 검찰 고발, 과징금 7000만원 등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그리고 지난 7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유상 매일경제신문 부회장과 류호길 MBN 대표가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고, 장승준 MBN 대표와 MBN 법인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종편 승인을 위한 납입자본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은행에 거액을 차입한 후 회사자금을 보태 매일경제 임직원들을 차용해 자기주식을 취득하고 그 과정에서 거짓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했다”고 지적했다. 검찰과 MBN측이 각각 항소함에 따라 최종 판결은 지켜봐야겠지만, 1심 판결과 증선위 처분 등을 볼 때 MBN이 자본금을 충당하는 과정에 위법 행위가 있었음은 인정된 셈이다.


방통위도 이미 1년 전 “자본금을 편법으로 충당하고 방통위에 허위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을 일부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방송법 제18조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승인을 얻은 경우 △승인 취소 △6개월 이내 업무 정지 △광고 중단 △승인 유효기간 단축 등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방송법 제105조(벌칙) 위반에도 해당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방통위는 MBN의 방송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을 비롯한 다수 시민단체들은 “최초 승인 자체에 중대한 불법과 하자가 있는 것”이라며 승인 취소를 주장하고 있다. 허가취소 등의 처분기준을 정한 방송법 시행령 별표1의2를 보면 허위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승인을 받은 경우 승인을 취소하게 되어 있다. 한상혁 위원장은 취임 이래 MBN건에 대해 “원칙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혀왔다. 여기에 소유제한 문제까지 더해질 수 있다. 차명 자본금 550억원의 실소유주에 따라 방송법이 정한 특수관계자(40%)나 신문사(30%) 소유제한에 걸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소유제한 위반이면 애초에 종편 승인 신청 자체가 불가하다. MBN이 종편 사업자로 선정되던 2010년 12월 말 기준 매일경제신문과 장대환 회장 등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율은 29.4%였다. MBN이 차명으로 충당한 550억원은 MBN의 전체 납입 자본금 3950억원의 약 14%를 차지한다.


그러나 설마 승인 취소까지 하겠냐는 시각도 있다. 정치적 파장, 행정소송까지 고려했을 때의 전망이다. 그래서 거론되는 것이 업무 정지나 광고 중단 처분이다. 최대 6개월 한도 내에서 전체 방송을 중단시키거나 프라임타임 등 일부 시간대 방송만 중단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방송 중지나 광고 중단만 해도 MBN에는 치명적이며 당장 임금삭감과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MBN 기자협회와 PD협회 등 직능단체들과 외주제작사 같은 협력업체들은 방송중단은 막아 달라며 방통위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행정처분을 넘긴다 해도 재승인 심사라는 다음 고비가 남아 있다. MBN은 11월 말 승인 기간 만료를 앞두고 다음 달 재승인 심사를 받는다. 전망은 밝지 않다. MBN은 재승인 심사에 반영되는 2018년도 방송평가 점수에서 종편 4사 중 꼴찌를 기록했다. 2017년 재승인 심사에서도 주요 심사 항목 과락으로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는데, 당시 받은 재승인 조건 일부를 이행하지 않아 방통위로부터 두 차례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조만간 결정될 행정처분까지 반영되면 재승인이 위태로울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지경에도 MBN 경영진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MBN 법인과 임원 등이 기소되자 장대환 회장이 사임하며 경영혁신 등을 선언했지만, 지금껏 진전된 내용은 없다. 유죄선고를 받은 경영진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고. 물적 분할로 신설되는 자회사의 임원까지 맡았다. “죄질이 나쁜 데다 반성의 기미도 없다”(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04년 마찬가지로 재허가 위기를 겪었던 SBS는 윤석민 당시 경영위원 사퇴와 더불어 노조의 방송 독립 요구안을 전격 수용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당시 SBS 노사가 발표한 합의문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구체화하는 방안으로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 등 14가지 개혁 과제가 담겼다.


MBN노조 역시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과 사장 외부 공모제 등 방송 독립성 강화를 위한 소유 경영 분리 방안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수용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는 경영진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지난달 9일부터 유죄 경영진의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윤범기 전국언론노조 MBN지부 사무국장은 “자숙하면서 행정처분을 기다리고 있고, 다음에 있을 재승인 심사에선 종사자들의 의견 진술도 반영되기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회사 내부개혁을 위한 조치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언론개혁 등의 방안이 재승인 조건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이슈 파이팅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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