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어느 쪽이 권력을 잡을 수 있을지 확언할 수 없는 다시 오기 어려운 타이밍이다. 공영방송을 중립지대에 갖다 놓는 것이 시급하다.”
4년 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현 과방위) 소속이던 최명길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주장하며 한 말이다. 2017년 2월1일자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미방위 야당 측 간사였던 박홍근 민주당 의원도 “핵심은 대통령이 사장들을 임명하고 그 사장들이 인사권을 갖고 공영방송 안에서 여러 행태를 벌이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이러한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든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탄핵정국과 조기 대선이 예상되던 상황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은 반드시 처리돼야 할 법안 중 하나였다. 공영방송 이사회 여야 7대6 구성, 특별다수제 도입, 노사 동수 추천 편성위원회 등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 일명 “언론장악방지법”이 다수 야당 의원들에 의해 발의됐고, 미방위 공청회를 거쳐 안건조정위까지 넘겨졌다. 그러나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발로 미방위는 파행됐고,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관련 법안들도 폐기됐다.
기자협회 보도 3개월여 뒤. 사상 초유의 ‘장미 대선’으로 여야가 바뀌었다. 그리고 지난해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거대 여당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시급하다”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당 차원의 논의는 쏙 들어간 모양새다. 2016년 12월 지금은 고인이 된 이용마 해직 기자를 만나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 제도화를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5년차 기자회견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오는 8~9월이면 KBS, MBC, EBS 등 공영방송 3사 이사회가 교체된다. 12월엔 KBS 새 사장이 선출된다. KBS는 앞서 두 차례의 사장 선임 과정에서 국민 참여 방식을 도입했으나, 관련 절차가 명문화·제도화된 것은 아니다. 이에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 공영방송 이사회와 사장 선임 과정에서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같은 당 정필모 의원도 국민추천 방식으로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 임명방식을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반면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KBS 이사회 정원을 11명에서 15명으로 늘리고 여야가 각각 6명을, 방통위가 3명을 추천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공영방송 사장을 뽑는데 정치권이 나서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며 “국민 참여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여야에 따라 달라졌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시간표. 올해는 과연 오랜 논의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