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통신진흥회 이사 노리는 '장충기 문자'의 그들

연합 노조 "진흥회 이사 후보 거론되는 조복래·이창섭 반대한다"

연합뉴스 박노황 사장 시절 불공정 보도의 책임자이자 '삼성 장충기 문자'에 이름을 올린 전직 편집국장과 임원이 연합뉴스를 관리·감독하는 기구인 뉴스통신진흥회(이하 진흥회)의 이사 후보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는 이들의 지원을 비판하고 이사 추천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이 진행한 진흥회 6기 이사 후보자 추천 공모에 조복래 전 콘텐츠담당 상무와 이창섭 전 편집국장 직무대행이 지원했다. 진흥회 이사는 총 7명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정부(2명), 국회의장(교섭단체와 협의해 3명), 한국신문협회(1명), 한국방송협회(1명)가 각각 추천권을 갖는다. 조 전 상무와 이 전 대행은 국회의장 추천에서 야당 몫으로 배정된 이사 자리에 지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 전 대행은 박노황 전임 사장 취임 직후인 2015년 4월부터 편집국을 총괄하면서 한일 위안부 문제, 국정 교과서 이슈 등 당시 정부여당에 편향적인 보도를 주도한 장본인으로 꼽힌다. 또한 국장 대행 재직 중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편하실 때 국가 현안 삼성 현안 나라 경제에 대한 선배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평소에 들어놓어야 기사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등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이 전 대행은 2018년 6월 회사로부터 권고사직 처분을 받고 퇴사했다.

조 전 상무 역시 박노황 체제 임원으로 노조 탄압과 인사 전횡에 앞장섰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2016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의혹이 불거지자 장 전 사장에게 '누워계시는 이건희 회장님을 소재로 돈을 뜯어내려는 자가 있다' 등의 메시지를 전송했다.

두 사람이 진흥회 이사 후보에 지원한 사실이 알려지자 노조는 성명을 내고 "연합뉴스 구성원의 총의를 무시한 채 (둘 중 한 사람이) 추천된다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30일 성명에서 "이들이 삼성 장 전 사장에게 낯 뜨거운 메시지를 보낸 것은 연합뉴스 구성원의 자존감을 무참히 짓밟은 일"이라며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존립하기 위한 두 축인 중립성과 독립성을 앞장서서 무너뜨린 이들의 행태에 연합뉴스 구성원은 그야말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는 치욕 속에서 살아야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지부는 "두 사람은 더 이상 연합뉴스를 모욕하지 말고 스스로 후보 지원을 철회하라"며 "당신들로 인해 배신감과 수치심을 곱씹었던 후배, 동료들에게 보이는 최소한의 예의이자 염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지부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지부는 "이번 진흥회 6기 이사 추천이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으로 이어지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구성원 의견을 존중해 신중히 추천권을 행사하라"며 "야당이 이들 중 한 명을 추천한다면 박 의장은 즉각 거부하기를 요구한다. 이렇게 문제 많은 인사가 추천될 경우 입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한없이 추락할 것임을 잊지말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협회보는 진흥회 이사 후보 지원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조 전 상무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 전 대행은 1일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진흥회 이사 후보에 지원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국민의힘에서 어떠한 추천 절차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장충기 문자' 관련해선 "취재 차원에서 한국경제 전망에 대한 세미나를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라며 "당시 저와 연합뉴스 경제, 산업, 증권부장, 경제에디터가 장 사장과 실제로 세미나를 했었다. 저는 억울하게 해고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1일 오후 이창섭 전 편집국장 직무대행 입장 추가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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