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전문기자 입지 넓어진 뉴스룸

연합뉴스TV, 2013년 기상사업자 등록
SBS는 '기상학 전공' 담당기자 배정
JTBC, 기상전문기자 진행코너 신설

올해 여름, 관측 사상 역대 최장기 장마라는 기록이 세워지며 전국 곳곳에서는 집중호우까지 겹쳐 침수 피해도 잇따랐다. 이례적인 현상에 사람들은 그 원인을 궁금해하기 시작했고, 더이상 기후변화가 ‘남의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 날씨 예보를 넘어 기상 현상의 원인과 예보 분석을 설명할 수 있는 기상전문기자들의 역할이 중요해진 셈이다.


김재훈 연합뉴스TV 기상전문기자는 “해마다 기상 현상들이 ‘몇 년 만의 더위’, ‘100년 만의 폭우’ 등의 형태로 나오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계속 커질 것”이라며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부분인데 기후가 급변하면서 분석적인 내용에 대한 수요가 생기고, 보도국 내부서도 심층적 보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훈 연합뉴스TV 기자가 태풍 ‘장미’ 관련 예보를 하는 장면.

기상전문기자가 진행하는 코너를 신설하고 기상전문기자를 전문가 패널로 활용하는 등 방송사 뉴스룸 전반에서 기상전문기자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기상전문기자 대부분은 기상학, 대기과학 전공자로, 기상 현상뿐 아니라 기상청이 담당하는 지진, 미세먼지, 풍랑 예보 등도 ‘커버’한다.


김진두 YTN 기상전문기자는 “보도전문채널이다 보니 재난 상황을 더욱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 중점을 두고 있다”며 “태풍 같은 경우 기상전문기자들이 방송 계획을 직접 짠다. 태풍 진로 등 기본적 틀을 짜고 국장단 회의를 하면서 최종결정을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방송사들은 기상 이슈를 전담하는 기상전문기자를 두고 재난 보도에 대비하고 있다. 기상전문기자가 활동하는 방송사는 KBS(3명), MBC(1명), JTBC(1명), YTN(2명), 연합뉴스TV(2명) 등이 있다. SBS는 기상전문기자가 의학·국방·북한전문기자와는 달리 공식 보직은 아니지만, 기상학을 전공한 기상 담당 기자를 3명으로 정해두고 있다. 지난해 기상 담당 기자가 정년으로 퇴직하자 ‘기상전문기자 공개채용’을 진행해 기자 1명을 채용한 바 있다. KBS 재난방송센터에서는 재난 보도에 있어서 기상전문기자의 필요성을 감안해 기상전문기자 추가 채용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세현 JTBC 기상전문기자가 ‘날씨박사’ 코너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JTBC는 기상전문기자의 활약이 돋보이는 언론사다. 지난 4월 ‘JTBC 뉴스룸’은 개편을 맞아 일반적인 날씨 예보 틀에서 벗어난 ‘날씨박사’를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어내고 있다. 기상학 박사인 김세현 기상전문기자가 진행하는 코너로 날씨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과 그와 관련된 이슈까지 살펴보고 있다. 방송 말미에 날씨 예보를 단신으로 처리했던 개편 전 뉴스룸에 비해 크게 바뀐 방식이다. 지난 9월엔 김세현 기자가 기상예보사 자격증을 취득하며 JTBC가 기상청 기상사업자를 등록해 기상청과는 다른 독자적인 날씨 예보도 가능해졌다. 김세현 기자는 “예보 결과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짧게라도 설명을 넣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갖고있는 ‘날씨 불신’을 줄이고,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며 “지금까지 기상청과 아예 다르게 예보하진 않았다. 매일 최고·최저 기온과 비 예보 시점 정도를 다르게 분석하는 정도다. 기상청은 방제 기관이기 때문에 1%라도 가능성 있는 건 무조건 예보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JTBC와 같이 기상청 기상사업자(기상예보업)로 등록된 언론사는 연합뉴스TV가 있다. 기상법에 의해 방송사는 기상청이 예보한 내용대로만 전달할 수 있지만, 기상사업자가 예보하는 경우는 예외를 둔다. 기상예보사는 기상예보기술사나 기상기사 자격을 취득한 후 기상 관련 분야에서 2년 이상 종사하거나 기상업무 관련 교육훈련기관에서 140시간 이상의 교육과정을 이수해야만 취득할 수 있다. 이 기상예보사가 있어야 방송사는 기상사업자 등록이 가능하다. 연합뉴스TV는 기상예보사 자격증이 있는 기상전문기자 2명이 활동 중이며 지난 2013년 기상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김재훈 기자는 “미국의 날씨예보는 방송사마다 분석한 예보가 나온다”며 “기상예보업 등록을 하게 되면 자체 예보 생산을 할 수 있지만, 아직은 자체 예보는 하지 않고 차후에 미국과 같은 기상 사업 트렌드로 바뀔 때 바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기상사업자 등록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가 당장 눈 앞으로 목격되는 상황에서 방송사들은 기상 관련 심층 보도도 이어가고 있다. KBS는 지난 5~8일 ‘뉴스 9’와 온라인 연재를 통해 <기후는 말한다-‘지난 3년 여름의 경고’>기획을 8회에 걸쳐 보도했다. SBS는 지난 2015년부터 온라인 연재물인 <취재파일-기상전문기자가 본 ‘날씨와 기후’>를 보도하고 있고, 박상욱 JTBC 기자는 지난해 11월부터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를 매주 온라인에 연재하고 있다.


안영인 SBS 기상담당 기자는 “재난 시에는 기후 관련 심층 보도를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방송은 시간적 길이의 한계가 있다보니 재난 상황 이외 사회 이슈가 많아질 때는 전달할 기회가 적어지고 기후 관련 보도를 이어나가기도 쉽지 않았다. 온라인 뉴스로 기후변화 보도를 이어오고 있었던 이유”라며 “1년 새 기후변화의 영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방송 보도에서도 심층성을 강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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